- 딸 교통사고 상황 매일 반복
- 몸 던져 구하려는 아버지 역

- "고생길 훤히 보이는 시나리오
- 힘들지만 해냈을 때 희열 커
- 안일한 흥행코드 영화보단
- 내가 필요한 작품 선택한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항상 믿음직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김명민이 타임루프 영화 '하루'(15일 개봉)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 '하루'에서 김명민은 딸의 교통사고 현장을 반복해서 보게 되는 준영역을 맡아 다양한 감정과 표정 연기를 보여준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충무로 신구 연기파 배우로 꼽히는 김명민과 변요한이 연기 대결을 펼친 '하루'는 교통사고로 딸을 잃는 준영(김명민)과 비슷한 시간대에 사고로 아내를 잃는 민철(변요한)의 시간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영화다. 두 사람은 2시간이 반복되는 가운데 상황을 바꿔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간 반복의 미스터리와 사고 이면에 얽힌 사건을 파헤친다.

특히 생일을 맞은 딸을 만나러 가다 교통사고로 숨진 딸을 반복해서 보게 되는 준영역의 김명민은 어느 때보다 간절한 모습으로 연기에 몰입했다. "자식을 가진 입장에서 딸의 죽음을 눈앞에서 매번 목격하는 아버지라는 설정은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강렬했다"는 김명민을 만나 영화 '하루'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에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타임루프 영화가 여러 편 있었다. '하루'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나?

▶이전의 타임루프 영화들은 보고 나면 시간적으로나 사건적으로 석연찮은 것이 남아 있어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하루'의 시나리오는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졌다. 이야기 구조가 완벽했던 시나리오가 좋아 선택했다.

-기자 시사회를 마치고 간담회에서 첫 촬영부터 힘들었다고 했다. 어떤 이유였는가?

▶첫 촬영 날은 스태프들과 호흡도 맞춰보고 몸을 풀면서 일찍 마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하루'는 첫 촬영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항 주차장 장면을 다 찍었다. 같은 공간에서 시간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을 연출하며 매번 다른 느낌의 연기를 해야 해 무척 힘들었다.

-그렇다면 다른 장면들도 한꺼번에 몰아서 촬영했나? 예를 들어 영화의 첫 장면이 비행기 안에서 잠을 깨는 장면인데, 매번 다른 얼굴로 깨어난다.

▶맞다. 비행기에서 깨어나는 장면도 6시간 동안 몰아서 찍었다. 딸이 매번 다른 상황 속에서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고, 그 순간 시간이 2시간 전으로 돌아가 준영이 비행기 안에서 다시 깨어나기 때문에 표정을 계속 다르게 하는 것이 힘들었다. '하루'의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준영의 감정 변화였다. 시간이 반복되면서 계속 원점으로 돌아오는데, 그때 생기는 감정의 혼란스러움, 변화하는 심리 상태를 매번 다르게 보여줘야 했다.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민철역의 변요한 씨에게 이 영화를 직접 추천했다고 들었다.

▶캐스팅 당시 요한이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촬영하고 있었다. 영화제작사에서 요한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해서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요한이는 절대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 열정이 가득한 배우다. 어떻게든 뭐 하나 더 해보려고 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함께 힘을 내게 된다. 요한이가 없었다면 제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하루'는 교통사고로 딸을 잃는 준영(김명민)과 비슷한 시간대에 사고로 아내를 잃는 민철(변요한)의 시간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타임루프 영화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하루'를 연출한 조선호 감독은 이번 영화가 입봉작이다. 이전 출연작 중 '파괴된 사나이'의 우민호 감독, '페이스 메이커'의 김달중 감독,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의 권종관 감독 등이 당시 신인 감독이었다. 유독 신인 감독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것 같다.

▶조 감독은 10년 이상을 칼을 갈다 나온 분인데, 저 같은 사람을 불러줘서 오히려 감사했다. 입봉 감독에게 제가 힘이 된다면 힘을 실어드리고 싶다. 배우 중에는 그런 모험을 안 하고, 안전하게 가려는 분들도 있다. 저는 이런 입봉 감독들이 제2의 봉준호, 박찬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디딤돌로 해서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영광스러울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처럼 인생작이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조선명탐정'이 있긴 하지만 인생작이라고 할 만한 한방이 없다.

▶열심히 촬영하다 보면 나오지 않겠는가. 인생작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고, 흥행에 큰 욕심은 없다.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고, 항상 창조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안일하게 흥행코드에 맞춰서 캐스팅하는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을 것이다. '김명민'이 필요한 영화에 출연하고자 한다.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힘든데 뭔가 해냈다는 것에서 느끼는 희열이다. '하루'처럼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괜찮다, 마음에 든다' 싶었는데, 두 번째 보면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마음을 빼앗겨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런 순수한 마음을 잃고 싶지 않다. 현재 영화 '물괴'를 촬영하고 있는데, 그저께까지 물괴랑 싸우느라 지금도 온몸이 쑤신다. 하지만 아직은 버틸 수 있는 열정이 있다. 그 열정을 잃으면 그때는 연기를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쉼 없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영화 '판도라' '하루' 'V.I.P',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영화 '물괴' '조선명탐정 3'까지 2015년부터 올해 말까지 계속 촬영이 잡혀 있다고 들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데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나.(웃음) 질리지 않고, 지루하지 않으려고 자꾸 새로운 것을 한다. 또 이러다가 '안주할래' 하면서 편하게 가려고 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다.

-'하루'가 관객에게 어떤 영화로 남았으면 하는가?

▶훈훈하면서 가족애가 느껴지는 영화라 흥행이 어떨지 모르지만 보시는 분들은 꽤 오래 기억해주실 것 같다. 비슷한 소재의 한국영화 중에는 제일 괜찮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