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늦가을에 물든 천년 사찰, 호수를 물들이다

포항 오어사와 선바우길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포항 운제산에 자리잡은 오어사
- 산여계곡·대골·오미골 물 모인
- 오어지에 비친 산사와 단풍 유명

-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선바우길
- 탐방길 따라 파도가 만들어낸
- 온갖 형상의 바위가 시선 끌어

이즈음 어딘들 찬란하지 않을까마는 유난히 마음을 끌어당기는 곳이 있다. 충청 지역의 사찰 가운데 ‘춘마곡 추갑사’라고 하며 가을의 갑사를 칭송하듯이 영남지역에도 가을에 특별히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 여럿이다. 경북 포항의 오어사가 그런 곳이다. 포항은 포스코와 포항공대(지금은 포스텍이라 불린다)의 존재로 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 너른 땅을 어디 한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뿌리 깊은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은 이곳이라고 다를 바 없다.

신라 고승 원효와 혜공의 설화가 전해지는 오어사는 운제산에서 흘러내리는 산여계곡을 비롯해 대골과 오미골까지 세 가닥 물줄기가 모인 오어지의 물에 비친 산사와 단풍이 이름났다. 단풍 좋고 물 좋은 곳은 많고 사찰도 많지만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룬 곳은 드물기 때문이다. 천년 사찰 오어사와 함께 가까이 연오랑세오녀의 전설이 깃든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화산지형을 찾았다.
   
대골 방향으로 향하는 오어지 둘레길 초입에서 되돌아본 오어사와 원효교. 단풍은 채 절정에 이르지 않았고 긴 가뭄으로 수위도 낮아졌지만 수면에 비친 모습은 충분히 시선을 잡아끈다.
■오어지에 비친 만추의 풍경 오어사

포항시의 남쪽 끝머리, 경주와 경계인 운제산 골짜기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오어사는 그다지 큰 절은 아니다. 창건은 6, 7세기 신라 진평왕 때로 창건 때의 처음 이름인 항사사(恒沙寺)에서 지금의 행정구역인 항사리가 왔다. 창건 후 오래지 않아 한국 불교사의 고승인 원효와 혜공의 인연에서 이 절의 이름인 오어(吾魚)라는 말이 나왔다. 저수지가 만들어지기 전이니 절 앞으로 흐르는 계곡 옆 바위 위에서 일어났을 법한 일이다. 원효와 혜공이 법력을 시험하며 물고기를 먹은 뒤 다시 생환하는 걸 두고 서로 ‘내 고기’라고 한 데서 이 절의 두 번째 이름이 유래했다. 사찰 내 유물전시관에는 원효대사의 것으로 전해지는 삿갓이 전시돼 있다.

그렇지만 이 절과 신라와의 연관성은 이것으로 그만이다. 절이 치르는 유명세에 비하면 당우들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나한전과 설선당, 칠성각, 산령각 등 대부분이 최근 지어진 것이다. 경북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대웅전만이 조선 영조 때 것이다. 국가지정문화재로는 보물로 지정된 오어사 동종이 유일하다. 이 동종은 신라 양식을 보이는 고려 범종으로 유물전시관에서 가장 두드러진 전시물이다. 1995년 저수지 공사 도중에 발견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오어사 주차장에서 담장 너머로 바라본 경내. 정면의 키 큰 나무는 보리수다.
천년고찰이지만 특별할 것 없는 오어사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건 오어지 수면에 비친 오어사와 주변 만추의 풍경이 비치는 반영이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아담한 절과 어우러진 풍경이 절 마당 바로 앞까지 차오른 저수지 수면에 비치는 모습은 선경으로 보일 법하다. 하지만 사실 올해의 오어사는 알려진 모습보다는 못하다. 다른 단풍 명소도 마찬가지지만 올해 극심했던 가뭄의 여파를 이곳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절 옆에서 오어지로 흘러드는 산여계곡은 말라서 먼지가 풀풀 날린다. 오어지 둘레길 초입에서 바라본 절을 비추는 수면의 반영도 수위가 내려간 탓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다 평일에도 몰리는 인파는 여유로운 산책과 사색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든다. 무리 지어 사람들이 찾는 북새통 명소를 가다 보면 오히려 조용하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곳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색적인 바위의 향연 선바우길

   
천년 역사 오어사에서 멀지 않은 수천만 년 역사의 독특한 화산지형으로 발길을 돌린다. 오어사에서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 영일만에 접한 호랑이 꼬리의 안쪽에는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인 선바우길이 있다. 신라시대 연오랑세오녀가 탔다는 먹바우나 선녀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하선대가 있어 인간 세상과의 인연을 이야기하지만 그보다는 더 오랜 자연의 역사와 얽혀 있다. 화산지형이 특징적인 호미반도에서도 이곳은 해안의 암벽이 오랜 세월 파도에 깎여나가며 만들어진 온갖 형상의 바위들이 시선을 끈다.

아담한 어촌마을인 입암2리의 끝자락에서 나무 덱으로 된 선바우길이 시작된다.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선바우(입암)가 초입에 서 있다. 이곳은 신생대에 퇴적분지가 형성된 뒤 이어진 화산활동으로 탄생했다. 이곳 독특한 화산지형의 형성과정과 가치를 알려주는 친절한 설명이 아쉽지만 높은 열로 변성된 백토가 들어 있다는 간략한 설명을 담은 안내판이 전부다. 이곳 입암리에서 마산리까지 벼랑으로 이어지는 해안을 따라 2015, 2016년 두 해에 걸쳐 바다 위 덱 탐방로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이 알려지며 찾는 발길이 차츰 늘고 있다.

   
연오랑과 세오녀가 타고 일본으로 갔다는 전설이 전하는 먹바우.

설명은 부실하지만 풍광만큼은 발품이 아깝지 않다. 탐방로를 북쪽으로 걸어가면 파도가 찰랑대는 바위 벽을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바위들을 볼 수 있다. 폭포바위, 손바닥바위, 여왕바위, 고릴라바위 등 이름을 붙여두었는데 일부는 생뚱맞은 느낌이 든다. 여왕바위를 지나면 얕은 바다 쪽에 각진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지만 물에 잠겨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백토로 된 흰 바위벽으로 흰 언덕, 힌덕에서 변형된 ‘힌디기’를 지나면 곧 하선대와 먹바우에 닿는다. 바다 위에 살짝 솟은 하선대는 선녀들이 내려와 놀았음직 하다. 해변 모래사장에 서 있는 먹바우는 연오랑세오녀가 일본으로 타고 간 바위라는 전설이 있다. 해 질 녘에 탐방로를 걸으면 서쪽으로 영일만 일몰과 포스코의 불야성을 한자리서 볼 수 있다.



◆호미반도의 지질명소

- 지질학적 가치 높은 구룡소·호미곶 2곳

호미반도 선바우길은 풍광이나 형성 과정에서 독특함을 갖췄지만 따로 지질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은 곳은 아니다. 선바우길보다 지질학적으로 더 빼어난 가치를 지닌 곳이 인근에 여럿 있다. 포항을 비롯해 경주와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 일대는 지난 7월 우리나라 10번째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경주 양동마을, 포항 포스코 등 36곳의 비지질명소와 함께 19곳의 지질명소가 선정됐는데 이 가운데 포항에는 5곳이 있다. 내연산 12폭포는 거리가 멀지만 선바우길에서 가까운 호미반도 안에만도 구룡소 돌개구멍과 호미곶 해안단구 두 곳이 있다. 두호동 화석산지와 달전리 주상절리도 이곳에서 멀지 않다.

국가지질공원은 지질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하며 역사·문화적인 가치를 지닌 지역을 보전하는 한편 교육·관광사업에 활용하고자 만든 것이다.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자체가 신청하면 환경부가 인증한다.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의 면적은 2261㎢로 경북 동해안 일대 해안과 낙동정맥 일부를 포함한다. 경북에는 이곳뿐 아니라 울릉도·독도와 청송 등 모두 세 곳의 국가지질공원이 있다.


◆오어사·선바우길 가는 길

- 동해고속도로 개통으로 포항 가는 길 한결 편해져

   
입암2리에서 하선대로 향하는 길에 뒤돌아본 힌디기와 탐방로.
부산에서 울산을 거쳐 포항 남부로 이어지는 동해고속도로 개통으로 포항 가는 길이 한결 짧아졌다. 고속도로 끝 남포항IC에서 내리면 오어사는 금방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포항터미널에서 107번, 500번 시내버스를 타고 문덕종점에서 내린 뒤 오천환승센터에서 오어사로 가는 지선버스를 타야 한다.

선바우길 입구인 입암2리는 동해면 사무소에서 호미로를 따라 가면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대중교통으로는 포항터미널에서 200번, 210번 시내버스를 타고 동해면 사무소 정류장에서 내린 뒤 동해지선이나 오천지선 버스를 갈아타고 입암2리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4. 4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5. 5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6. 6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7. 7부산이 대륙 끝? 지도 돌려보면 북극항로 시작점
  8. 8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9. 9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10. 10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6. 6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7. 7‘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8. 8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9. 9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10. 10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8. 8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9. 9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10. 10[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 1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2. 2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3. 3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4. 4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9일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6. 6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