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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를 찾아서] ‘안됩니다’의 미학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8 19:03:29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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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조각품을 찍은 사진 한 장을 이름난 세 사람의 석공에게 가져갔다. “돌을 쪼아 꼭 이대로 만들어주세요.” 의뢰를 받은 첫 번째 석공이 말했다. “제가 최선을 다해 만들어보죠. 가능합니다.” 두 번째 석공은 “가능은 한데, 아주 세심하게 작업해야 하므로 가격이 무척 비쌀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석공은 딱 잘라 이렇게 말했다. “못 합니다.” 세 사람의 석공은 유능하기로 명성을 얻고 있으나, 그 답이 서로 다 달랐다. 당신은 누구와 상의하겠는가? 무조건 시도하도록 설득한다면 무엇이 되었든 모두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세 번째 석공은 못 한다고 말했을까?

첫 번째 석공은 장사꾼이다. 그는 아프리카에 가서 능히 신발을 팔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신발의 제값을 못 받았다면, 장신구라도 대신 얻어 와서 이곳에서 비싸게 팔아 손해를 만회할 것이다. 사진과는 영 딴판의 완성품을 만들어 놓고는, 그때야 작업의 난해함을 피력한 뒤 끝끝내 수고비를 받아내는 데 익숙할 것이다. 대부분 소비자는 이러한 사람을 좋아하며, “그 사람은 안 된다는 얘기는 절대로 안 해. 소비자를 위해 어떻게든 시도해보려 애쓴다니까”라며 칭찬한다.

두 번째 석공은 작업의 난해함을 간파할 정도의 실력이 있다. 그래서 그 힘든 작업을 보상할 만큼의 금전적 대가를 미리부터 요구한다. 의뢰인이 만족하지 못할 경우 가격을 깎아줄 용의가 있다. 이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하고, 선택의 갈림길에 서서 고민하는 상대가 된다.

세 번째 석공은 첫인상부터 무척 기분 나쁘다.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첫마디부터 안 된다니. 조금의 위험도 짊어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거북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서 이 사람을 잘 설득할 때 제일 마음에 드는 완성품이 얻어진다. 자신의 능력에는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것마저 인정하고, 의뢰인이 요구한 까다로운 눈높이를 처음부터 알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보다 작품의 완성도가 더 큰 의미인 이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을 두고 장인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위의 세 부류가 모두 필요하다. 얼핏 보면 세상은 표면에서 표면으로 흐른다. 그러나 그 아래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조금씩 고개를 숙여왔던 것 같다. 커피를 볶고, 한 잔의 커피를 내 놓는 일. 음식을 만들어 가족, 친구와 즐기는 일도 만만하지 않을 때가 있다. 공정무역의 길도 외롭고 고달프다. 단 한 가지 분명한 일은 그 눈높이가 높으면 높을수록 점점 더 외로워진다는 것이고, 그 외로움의 끝이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될 때 외로움은 모두 보상받게 된다.

박재범 부산공정무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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