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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를 찾아서] 온천시장과 쑥 한 소쿠리…가치와 희망을 발견하는 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12 18:40:3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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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민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어머니는 걸어서 20분 거리인 온천시장을 일주일에 한 번씩 다녀오셨다. 그것이 뭐 그리 먼 거리라고? 좁은 시장 통로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어 늘어선 좌판을 훑으며 가격을 묻고 또 묻고. 조금 더 싱싱하고 저렴한 것을 고르기 위해 그 넓은 장터를 두세 번 오가는 것은 기본이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장바구니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니 몸은 갈수록 더 지친다. 가는 데는 20분, 고단한 몸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이 넘었다. 결국 반나절의 장보기를 마친 어머니는 늘 지쳐 보였다. 오는 길에 장바구니 무게라도 나눌 겸 일곱 살배기 내가 종종 따라나섰다.

나에게 온천시장은 구경거리가 즐비한 말 그대로 별천지였다. 생선 어물전 바닥은 언제나 물이 고여 있고 질퍽했다. 생선 대가리를 단칼에 뚝 떼어내는 어김없는 칼 솜씨의 아주머니들이 열을 지어 앉아 계셨고, 앞치마처럼 생긴 돈주머니에서 받은 거스름돈에서는 항상 비린내가 났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장면들은 길게 이어져서 한 편의 영화가 되어 꿈속에서 상영되곤 했다.

저녁 해가 금정산 머리에 걸리던 어느 봄날이었다. 장보기를 마치고 어머니와 짐을 나눠 들고 집으로 향하려던 참에, 아직 잔 흙이 남아있는 쑥을 플라스틱 소쿠리에 나눠 담아놓고 몇백 원씩에 팔고 계시던 할머니 앞에 섰다. 이 할머니는 시장 내에 앉을 자리가 없어, 아스팔트 도로의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홀로 앉아 계셨다. 잠시 흥정이 오가는 듯싶더니, 가격이 맞지 않았는지 어머니는 말없이 돌아서셨다.

뒤따라 함께 집으로 발걸음을 총총 옮기던 나는 문득 슬퍼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차츰 거리가 멀어지자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는데, 차츰 어머니와도 멀어지고 있었다. 어디 아프냐고, 왜 그러냐고 뒤돌아 물어보시는 어머니께 “저 쑥 한 소쿠리만 사주면 안 됩니꺼?” 그때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셨을까를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단지, 그런 모습의 내 얘기를 듣고 어머니는 발걸음을 돌려 두 소쿠리 분량을 사셨고, 그날 저녁상에 쑥국이 올라왔다. 쑥을 사실 때, 나는 눈물 흘렸던 것이 부끄러워 어머니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고 뒤에 숨어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게 되는 동기는 서로 다르겠지만, 모든 인간에게 나뉘어 있는 선한 심성으로 공정무역의 가치를 실천하다 보면 제대로 뿌리내리는 결과도 따라오지 않을까. 공정무역 활동의 종착역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첫째, 가치 있는 일이다. 둘째, 희망과 기쁨을 발견하는 나에게 흡족함을 느낀다. 셋째, 세상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재발견하게 된다. 이 세 가지를 얻게 되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도전하고 경험하고 느껴보자. 자로 재는 일은 먼 미래에 해도 되거나, 어쩌면 평생토록 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마음을 던져 넣어봐야 한다. 실연으로 아플 것을 두려워하면 평생 사랑 못 한다.

박재범 부산공정무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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