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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한줄한줄 손으로 엮는다, 줄줄이 재미가 엮인다

다시 주목받는 등공예 소품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8-09-12 18:46:0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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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나무에 열을 가해 굽히거나
- 철사처럼 가늘게 썬 ‘환심’ 이용
- 1~1.5㎜ 두께 물에 담가두고
- 원하는 디자인으로 엮기 시작
- 바구니 도시락 서랍장 등도 가능
- 여름엔 시원 겨울엔 따뜻한 느낌

   
입이 한 쪽으로 벌어진 꽃바구니 작품. 조화나 생화 어떤 것을 꽂아도 멋스럽다.
예전 것을 다시 불러 내 즐기는 모습은 취미나 공예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이보리색 면사로 바구니나 화분걸이 등을 짜는 마크라메, 라탄 공예라고 불리는 등공예도 마찬가지다. 30년 전에는 전업주부들이 부업이자 취미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면 마크라메로 만든 매다는 바구니엔 집의 열쇠나 구둣주걱 등이 들어 있고 등나무 소파나 의자도 흔하게 등장한다. 최근 자연주의와 북유럽 인테리어가 대세가 되면서 이런 분위기와 어울리는 등공예 소품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등공예에 쓰이는 등나무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난다. 부산등공예(라탄옥) 박명옥 대표는 “4, 5년 자란 등나무를 등공예 재료로 선호한다. 등나무에 열을 가해 굽혀서 가구의 틀로 만들거나 나무껍질을 벗겨내 가늘게 잘라 끈처럼 사용한다”고 했다. 공예용으로는 마치 철사처럼 등나무를 가늘게 썰어 동그랗게 타래처럼 말아서 국내로 들여온다.

   
박 대표는 “철사처럼 가늘게 뽑은 것을 ‘환심’이라고 부르는데, 지름이 1㎜부터 0.5㎜ 간격으로 커지면서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선호하는 굵기는 1㎜, 1.5㎜로 가장 가느다란 환심이라고 했다. 그는 “가늘수록 아주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대신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지만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해 가장 좋아하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가 인형을 보여줬다. 모자를 쓰고 긴 속치마까지 차려입은 인형은 놀라웠다. 치마의 구불대는 주름을 철사로 고정하고 엮어 내려간 모습이 아주 세밀했다.

등공예는 환심을 물에 10분쯤 담가 두었다가 꺼낸 뒤 잘라 원하는 디자인을 위해 엮어 나가기 시작한다. 중간중간에 분무기로 물을 뿜어주면서 엮어야 작업이 원활하다. 그래서 작업 책상 위에는 물이 담긴 큰 볼과 분무기, 송곳, 가위가 필수다. 등공예 작품을 손으로 만져보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오히려 따뜻한 느낌을 준다. 바싹 말린 뒤 바니시 등을 칠하면 변형이나 변질이 없어 가구나 소품용으로 훌륭한 재료다.

   
앞판을 등공예로 엮어 무늬를 만든 서랍장은 30년 된 작품인데도 여전히 멋스럽다.
박 대표는 1988년 ‘등죽세국가공예기능사’ 국가 자격증을 따고 30년 동안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이 자격증은 사라졌지만 등공예는 손에서 놓지 않아 요즘은 강의에 주력하고 있다고. 그는 등공예의 가장 큰 매력을 ‘열 손가락과 물만 있으면 가능하면서 반드시 사람 손으로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기계로는 작품 제작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손맛이 듬뿍 담길 수밖에 없다.

등공예 과정은 10주 동안 10개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가장 처음 만드는 것은 원형 바구니다. 엮어서 형태가 다 만들어지면 색상을 칠할 수도 있다. 독일 물감이나 스테인 염료로 색상을 더한 뒤 가구용 샌딩(니스 종류)을 바르고 표면을 사포로 밀어낸다. 말려서 다시 한번 샌딩을 바르고 이전보다 부드러운 사포로 밀어준다. 그리고 무광이나 유광 래커를 칠하고 세 번째로 사포로 표면을 다듬은 뒤 휴지로 살살 닦아내면 완성된다. 박 대표는 “다른 것도 그렇지만 등공예는 특히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빼먹지 않아야 실용적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핸드백은 아래를 바구니처럼 짜고 속에 천을 연결해 실용성을 높였다.
박 대표의 작업실이자 집은 등공예로 만든 3층장, 서랍장, 장소파, 식탁, 식탁 의자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 손수 만든 공예품들로 30년이 지났지만 마치 동남아시아의 고급 리조트에 놓인 가구처럼 세련돼 보였다. 소품도 핸드백부터 피크닉 바구니, 도시락, 백자 모양의 항아리, 찻잔 받침 등 아주 다양했다.

박 대표는 “등공예는 그야말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적용성이 뛰어나다. 한 줄씩 엮어내 완성되는 즐거움이 무한하다”고 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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