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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기암괴석 호위 속 꽁꽁 숨은 쪽빛 바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울산 대왕암공원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10-31 19:12:11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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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신라 호국용 된 문무대왕비 전설 서린 곳
- 수령 100년 훌쩍 넘는 소나무 1만5000여 그루
- 수백 명 조각가가 만든 거대 작품 같은 바위
- 짙디짙은 파란 동해 바다와 어우러져 빚은 절경

- 대왕교 중심 무지개색의 화려한 야간 경관조명
- 황금색 거대한 용 조형물 있는 미르놀이터 이색

바다의 도시 부산에 살고 있지만 바다는 언제나 우리에게 새롭다. 매일매일 마주하는 바다지만 우리에게 정말 보여줄 게 많다는 듯 볼 때마다 기분 좋고 색다른 게 바다의 매력이다. 부산과 경주 사이에서 그동안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강렬했던 울산에도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매력의 쪽빛 동해 바다가 꽁꽁 숨어 있다. 해송 군락과 기암괴석의 호위 아래 보약 같은 청정 바다를 마주할 수 있는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에서 절정으로 치닫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
전국 최고의 관광지인 울산 대왕암공원. 수령 100년을 훌쩍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 1만5000여 그루가 있는 숲(왼쪽)을 감상하고 나면 기암괴석의 호위 아래 보약 같은 청정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대왕교 위에서 새파랗게 질린 듯 짙디짙은 바닷물 위를 걸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낭만과 전설, 위대한 해송 숲

울산 대왕암공원은 통일신라 문무대왕비가 호국용이 돼 누워 있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용신이 된 왕비를 지키는 해송 숲과 황금빛의 거대한 용이 먼저 보인다. 대왕암의 전설을 발판으로 만든 미르놀이터인데, 그물형 사다리를 지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구조로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곳이다. 압도적인 규모의 용 조형물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이어 듬직하게, 그리고 정갈하게 수도 없이 솟은 해송이 대왕암으로 안내한다. 숲속으로 지나는 길도 있고, 비포장 흙길도 있다. 울퉁불퉁 돌을 깔아 만든 길까지 세 갈래지만 어디서 봐도 수령 100년이 훌쩍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 1만5000여 그루의 위용은 대단했다. 아래는 꽃무릇이 있는데, 마치 한여름 숲속을 보는듯 파릇했다. 햇빛 아래 다소 더위가 느껴질 정도의 날씨였지만 역시 숲은 숲이었다. 서늘한 기운은 가을 특유의 쓸쓸함을 불러왔다. 이를 아는 듯 해송 사이로 얼굴을 내비친 햇살을 만날 수 있는 의자가 중간중간 있으니 산책로로 일품인 숲이다.

해송의 도열이 끝나는 지점 하얀 등대가 있다. 1906년 일제가 만든 울기(蔚琦)등대다. 울산의 끝에 있는 등불 방패라는 뜻의 울기등간으로 초기에 불렸다고 한다. 울기등대는 이처럼 명칭이 일제 잔재에서 자유롭지 못해 2006년 등대 건립 100주년을 맞아 ‘울산의 기운’을 뜻하는 울기(蔚氣)로 변경됐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해상전망시설과 4D 입체 영상관, 선박조종체험관 등을 관람할 수 있다.

■한 폭의 그림… 최고 관광지 위용

대왕암공원 입구의 미르 놀이터에 있는 황금빛 용. 그물형 사다리를 지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구조라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대한민국 100대 관광지로 꼽힌 울산 대왕암을 만나는 마지막 관문은 고래턱뼈다. 장승처럼 좌우에 서 있는 고래턱뼈는 참고래의 턱뼈로 8년 동안 바다 속에서 기름기를 뺀 뒤 여기에 설치했다고 한다. 턱뼈를 지나는 순간부턴 입은 탄성이, 손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빠진다. 수도 없이 해안의 경치를 봐왔지만 울산 동해 바다의 매력은 형언불가였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의 도움까지 새파란 바다와 마치 수백 명의 조각가들이 거대 조각작품을 선물한 것 같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서 있었다. “원더풀”을 연발하던 외국인 관광객이 사진 촬영을 요청하더니 “한국에서 본 최고의 경치”라며 찬사를 이어갔다.

드디어 대왕암공원의 얼굴인 대왕교다. 새파랗게 질린 듯 짙디짙은 바닷물 위를 걷는 기분은 묘하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의 합작품인 기암괴석은 넋을 잃게 만들었다. 가까이 갈수록 신기함만 더하는 바위들을 보니 더이상의 탄성은 식상할 뿐, 바위 앞에 ‘대왕’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천연의 황토색을 띤 기암은 파도가 와서 부딪힐 때마다 살아 움직이는 듯 일렁였다.

마침내 대왕암 전망대에 섰다. 오늘을 끝내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태양이 바다를 노랗게 수놓기 시작했다. 어둠이 몰려오면 대왕암은 새 옷을 갈아입는다. 무지개색으로 변하는 대왕교을 중심으로 화려한 야간 경관 조명이 곳곳에 켜지면서다. 멀리서 내려다본 대왕암 산책로는 형형색색의 무지개빛 용의 형상이다. 해가 지면서 가을 하늘이 만들었던 쪽빛 바다가 암흑의 바탕색이 야간 조명을 입은 대왕암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니 또 한 폭의 그림이 나왔다.

‘가슴은 추억을 위해 열어두고, 생각은 내일을 위해 닫아둔다. 바다를 닮아가는 바람과 같이 일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시간은 가끔 그렇게 온다. 울산으로부터’. 울산시의 홍보 문구처럼 울산 대왕암공원은 전설과 낭만, 그리고 비경이 함께하는 멋진 곳이다. 언제나 그랬듯 가을은 스치듯 짧아 유난히 아쉬운 계절이다. 내년에도 다시 오는 가을이지만 늦기 전 바다를 향해 꿈틀거리는 기암괴석의 용솟음을 마주하러 대왕암공원으로 떠나보자. 잊지 못할 멋진 가을 여행이 될 것이다.


# 아기자기 예쁜 미로원…아담한 일산해수욕장서 소소한 멋 느껴보길

■ 주변 가볼 만한 곳

- 그리스 신화서 나오는 크레타섬 미로 모티브
- 어린이에게 인기… 대왕암 가는 둘레길도 멋져

대왕암공원의 미로원을 찾은 가족이 출구를 찾아가는 미로찾기를 하고 있다.
전설과 낭만이 깃든 울산대왕암공원에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미로원이 있다. 대왕암공원이 바다로 가는 길이라면 미로원은 해안가 산기슭에 조성됐다. 어린이들에게는 언제나 즐거운 놀이가 되는 미로찾기를 할 수 있는 곳인데, 측백나무를 미로 벽면으로 하고 있다.

미로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크레타섬의 미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인간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미노타우로스(상반신은 남자, 하반신은 소)를 없애기 위해 많은 사람이 도전했지만, 미노타우로스의 미로가 너무 복잡하여 살아 돌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때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공주의 조언대로 입구에 실을 묶어 미로에 들어간 다음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다시 실을 따라 무사히 탈출했다고 한다. 미로찾기를 시작하기 전 어린이들에게 들려준다면 흥미가 배가 될 것이다.

실제 연결로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어린이들의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해맑다. 미로 벽면이 성인 여성 키 높이여서 어린이들만 들어가면 위치를 파악하는 게 힘들 수도 있으나 미로원 한가운데 정자에서 내려다보면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왕암으로 가는 둘레길도 멋지게 조성됐다. 바닷가 길과 전설바위길, 송림길, 사계절길로 총 네 가지다. 앞서 설명한 대왕암공원 주 산책로는 송림길이다. 이 가운데 가장 긴 바닷가길이 울산 동해바다의 절경과 파도소리를 가장 가까이 들을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대왕암공원에 인접한 일산해수욕장도 찾아보길 권한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같은 유수의 해변은 아니지만 아담하면서 소소한 멋을 느끼기에 충분한 바닷가다.

글·사진=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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