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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바다’로 불린 고장…금관가야 숨결을 더듬다

수로왕릉·왕비릉 찾아 김해 여행

  •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입력 : 2018-11-28 19:13:44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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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도심 서상동에 위치한 왕릉
- 차량·사람 붐비는 입구 지나면
- 울창한 아름드리나무·연못 등
- 차분한 분위기에 마음이 푸근

- 인도서 온 허왕후의 ‘파사석탑’
- 거북 닮은 구지봉과 구지터널 등
- 가야역사 공부와 힐링을 동시에

‘구하구하(龜何龜何) 수기현야(首其現也) 약불현야(若不現也) 번작이끽야(燔灼而喫也)’.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구지가(龜旨歌)로 우리말로 풀이하면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에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는 뜻이다. 백성들의 이 같은 합창에 하늘에서 6개의 황금알이 내려왔고, 그중 제일 큰 알이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됐다는 것이다. 삼국유사 등 옛 문헌에서 전하는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다. 부산과 이웃한 김해는 크고 작은 산업단지가 잇따라 들어서는 등 사람과 기업이 몰리면서 하루가 다르게 시세를 확장하고 있다. 김해는 또한 전기 가야 시대를 대표하며 철기문화를 꽃피운 금관가야의 고도이기도 하다. 김해라는 지명도 ‘철의 바다’라는 뜻이고, 금관 역시 ‘철을 다스린다’는 의미다. 김해를 찾아 2000년 전 금관가야의 숨결을 더듬어봤다.
경남 김해시 서상동의 김수로왕릉은 5만9500여 ㎡ 규모의 도심속 공원으로 꾸며져 있어 평소에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 공간이다. 김수로왕릉을 들어서면 악귀를 물리친다는 의미로 붉은색을 칠한 홍살문을 만나게 되는데, 문을 바로 통과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들어가야 한다.
■도심 속 공원 수로왕릉

먼저 찾아간 김수로왕릉이 위치한 곳은 김해의 대표적 원도심인 서상동이다. 어른 키보다 높은 돌담으로 둘러쳐져 있으며 5만9500여 ㎡ 규모의 공원이다. 김해시민에게는 왕릉공원으로도 불린다. 과거에는 입장료를 받았으나 지금은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수로왕릉 바로 앞은 5일장터로 언제나 차량과 사람으로 붐빈다. 공원 정문을 들어서면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바깥과는 딴 세상이다. 무덤까지 가기 전에 홍살문 숭화문 등으로 불리는 몇 개의 문을 만나게 된다. 붉은 칠을 한 홍살문은 악귀를 물리치기 위한 시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문을 통과하면 안 되고 우회해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공원 한가운데 자리 잡은 무덤은 주변을 둘러싼 낮은 돌담 너머로 감상해야 한다. 무덤은 왕을 모신 무덤답게 꽤 크고 웅장한 느낌이다. 봉분 높이는 5m 정도다. 금관가야의 시조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인 수로왕은 42년부터 199년까지 ‘무려 157년’을 재위했다는 것이 삼국유사가 전하는 기록이다. 무덤이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각종 기록을 보면 고려 문종대까지는 비교적 능 보존상태가 좋았으나, 조선 초기에 많이 황폐했던 듯하다. 세종실록을 보면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에 대한 무덤을 중심으로 사방 30보에 보호구역을 표시하기 위한 돌을 세우고, 다시 세종 28년(1446)에는 사방 100보에 표석을 세워 보호구역을 넓힌 것으로 나타난다. 무덤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선조 13년(1580) 수로왕의 후손인 허수가 수로왕비릉과 더불어 크게 정비작업을 마친 이후다. 지봉유설 기록에 따른다면 임진왜란 때 일본인들에 의해 능이 도굴을 당했는데 당시에 왕이 죽으면 주위에서 함께 생활하던 사람들을 같이 묻는 순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로왕의 무덤 바로 옆에는 신위를 모신 숭선전이 있는데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 종친회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이곳에서 제사를 지낸다. 이곳에서의 제사 장면은 신문의 단골 사진물 소재이기도 하다.

수로왕릉은 도심 속 공원이다. 아름드리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고 연못도 조성돼 있다. 가족의 소풍 장소로도 좋고, 부부나 연인은 돌담길을 따라 산책하면 색다른 경험이 될 듯 싶다.

■구지터널에 얽힌 사연

수로왕비가 인도에서 가져온 파사석탑.
김수로왕의 부인 허황옥의 왕비릉은 구산동에 있다. 수로왕릉과 멀지 않다. 수로왕릉이 평지에 조성된 것과 달리 수로왕비릉은 야트막한 언덕에 있다. 특별한 시설은 없다. 무덤 전면에는 장대석으로 축대를 쌓고 주위에는 얕은 돌담을 둘렀다. 무덤 앞에는 인조 25년(1647)에 세운 ‘가락국수로왕비 보주태후허씨릉’이라고 새긴 능비가 있다. 무덤 바로 앞에는 ‘파사석탑(婆娑石塔)’이라는 이름의 탑이 자리 잡고 있다.

파사석탑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48년 7월 어느 날 신하들이 수로왕에게 왕비를 얻을 것을 청한다. 그러자 왕은 “내가 이곳에 내려온 것은 하늘의 명이었다. 나의 배필도 역시 하늘이 명할 것이니 염려 말라”고 답하며 해안 쪽으로 사람을 보낸다. 그때 갑자기 붉은 돛과 붉은 기를 휘날리며 한 척의 배가 다가온다. 왕은 신하를 보내 그들을 맞이하려 하지만 배 안의 왕비는 모르는 이를 따라갈 수 없다 한다. 그러자 왕은 대궐 밖에 장막을 치고 기다린다. 왕비도 배를 대고 육지로 올라 자기가 입고 있던 비단 바지를 벗어 산신에게 바친다. 왕비가 여러 사람과 보화를 가지고 행궁으로 다가가니 왕은 그녀를 맞이한다. 그리고 가야에 오게 된 연유를 이야기한다. 자신은 아유타국의 공주인 허황옥이고 부모님께서 꿈에 상제님을 보았는데 ‘가락국왕 수로는 하늘에서 내려보내 왕위에 오르게 했으나 아직 배필을 정하지 못했으니 공주를 보내라’고 하여 가락국으로 온 사연을 설명한다. 또 배를 타고 오다 수신의 노함으로 갈 수 없게 돼 다시 돌아가 파사석탑을 배에 싣고 무사히 도착했다고 덧붙인다. 이후 허왕후는 마지막까지 수로왕의 곁에서 내조를 다했다. 허왕후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열 아들 중 두 아들에게 자신의 성인 허 씨를 따르게 하여 김해 허씨 성이 유래됐다. 김해 김씨와 허씨는 혼인이 금지되어 왔다.

구지터널 위로 수로왕비릉과 구지봉이 연결돼 있다.
수로왕비릉에서 잘 조성된 오솔길을 따라 100m쯤 걸어가면 구지봉이다. 수로왕이 탄생한 바로 그 장소다. 수로왕비릉과 구지봉을 오가기 위해서는 구지터널이라는 조그마한 터널 위를 지나야 한다. 그래야 하는 까닭이 눈길을 끈다. 구지봉은 거북이 웅크린 모습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일제 때 머리 부분을 잘라내 길을 냈다고 한다. 김해 구시가지를 관통하는 지금의 왕복 2차로 도로다. 터널을 만들고 터널 위로 길을 내 연결한 것은 거북의 기를 살려내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금관가야의 시조이자 김해 김씨 시조인 김수로왕의 능.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조선시대 선조 13년(1580)이라고 기록에 전한다.
# 주변 가볼 만한 곳

- 김해박물관·한옥체험관 등 산책하듯 걸어서 둘러볼 만

수로왕릉 바로 옆의 김해한옥체험관
금관가야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국립김해박물관·대성동고분군박물관도 수로왕릉·수로왕비릉과 가까운 곳에 있다. 1998년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은 대지 4만9500㎡, 연건평 9200㎡(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다. 건물 내부는 2개의 기획전시실과 1·2층으로 연결된 상설전시실 등 3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고, 가야유물 13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대성동고분군박물관은 대성동고분군에서 4차례의 발굴조사로 출토된 자료들을 전시해 소개함으로써 역사 속에 가려져 있었던 금관가야의 실체뿐만 아니라 이곳이 금관가야의 중심지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장이다. 철을 기반으로 성장한 가락국의 기상을 이미지화한 철제 갑옷과 철기로 무장한 무사상, 기마인물상을 전시하고 있는 개관의 장과 대성동고분군에서 출토된 외래계 유물을 통해서 당시 가락국의 대외적인 교류상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는 교류의 장은 잊힌 제4의 제국 가야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만들어 준다.

수로왕릉 바로 옆의 김해한옥체험관도 한 번쯤 들러보길 권한다. 김해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한옥체험관은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고 다양한 전통놀이 체험도 가능하다. 별도의 전통식당에서는 전통음식을 즐길 수 있다.

금관가야의 유적을 살펴볼 수 있는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 구지봉, 국립김해박물관, 대성동고분군박물관, 한옥체험관 등은 서상동 구산동 등 모두 김해 구도심에 자리 잡고 있고, 거리도 멀지 않아서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둘러보는 순서는 어느 곳을 먼저 가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다. 또 주변에 주차 공간도 비교적 잘 조성돼 승용차로 찾아가더라도 불편하지 않다. 부산과 연결돼 있고 김해 시내를 지나는 경전철을 타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수로왕릉역이나 박물관역에 내리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글·사진=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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