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란민 아픔 서린 역사적 장소
- 2, 3년새 개성있는 카페 늘며
- SNS 명소·핫한 관광지로 변신
- 부산항 풍경 ‘신기산업’ 이어
- 숲 콘셉트 ‘신기숲’ 인기몰이
- 시인의 서가 같은 ‘손목서가’
- 북유럽풍·루프탑 매력 ‘카린’
- 수영장·소극장 품은 ‘젬스톤’
- 쿠폰북 챙겨가면 할인 혜택도
‘영도다리’ ‘태종대’가 연상되던 부산 영도의 이미지가 최근 2, 3년 새 확 바뀌었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풍경을 전면에 내세운 특색 있는 카페가 하나둘 생겨나더니 이제 ‘영도 카페 투어’라는 새로운 관광 형태가 자리 잡고 있다. 피란민의 아픔이 서린 역사적 장소였던 영도가 젊은 관광객이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핫’한 여행지로 변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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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에 ‘카페 붐’을 일으킨 신기산업.
영도구청 제공 |
영도가 카페거리로 떠오른 계기는 역시 ‘신기산업’이다. 청학동 비탈길 꼭대기에 2016년 12월 문을 연 신기산업은 마치 하늘에서 부산항을 내려다보는 듯한 경치를 제공해 단숨에 ‘SNS 명소’로 떠올랐다. 신기산업 주위엔 관광 명소라곤 전혀 없다. 명소에 몰린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전통적인 카페 운영 전략에서 벗어나 카페 자체를 하나의 관광 명소로 만들어 성공한 영도의 첫 사례다.
신기산업은 이제 전국적인 명소다. 부산역에 내린 국내외 관광객은 신기산업에서 부산항 풍경을 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일부러 영도를 찾는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주차가 어려울 만큼 북적인다. 신기산업은 인근에 숲을 콘셉트로 한 카페 ‘신기숲’을 개장해 또 다른 매력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기산업의 성공 이후 영도에는 다양한 콘셉트로 무장한 개성 있는 카페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생긴다. 영도구가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는 카페만 22곳이다. 그중 입소문이 가장 뜨거운 세 곳을 직접 찾아 그 매력을 탐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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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 서점’을 콘셉트로 하는 영도 흰여울마을 ‘손목서가’ 2층. 영도구청 제공 |
‘손목서가’는 1000만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로 유명한 흰여울문화마을에 있다.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흰여울마을 해안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한 손목서가가 보인다. 손목서가는 시사만화가로 활동한 손문상 씨와 부인인 시인 유진목 씨가 운영하는 ‘바닷가 서점’ 겸 카페다. 부부 각자의 이름을 따서 ‘손목’서가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손목서가는 세월이 켜켜이 쌓인 주택의 원래 모습을 최대한 남겼다. 바닥과 가구 모두 나무로 장식해 따뜻하고 소박한 분위기다. 적갈색 나무문을 열고 1층에 들어서면 서점 겸 주방이 있다. 작은 공간을 꽉 채운 짙은 커피 향과 클래식 음악에 얼어붙은 몸이 스르르 녹는다. 서적 종류는 많지 않지만 주인장이 고심해 고른 흔적이 역력하다. 인문학, 소설, 음식, 부산 관련 책이 눈에 띈다. 책 외에도 자체 제작한 에코백, 엽서, 아트상품을 판매한다. 1층엔 서너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바가 있고 2층엔 테이블이 준비돼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사서 올라가 보자. 흰 파도가 잔잔하게 일렁이는 영도 바다가 창 너머로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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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도구 청학동 ‘카린 영도 플레이스’ 루프탑에서 바라본 부산항 전경. 영도에는 이처럼 높은 지대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을 전면에 내세운 카페가 최근 2, 3년새 크게 늘었다.
영도구청 제공 |
‘카린 영도 플레이스’는 신기산업 아래쪽에 있다. 1992년 지어진 4층짜리 상가주택을 리모델링하고, 북유럽의 레트로풍 가구와 소품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꾸몄다. 신기산업보다 지대가 조금 낮은 곳에 자리 잡았지만 전망은 만족스럽다. 3·4층의 큰 창과 옥상에서 부산항대교와 오륙도가 한눈에 보인다. 옥상 즉 ‘루프탑’은 카린의 매력 포인트다. 전망을 가로막는 방해물이 전혀 없고 울타리마저 낮은 루프탑에는 북유럽풍 흰색·청색 의자가 놓여 있다. 겨울엔 추위 탓에 오래 있지 못하겠지만 ‘인생 사진’을 남길 배경으론 부족함이 없다.
카린에는 다른 볼거리도 있다. 2층 쇼룸에는 최신 트렌드의 선글라스를 상시 전시해 자유롭게 착용해 볼 수 있다. 지하에는 북유럽에서 공수한 가구와 소품이 전시돼 있다. 주방, 서재, 거실, 개인 방 등 콘셉트로 각각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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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장 내부를 그대로 살린 봉래동 카페 ‘젬스톤’. 영도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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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스톤’은 수영장 건물을 개조해 만든 카페다. 봉래동 홈플러스와 가까운 오양대교맨션 1층에 있다. 입구는 보통 카페와 비슷한 규모인데 내부는 놀랄 만큼 넓다. 1, 2층과 ‘무대공감 소극장’까지 1980㎡(약 600평)에 이른다.
젬스톤은 수영장 특유의 푸른색 타일은 물론 인명구조용 튜브, 레인 표시, 라커룸이 그대로 남겨 독특한 감성을 선사한다. 유기농 밀을 사용하고 ‘당일 생산, 당일 판매, 당일 폐기’를 원칙으로 하는 베이커리도 있으니 커피와 함께 즐겨보자. 금, 토, 일요일 저녁에는 문화기획단 무대공감이 제작한 연극 ‘론더풀 투나잇 혼자 가기 좋은 술집’이 젬스톤 내부 소극장에 오른다. 관람권과 음료권을 함께 구매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다.
※TIP-영도웰컴센터(봉래동1가 1)와 태종대유원지 입구 관광안내센터(동삼동 산 19의2)에서 쿠폰북을 받아 ‘카페 투어’(젬스톤, 신기산업, 카린 영도 플레이스, 카페 드봄)를 하면 카페별로 10~2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4곳의 카페에서 모두 확인 도장을 받으면 영도웰컴센터에서 머그잔 기념품을 준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