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국제갤러리·석천홀 찾아
- 핫한 미술전 등 감상한 뒤
- 수제 막걸리 곁들인 점심식사
- 티타임은 테라로사 커피로
- 오후엔 예술 전문 도서관 들러
- 1만여 전문서적과 독서 여행
- 마지막 행선지는 유리온실
- 희귀식물 보며 유기농차 음미
“그런데… F1963에서 뭐 해?” 타향살이하다 오랜만에 두 아이를 데리고 고향에 온 지인이 곤란한 얼굴로 묻는다. 부산의 F1963이 ‘핫’하다는 건 들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 살펴봐도 어떤 즐길 거리, 볼거리가 있는지 그림이 안 그려진다는 거다. 또 다른 지인은 소문을 듣고 F1963을 찾았다가 ‘테라로사’에서 커피만 마시고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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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수영구 F1963의 새로운 콘텐츠 ‘F1963 도서관’은 예술 서적 1만 권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시범운영 중이라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 |
부산 수영구 망미동 ‘F1963’은 45년 동안 산업용 와이어로프를 생산한 고려제강 옛 수영공장을 리노베이션해 탄생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정식 개관한 지 갓 1년이 넘었지만 벌써 전국 문화예술계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도심 폐건물 재생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F1963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을 위해 ‘F1963에서 온종일 놀기’ 코스를 짜봤다. F1963은 커피만 마시고 오기엔 너무도 아까운 공간이다. 곳곳에 숨은 매력적인 공간을 모두 체험하고 누려보길 바란다.
■오전 11시-구본창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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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구본창의 개인전이 열리는 국제갤러리. |
제2 주차장에 주차했다면 대나무숲을 지나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석천홀과 국제갤러리다. 부산시와 고려제강이 함께 만든 석천홀은 1년 내내 질 높은 문화행사를 여는데 아쉽게 당분간 전시가 없다. 가장 빠른 문화행사로는 다음 달 9일 오후 5시 예술감독 금난새의 지휘로 뉴월드 챔버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다.
낙심하긴 이르다. 석천홀 바로 옆 국제갤러리는 연중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작가를 소개한다. 다음 달 17일까지는 ‘구본창 개인전’이 열린다. 구본창은 국내에서 사진이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진가다.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분홍색 바탕의 ‘백자’ 연작을 비롯해 처음 선보이는 ‘청화백자’ 연작까지 19점이 걸려 있다. 높게만 보이던 갤러리 문턱을 넘어보는 좋은 기회다. 관람 예절만 지킨다면 언제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낮 12시-복순도가 레스토랑
점심은 복순도가 레스토랑을 선택했다. 스파클링 와인에 비견되는 톡 쏘는 맛으로 막걸리의 품격을 한층 높인 ‘복순도가’ 브랜드가 설립한 레스토랑이다. 메뉴로는 멍게 비빔밥, 불고기 비빔밥, 육회 비빔밥, 오일 파스타 등 단품과 코스 요리를 선택할 수 있다. 막걸리와 곁들이기 좋은 육회, 구룡포 햇과메기, 궁중 닭찜, 도가 편육, 모차렐라 감자전, 해물 부침개 등도 있다. 비빔밥 종류가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가격대가 다소 높지만 세련된 인테리어, 정갈하고 담백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어 후회하지 않을 듯하다. 복순도가 막걸리를 시음할 수 있는 것도 매력 포인트.
■오후 1시-테라로사 커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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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장의 숨결을 살린 커피점 테라로사. |
테라로사는 마냥 분위기 좋은 커피점이 아니다. 고려제강 옛 수영공장에서 쓰던 철판을 활용해 바와 테이블을 만들었고, 당시 사용하던 발전기와 기계를 곳곳에 배치했다. 공장의 역사를 살리면서 고급스러운 빈티지 가구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인증샷’을 부르는 인테리어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맛있는 커피와 매일 굽는 빵·디저트로 식후 티 타임을 가져보자.
■오후 2시-예술도서관과 중고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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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서점 예스24에서 책을 읽는 시민. |
F1963에 예술 전문 도서관이 시범운영 중이라는 ‘알짜 정보’가 아직 널리 퍼지지 않은 듯하다. ‘나만 알고 싶은 정보’라 그럴까. 지난달 5일 임시개관한 F1963 도서관은 미술, 건축, 사진, 디자인, 음악 분야 책 1만 권을 갖췄다. 향후 5만 권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국 서적이 2000권, 해외 서적이 8000권으로 대학도서관급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귀한 예술 서적이 즐비하다. 일반 도서관이라면 네다섯 군데 흩어져 있을 특정 예술가와 관련한 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자연 채광 아래 넓고 편안한 책상과 의자를 보니, 당장 서가에서 책을 뽑아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바닥을 파서 만든 ‘피트’ 공간에선 연주회도 열린다. 시범운영은 매주 수요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다. 중학생 이상 입장할 수 있고 한 번에 30명까지 인원 제한을 둔다. “아직 한 번도 대기 줄이 없었다”는 관계자의 귀띔이 있었다. 오는 3월 29일 정식 개관하면 회원제로 운영된다.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은 날 갔다면 중고서점 ‘예스24’도 좋은 선택이다. 새 책 같은 중고 책은 물론 아트상품, 필기구, 중고 LP 등 볼거리를 갖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후 4시-유리온실과 유기농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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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식물이 파릇파릇한 유리온실. |
책을 읽다 보면 맑은 공기를 쐬고 싶어진다. 예술 도서관 바로 앞 유리온실에서 한숨 돌리며 유기농 차 한 잔을 마시면 어떨까. 안팎에 식물이 가득한 ‘비밀의 화원’ 같은 빨간 벽돌 건물이 유리온실과 그에 딸린 찻집이다. 조경 전문가 권춘희 씨가 직접 기획한 공간이다. 온실에서는 희귀식물과 유기농 채소, 과실나무를 재배한다. 바로 옆 ‘뜰과 숲 원예점’에서 판매도 한다. 온실도 원예점도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온실 찻집에선 유기농 차와 샐러드, 주먹밥을 판매한다. 건강한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주차 TIP-공휴일과 주말은 이웃 코스트코를 찾는 고객이 많아 차량 진입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좌수영로에서 오는 것보다 도시철도 3호선 망미역에서 수영고가차도 아랫길을 이용하거나 고려제강기념관이 있는 구락로 141번길로 와서 제2 주차장이나 고려제강 본사 주차장에 주차하면 훨씬 수월하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