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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1> 독일 함부르크 해양박물관

선박 프로펠러로 상징… ‘바다를 수집한’ 소년, 항구도시 미래 바꿨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02 19:16:25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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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붉은 벽돌 건물 고친 박물관
- 페터 탐의 평생 수집품 전시해
- 도시재생 하펜시티 랜드마크로

- 고대·중세·현대 함부르크 오간
- 세계의 선박 모형 5만 점부터
- 1000만 점이 넘는 사진 자료
- 해군·선원 유니폼도 수백 벌

- 중국·이슬람 오스만 제국의 힘
- 2차대전 등 전쟁사도 오롯이

어느 한 개인의 노력과 힘은 어디까지일까. 함부르크 해양박물관을 찾아가면서 내내 들던 생각은 페터 탐(Peter Tamm)이란 한 인간에 대한 ‘경외심’이었다. 함부르크 출신의 경제학도로서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고, 신문사를 경영하기도 했던 탐. 일설에는 그가 대여섯 살 때부터 바다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중요하고도 명백한 사실은 그가 함부르크를 무대로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해양유물을 수집했다는 점. 남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은퇴할 시점인 80세에 접어든 1988년, 그는 평생 수집한 유물을 함부르크에 기증한다. 이로써 해양박물관의 토대를 마련한다. 한 개인의 노력과 힘이 결코 국가나 사회의 거대한 힘에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탐의 일생이 잘 보여주었다. 한국에도 바다를 무한 사랑하는 그러한 ‘탐’이 있을까를 생각한다.
   
함부르크 해양박물관 정문을 지키고 있는 거대한 선박 프로펠러 실물 모습.
■박물관 토대… 무한 바다 사랑

10만 점이 넘는 개별 아이템과 100만 점이 넘는 사진, 5만 점의 모형, 4000점의 유화와 수채화, 수백 벌의 역사적인 유니폼과 수만 점에 달하는 건축도면 등은 탐의 수장품에서 출발했다. 이에 더해 박물관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대대적으로 유물이 수집되었다.

그렇다면 연재의 첫 출발이 왜 함부르크 해양박물관일까. 역사적 깊이나 유물의 종류에서는 런던의 그리니치 해양박물관이 단연 선두주자다. 그러나 체계적 계열적 분류와 과학적 안배 등을 놓고 보면 함부르크 해양박물관이 단연 돋보인다. 기본에 충실하다 못해 어쩌면 질리도록 독일적인 과학성으로 꾸며진 박물관. 한마디로 ‘백과전서 박물관’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함부르크 시가지 전경.
함부르크는 엘베강을 따라서 무려 110㎞ 올라온 강항. 하구에 닿으면 발트해와 연결된다. 함부르크에서 기차로 1시간여 거리인 뤼벡은 한자동맹의 중심도시였다. 서쪽으로는 한자동맹의 하노버와 브레멘, 브레머하펜 같은 유수의 무역 전략거점이 포진해 있다. 해양 강대국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독일이 웅비의 꿈을 품고 바다로 나래를 편 거점이 바로 함부르크. 빌헬름 황제와 비스마르크 시대의 붉은 벽돌 건물이 너무도 실용적이고 반듯하게 들어서서 건물들끼리 분간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 중 하나를 리노베이션하여 박물관으로 변신시킨 것. 하펜시티 자체가 도시 재생의 전범이며 박물관은 그 전범의 문화적 표징과도 같다.

박물관 정문을 들어서면 거대한 선박 프로펠러가 환영한다. 지층에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거대한 대포들, 1944년에 쓰던 나치 군대의 중형잠수정이 있다. 레스토랑과 선물가게 등이 있는 로비에서 한 층 더 올라가면 ‘Discover the world’로 꾸며진 곳이다. 유명 항해지도와 콜럼버스, 마젤란, 바스 코 다가마 등 세기의 발견자들 브론즈 흉상이 줄지어 있다. 특이한 것은 중국 정화와 북아메리카 최초 발견자로 알려진 바이킹 에릭손(Lief Erik son, 970~1020)의 흉상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세계의 발견, 발견의 시대를 성찰하며, 항해의 다양한 도구를 선보인다.

■프로펠러… 선장이 그린 그림까지

   
함부르크 해양박물관의 토대를 마련한 페터 탐(사진 출처 위키백과). 그는 평생 모은 해양유물을 함부르크에 기증했다.
1, 2층은 ‘항해하는 배들’. 고대 중세 현대의 항해사를 다루는 데 선박에서 가장 중요한 ‘동맥’ 중의 하나인 로프에 관한 상세 유물이 돋보인다. 유럽뿐 아니라 중국과 이슬람 오토만제국, 식민지의 무역과 화약까지 배려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대체로 유럽의 해양박물관에서 중국이나 이슬람의 힘을 간과하는 것과 대비된다. 3층은 선박의 역사를 다룬다. 선박의 목재와 선박용 모델, 도구가 모여 있다. 오늘날의 함부르크 선박모델(HSVA), 최첨단 엔진에 이르기까지 집약되어 있다.

4층은 해군의 역사. 독일병정을 포함한 세계의 해군복과 모자, 선상 의례와 축제, 진수식 도끼로부터 축포용 총기까지, 그리고 배에서의 의료 활동과 실생활이 사진 그림 모형 훈장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5층은 독일 해군의 전개 과정. 잠수함, 군함, 해군기와 제2차 세계대전 때 항공모함까지 전쟁의 해양사로 채워진다. 6층은 무역선과 각종 선박의 세계. 역사적 증기선으로부터 조난과 구난으로 채워진 해상 안전의 세계, 일반 화물선으로부터 벌크선, 탱크선, 컨테이너선 그리고 초호화 여객선과 요트까지 진열되어 있다. 모형은 축적을 잘 따져서 합리적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설명문도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게 ‘설명적’이다.

7층은 심해저 탐사가 ‘마지막 프런티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다. 8층은 네덜란드, 프랑스, 러시아, 영국, 스칸디나비아, 독일 등의 해양예술을 전시하고 있다. 선장들이 그린 그림도 모여 있는데 그 수준이 정상급이다. 보물방에는 귀한 접시, 섬세한 선박 모형 등 선박의 고급 취미 여가생활품으로 채워져 있다. 9층은 거대한 찬장에 1/1250 축적의 약 5만여 점에 달하는 선박 모델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들 선박 모델은 이 박물관의 매력적인 수집품이자 세계에 내놓아도 그 숫자나 품격에서 손색이 없는 수준을 자랑한다.

■도시 재생의 전범 함부르크

   
함부르크 해양박물관 상징 로고.
거듭 말하거니와, 독일식 과학성과 합리성으로 채워진 백과전서식 박물관이라 관람을 마치면 ‘해양 수업’을 들은 느낌이랄까. 그러한즉 프랑스에서 느끼는 ‘널널한’ 그런 기대치는 갖고 가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한 해양박물관이다.

함부르크의 변신은 격렬하기까지 하다. 유럽 물류의 헤게모니를 네덜란드 로테르담이 쥐고 있는 조건에서 함부르크는 스마트 항구라는 21세기형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를 겨루었다. 도시 전체를 아예 모조리 바꿀 결정도 내렸다.

하펜시티의 탄생과 전개 과정은 세계 도시 재생의 전범과도 같은 것이 되었다. 사무용 건축과 공공건축, 초등학교와 대학교, 해양박물관과 과학센터, 크루즈센터, 바스코 다 가마 플라자. 마르코 폴로 광장 등이 속속 들어섰다. 붉은 벽돌의 단조로움을 깨면서 유리와 신소재로 무장한 첨단 건축물이 도시 변화를 주도하는 중이다. 운하 사이로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이 오가는 중이고, 박물관에서 함부르크 역전까지는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여서 관람객을 끌어들이기에 유리한 위치다.
   
옛 붉은 벽돌 건물을 리노베이션 해 만든 함부르크 해양박물관 외관. 박물관 옆으로 엘베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해양박물관의 육중한 무게는 함부르크 역사의 무게와 같을 것이다. 한때 가난한 독일인들이 유럽으로, 남아메리카로 이민을 떠났던 부두. 제2차 세계대전의 파괴와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서 재출발한 항구. 그러면서도 유럽 유수의 항구로 되살려낸 함부르크 사람들의 의지가 부두 곳곳에 담겨 있다. 과학 탐사에서 대탐사를 기록한 훔볼트 역시 이 항구 도시에서 세계로 떠났다. 이 모든 역사의 무게가 함부르크 해양박물관에 실렸다.

   
함부르크는 낭만과 객기, 뱃사람의 풍류와 노마드적 삶이 도시 곳곳에 배어 있는 항구이기도 하다. 한때 비틀스가 노래하던 풍류의 항구. 그들이 뛰던 선술집에는 영광의 포스터와 사진이 붙어 있어 오늘도 손님을 유혹한다. 항구는 역시나 떠도는 노마드가 잠시 스쳐가는 ‘술집 순례의 도시’다.

국립해양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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