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다음 달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5편의 외국어 영화상 후보가 차례로 발표된 후 수상작이 적힌 카드를 눈으로 읽은 시상자의 입술이 움직인다. 그리고 “더 위너 이즈 ‘버닝’(The Winner is ‘BUNNING’)”이라고 외친다. 객석에 앉아 있던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전종서, 스티브 연이 일어나 환호하고, 할리우드 스타들의 박수 속에 천천히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라 오스카 트로피를 받고 수상 소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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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1차 후보에 오른 ‘버닝’. 파인하우스필름 제공 |
이 장면은 상상으로 그려본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한 장면이다.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지난달 18일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발표한 1차 후보 9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국영화는 1963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마더’, ‘맨발의 꿈’, ‘고지전’, ‘피에타’, ‘범죄소년’, ‘해무’, ‘사도’, ‘밀정’ 등이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지만 1차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만큼 아카데미의 벽은 높았고, ‘버닝’은 한국영화 최초로 1차 후보에 올랐다. 과연 ‘버닝’은 오는 22일 발표되는 최종 후보 5편 안에 들어 전 세계 영화인의 ‘꿈의 무대’라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본선 후보 5편에 들어야 한다. ‘버닝’과 함께 1차 후보에 오른 작품은 ‘가버나움’ ‘로마’ ‘콜드 워’ ‘더 길티’ ‘어느 가족’ ‘아이카’ ‘네버 룩 어웨이’ ‘길 위의 새들’ 등이다. 이 작품들은 칸영화제를 비롯해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검증을 받았다.
물론 ‘버닝’도 지난해 5월 개최된 칸영화제 중 경쟁 부문에 올라 영화제 데일리 비평가 평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프랑스 비평가협회, LA 영화비평가협회, 토론토 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으며, 스티브 연은 ‘버닝’으로 전미비평가협회 최우수조연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수상은 못 했지만 미국 방송영화비평가협회의 ‘2019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미국 뉴욕타임스와 프랑스 저명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2018 최고의 영화’에도 포함됐다. 유아인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배우 12인’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6일 개최돼 ‘미리 보는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 일컬어지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9편의 아카데미 1차 후보 중 ‘로마’, ‘어느 가족’, ‘가버나움’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라 ‘로마’가 수상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로마’와 ‘가버나움’이 본선 후보로 유력하며 ‘버닝’, ‘어느 가족’, ‘콜드 워’, ‘더 길티’가 나머지 세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은 투표에 참여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6000여 명과 미국 영화산업계의 인정을 받는다는 점, 전 세계 영화 팬에게 한국영화의 위상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감독인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외국어상 후보에 올라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