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여행 탐구생활 <10> 186번 시내버스서 본 풍경

피란수도의 추억, 깡깡이 마을의 울림…버스 타고 돌아본 역사의 흔적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가야역서 ‘다른 부산’ 찾아 출발
- 굽이굽이 오른 산복도로 피란촌
- 전쟁 상흔과 서민 애환 오롯이
- 주택 지붕이 주차장인 진풍경도

- 영도대교 건너자 조선소들 즐비
- 항구도시 매력 고스란히 느껴져
- 동삼동 해안풍경 보자 감탄 절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서양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 부르는 리스본의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도심을 오가는 강렬한 레트로풍의 트램이다. 여러 노선 중 주요 관광지를 오가는 가장 핵심적인 노선이 28번 트램이다. 소설가 김연수가 지난해 펴낸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의 한 단락인 ‘밀물처럼 밀려오던 리스본의 노스탤지어’에 이 트램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을 리스본으로 이끈 건 이 노란색 28번 트램이었다는 그는 리스본 방문 내내 이 트램만 주야장천 타고 다녔다. ‘이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트램 타는 정취를 맛보기 위해서’라는 그는 트램을 타고 지나가며 본 거리의 풍경과 리스본 사람들의 삶을 간직했다. 그런 그가 이 단락 끝부분에서 한 이야기는 부산의 한 시내버스다. 뻔한 부산, 서울에서도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닌 ‘다른 부산’을 보고 싶었던 그에게 지인이 권해준 게 바로 186번 시내버스였다.
   
부산 중구 영주동 역사의 디오라마에서 바라본 186번 시내버스와 부산항 풍경. 서민의 애환이 서린 동구와 중구 산복도로는 부산 구도심 최고의 전망대이기도 하다.
■차창 너머 바라보는 부산의 역사

항구도시 부산은 한편으로 도심 어디에서도 산을 볼 수 있고 전국 어느 대도시보다 산지의 비율이 높은 산의 도시이다. 그래서 거의 부산에서만 쓰이는 산복도로(山腹道路)란 말도 있다. 한때 포털사이트에 산복도로를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급경사 오르막을 운행하는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시내버스는 주민에게는 생활이겠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부산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산복도로를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여럿 있는데 대표적인 게 186번이다. 186번 버스는 영도구 태종대에서 출발해 영도대교 국제시장 산복도로 가야시장을 거쳐 사상터미널(사상역)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노선을 운행한다. 소설가 김연수는 ‘다른 부산’을 보려고 도시철도 2호선 가야역 앞에서 범천동 방향으로 가는 이 버스를 탔다.
   
태종대에서 출발해 사상까지 운행하는 186번 시내버스 노선 가운데 가야역~차고지 일부 역명.
‘가야시장 맞은편으로 가서 186번 버스를 타보라’고 한 지인의 말대로 ‘다음 날 나는 186번 버스, 그것도 운전수 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날을 그는 ‘그리고 그건 내가 알지 못하던 부산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었다고 회고한다. 다음 번에는 피란지 부산의 삶과 애환을 담은 노래까지 준비해서 다시 타봐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그가 본 다른 부산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는 더 적지 않았지만 186번 버스를 타며 이동하는 동안 보이는 부산 구도심의 풍경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마치 리스본 거리의 28번 트램처럼 186번 시내버스를 타고 부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이 중첩된 거리와 사람들을 봤을 터이다. 그의 경험을 공유하려면 역시 운전사 뒤의 좌석에 앉아야 한다. 그래야 산복도로 풍광과 영도의 해안 풍경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동일파크맨션 정류장에서 내려 168계단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도심.
가야시장 정류장을 출발해 범천동의 범천교회를 지나며 버스는 오르막을 가기 시작한다. 도시철도 범일역에서 ‘친구의 길’을 지나오면 만나는 이 일대는 범일골목시장에서 신발박물관이 있는 ‘누나의 길’로 이어진다. 예전 진양고무 삼화고무 등 신발공장에 다니던 여공이 많이 살던 안창마을과 범일동 일대를 기억하고자 만들었다. 이 근처에서부터 민주공원 아래 삼거리까지 망양로가 이어지는데 버스는 정확하게 이 길을 따라간다. 망양로를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산과 주택, 부산항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산복도로 주택가는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거처할 곳을 찾아 위로, 위로 올라가며 작은 마을이 만들어지고 차츰 규모가 커지며 동구 초량동에서 중구 영주동, 서구 동대신동으로 확장했다. 산복도로를 구불구불 다니는 버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부산의 역사를 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도로 바로 옆 주택의 지붕이 주차장이 되는 진풍경은 이곳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 어디서든 조망이 시원하게 트이는 산복도로에서는 중첩된 주택 지붕 너머로 신축하는 고층 건물과 공사가 한창인 매립지가 부산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버스가 건너는 영도대교에서 바라본 부산대교와 봉래동 예부선 계류장.
■영도 조선소와 환상적인 해안 풍경

186번이 산복도로만 다닌다면 여느 버스와 다를 게 없다. 해발 150m 안팎의 고지대를 달리던 버스는 민주공원 아래 역사의 디오라마를 지나며 은하아파트, 동아아파트, 금호아파트 등 크지 않은 아파트 앞을 거쳐 국제시장으로 간다. 부산근대역사관과 용두산공원을 바라보고 백산기념관 근처를 지난 버스는 마침내 영도대교를 건너 영도로 들어선다. 왼쪽으로는 거대한 쇼핑센터가 시선을 압도하지만 오른쪽으로는 깡깡이 마을 길이 지나는 동네의 고만고만한 건물과 조선소들이 편안하게 시선을 다독인다. 영도대교를 건넌 버스는 드넓은 부지를 높은 담장으로 가린 한진중공업 옆을 지난다. 항구 도시 부산을 확연하게 느끼게 해주는 조선소 앞길은 부산항대교로 가는 고가도로 아래로 이어진다.

   
한국해양대·부산해사고 정류장에서 내려 바라본 동삼동패총전시관과 조도.
청학119안전센터에서 남동쪽으로 방향을 튼 버스는 영도구청을 거쳐 해양 관련 기관들이 들어선 동삼동 혁신지구에 닿는다. 국립해양박물관을 비롯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산해양수산개발원 부산해양경찰서 등을 골고루 거친 버스는 한국해양대 입구의 동삼동패총전시관을 거쳐 태종대 입구에서 2시간이 넘는 왕복 여정을 마무리한다. 186번 버스는 앞서 말한 누나의 길이나 국제시장, 영도대교 등 여러 명소를 거치는데 제대로 이 노선의 장점을 누리려면 가야시장에서 태종대까지 내리지 않고 내처 달리며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를 권한다.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6. 6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7. 7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8. 8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9. 9“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北 해커, 비트코인만 1만8270개(약 1조8701억원 ) 훔쳤다
  8. 8[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9. 9국회 최다선 국힘 조경태 의원, 국제신문 회생 노력 지지하고 지광 스님에게 회생 동의 촉구
  10. 10李대통령 국정 지지율 36.9%로 소폭 상승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8. 8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9. 9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10. 10캐릭터로 동심 공략하고, 어른 향수도 자극하고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6. 6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7. 7“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8. 8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속보]미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도로에 제트기 추락, 탑승자 9명 전원 사망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