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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진 섬 곳곳에 알록달록 성당…‘일본의 로마’

일본 고토 열도 여행

  • 국제신문
  •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  입력 : 2019-02-06 19:10:1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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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서 가톨릭이 처음 뿌리 내렸던
- 오키나와를 제외한 최서단 지역

- 푸른 바다 배경의 붉은 도자키 성당
- 메이지 초기 건축양식의 고린 성당
- 준공 100년 맞은 에가미 천주당 등
- 역사 품은 아기자기한 유적 수두룩

- 오니다케산·다카하마 해수욕장 등
- 아름다운 자연 경관도 매력적

일본 고토 열도를 갔다 왔다는 말을 하면 대개 반응이 이렇다. “교토가 아니라 고토? 거긴 대체 어디냐?”
   
일본 고토 열도 히사카섬에 1881년 지어진 옛 고린성당(왼쪽)과 1985년 지어진 고린 성당. 옛 고린성당은 메이지 시대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가톨릭 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고토는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다. 고토는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 최서단에 위치하고 있다. 행정구역은 나가사키현에 포함된다. 제주도 동남쪽으로 180㎞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 우리나라와는 꽤 가까운 편이다. 140여 개 섬 중 가장 큰 후쿠에섬의 인구가 4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현지에서는 “20대보다 90대가 더 많다”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고토에는 이러한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역사가 서려 있다. 고토는 일본에서 가톨릭이 처음 뿌리 내린 곳이다. 이후 종교 박해를 피해 수많은 사람이 고토로 숨어들어 일본 가톨릭의 명맥을 이었다. 2016년 기준 일본의 가톨릭 신자 비율은 0.3%에 불과하지만, 고토에서는 14.6%가 가톨릭을 믿는다는 조사가 나올 정도다. 고토가 ‘일본의 로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다.

■고토 상징하는 ‘키쿠레 키리시탄’

   
오니다케산 정상에 오르면 후쿠에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토에는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유한 가톨릭 문화가 남아 있다. 이를 대표하는 단어가 ‘키쿠레 키리시탄’이다. ‘숨어 있는 가톨릭 신자’라는 뜻이다. 일본 에도시대에 금교령(1614년)을 피해 고토로 숨어든 신자들을 일컫는 단어다. 이들은 금교령이 해제(1873년)될 때까지 250년가량 자체적인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종교는 가톨릭의 모습과 달라졌다. 라틴어 미사가 구전으로 계승됐기 때문에 전통 가톨릭과 큰 차이를 보인다. 가톨릭 특유의 전례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교령 해제 이후 대다수가 전통 가톨릭으로 편입됐지만, 일부는 끝까지 자신들만의 종교를 지켰다. 후쿠에 성당 나카무라 주임 신부는 “키쿠레 키리시탄은 사실상 의미가 사라진 상태”라며 “해안가 일부에 그들이 미사를 지내던 터가 남아 있지만, 실제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개성 넘치는 성당이 곳곳에

   
현재 가톨릭 자료관으로 활용되는 고토 최초의 성당인 도자키 성당.
고토에서 가장 유명한 가톨릭 유적은 도자키 성당이다. 고토 시내에서 차로 25분 정도만 이동하면 닿을 수 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붉은 벽돌 건물이 인상적이다. 도자키 성당은 1880년 지어진 고토 최초의 성당(1907년 재건축)이다. 금교령 해제 이후 고토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 1873년 12월 24일 첫 성탄 미사를 올린 곳에 지어졌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미사를 진행하며, 평소에는 일본 가톨릭 박해의 역사를 품은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자키 성당의 정원에서는 성 요하네 고토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요하네 고토는 일본 26성인 중 유일한 고토 출신이다. 가톨릭을 믿는다는 이유로 19살에 처형됐다. 순교 이후 필리핀, 마카오 등으로 옮겨졌던 요하네 고토의 유해는 도자키 성당에 가톨릭 자료관이 생기면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후쿠에섬 인근의 히사카섬의 옛 고린 성당도 대표적인 가톨릭 유적이다. 인구 4명밖에 되지 않는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옛 고린 성당은 1881년 지어진 목조건물이다. 1985년 바로 옆에 새 성당이 지어졌다. 당시 옛 건물은 철거하려 했으나, 메이지 초기 성당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유산이라는 지적에 보존하기로 했다.

히사카섬의 로우야노사코 순교기념성당은 고토 가톨릭 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1868년 히사카섬에서 고문으로 순교한 42명의 가톨릭 신자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당시 고문 방식은 다다미 12장 정도 면적의 건물에 200여 명을 밀어넣는 방식의, 일명 ‘착즙’고문이었다. 누울 수도 없었고 몸을 움직일 자리도 없었다. 음식은 하루에 고구마 하나가 전부였다. 로우야노사코 성당 뒤편에는 순교자들의 비석을 만들어놨다.

나루섬의 에가미 천주당은 지난해 준공 100주년을 맞았다. 내부 기둥의 나이테 문양이 모두 사람이 그린 것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소박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유리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성당 빼고도 볼거리 가득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는 ‘베이비 쿠’ 카페 운영자 시라하마 씨.
성당에 관심 없는 관광객에게도 고토는 매력적인 곳이다.
오니다케산은 후쿠에섬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어 고토 첫 방문지로 추천함 직하다. 높이가 315m밖에 되지 않아 정상까지 걸어서 10분이면 충분하다.

후쿠에섬의 오세자키 등대는 보는 이를 압도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이 등대는 2010년 개봉한 일본 영화 ‘악인’에 배경으로 등장했다. 덕분에 영화팬들의 발걸음이 아직도 이어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2㎞의 산길을 걸으면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다카하마 해수욕장은 일본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일본 해수욕장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반대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도자키 성당과 붙어 있는 카페 Baby Qoo는 지역 명물이다. 시라하마(87) 할머니가 아들과 함께 운영한다. 가게 안쪽에는 골동품을 방불케 하는 소품으로 가득하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올리기 제격인 곳이다.


# 고토에 가려면

- 나가사키공항서 후쿠에까지 30분 정도면 도착 가능해
- 내부 관광은 투어코스 이용

   
나루섬의 대표적 가톨릭 관광지인 에가미 천주당.
고토로 가기 위해서는 나가사키나 후쿠오카에서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나가사키 공항에서 고토 후쿠에 공항까지는 비행기로 약 30분이 소요된다. 후쿠오카를 경유한다면 약 40분이 걸린다.

나가사키와 후쿠오카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항공편과 마찬가지로 나가사키와 후쿠오카(하카타)에서 배를 타면 된다. 페리 기준 나가사키~후쿠에는 3시간25분, 나가사키~나루는 4시간30분이 소요된다. 하카타~후쿠에는 9시간30분, 하카타~나루는 8시간40분이 걸린다.

고토 내부를 돌아다니는 데는 투어코스를 이용 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후쿠에~히사카~나루섬의 가톨릭 관련 관광지를 둘러보는 반나절 코스가 1만2000엔(1인)에 판매되고 있다. 투어 코스에 점심식사와 현지 택시 이용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국제운전면허증이 있다면 전기자동차를 빌려 직접 둘러보는 것이 편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고토시 관광협회(0959-72-2963) 고토 고용창조추진협의회(0958-95-2711) 고토시 관광물산과(0959-74-0811·한국어 상담 가능)로 연락하면 도움을 구할 수 있다.

글·사진=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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