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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의 남방불교 사찰 순례 <3> 담블라 석굴사원

동굴사원 지키는 붓다, 깨달음의 손짓으로 순례자 이끌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13 18:53:2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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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국 버리고 12년간 피신해 있던
- 발랑감바 왕이 세운 동굴 사원

- 2100㎡ 달하는 벽화 더불어
- 깨달음을 얻은 불상 153개
- 힌두교 신 동상 동굴 곳곳에

- 불교 성지로 추앙받는 현재
- 붓다 생애 그린 그림 돌아보며
- 언어 너머의 길을 생각해본다

최초로 불교가 전래된 미한탈레를 거쳐 아누라다푸라 숙소에서 며칠 동안 머무를 때, 앞서 다녀간 배낭여행자들이 남겨 놓은 책이나 숙소 게시판에 꽂혀 있는 포스트잇은 여행의 한가로움이나 다음 행선지를 정할 고민을 거두어 준다. 그 고민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숙소 주인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인쇄한 ‘스리랑카의 동굴’(LLC Books-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기사를 수집해 인쇄된 것과 다운로드 가능한 파일로 판매하는 클럽)을 건넨다. 그 도움으로 폴로나루와(Polonnaruwa), 시기리야(Sigiriya)를 거쳐서 담블라 석굴사원(Dambulla Cave Temple)으로 가는 일정이 쉽게 잡힌다.
   
담블라 석굴사원 입구에서 순례자들에게 손짓하는 부처님상.
■동굴은 사원이 되고

사원 출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황금사원’과 ‘법륜 돌리기(Dharmacakra Mudra)’로 된 지붕 위에 앉아서 순례자에게 손짓을 하고 있는 불상이다. 그 손짓은 가슴 바로 앞에서 밖을 향한 오른손과 안을 향한 왼손 검지와 엄지의 끝을 연결하여 원을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즉 붓다가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후 녹야원에서 다섯 수행자에게 처음으로 설법(초전법륜·Dharmacakra-pravartana)할 때의 모양이다. 순례자들은 붓다의 설법, 법륜은 그 손가락의 위치에 맞닿아 있는 심장에서 우러나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조각상의 안내로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르면서 사원의 역사를 싱할라어로 새겨 놓은 비문 대신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건네준 책을 본다. 책에는 사원의 연대기를 ‘BC 7~3세기 원시인들이 거주, BC 1세기 불상과 벽화 등으로 동굴 사원 건립 시작, AD 5세기 불탑 조성, AD 12세기 힌두교 신의 동상 건립, AD 19세기 동굴(제4, 5 굴)과 벽화 추가, AD 20세기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지정, 동굴 복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동굴은 남인도의 침공으로 아누라다푸라 왕국을 버리고 12년간 피신해 있던 발랑감바 왕(Valagamba Abhaya·BC 103~77)에 의해서 사원으로 바뀐다. 이후 플론나루와 왕국 말라 왕(Nissanka Malla·1187~1196), 캔디 왕국(Kandy) 싱하 왕(Kirti Sri Raja Singha·1734~1782)의 지원 아래 현재 불상 153개, 스리랑카 왕의 동상 3개, 힌두교 신의 동상 4개, 2100㎡의 벽화 등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사원 초기에 만들어진 첫 번째 석굴은 ‘신성한 왕의 동굴’(Devarajalena lena)이라고 이름 지어진다. 사원의 건립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담긴 비문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열반에 든 붓다와 불교 경전의 편찬을 완성한, 슬픔에 잠겨 있는 아난다(Ananda) 존자, 그리고 그의 머리맡에는 붓다의 후견인으로 스리랑카 불교의 수호자 유펄밴(Upulvan·인도 비슈누 Vishnu와 동일시되는 신)이 앉아 있다.
   
담블라 석굴사원.
■사원은 불교의 성지로

쿠시나가르(Kushinagar)에서 열반에 드는 붓다를 중심으로 한 장면을 조각이나 벽화로 묘사한 석굴을 지나면 두 번째 ‘위대한 왕의 동굴(Maharaja lena)’이 기다린다.

석굴에 들어서면 순례자를 맞이하는 동상은 붓다의 와불상 주위에 서 있는 불교의 수호신 유펄밴(Upulvan), 국토의 수호신 사만(Saman·보현보살)이다. 그 곁을 ‘미래의 부처’ 마이트레야(Maitreya·미륵보살)와 ‘현세의 주인’ 알바로키테스바라(Avalokiteshvara·관음보살)가 지키고 서 있다. 사원을 만든 발랑감바 왕과 말라 왕은 그 보살의 보호를 받으면서 석굴을 지키고 있다.

위대한 왕을 중심으로 조성된 석굴은 세 번째에 이르러서 ‘위대한 새로운 수도원’(Maha Alut Vihara)으로 승려들의 수도 공간이 된다. 싱하 왕은 캔디 왕국에서 불교의 부흥을 위한 붓다의 일생을 그린 자타카(Jataka·본생담)를 비롯해 예배와 같은 영적인 행위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춤 등을 천장과 벽면에 가득 채운다.

싱하 왕에 이어서 캔디 왕국은 사원을 불교의 성지, 전국을 불국토로 만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파시마’가 ‘서쪽’ 혹은 ‘몸의 뒤쪽’을 뜻한다고 네 번째 석굴은 파시마 비하라(Paschima Viharaya) 혹은 ‘서쪽 사원’이라고 불리며, 다섯 번째 석굴은 데바나 알룻 비하라(Devana Alut Viharaya)라고 불린다. 붓다는 제4 석굴 중심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하는 형상을, 제5 석굴에서는 와불의 형상으로 순례자들을 맞이한다. 붓다의 조각상을 중심으로 앞의 석굴들이 그렇듯 불교와 국토의 수호자 보살들, 자타가와 경배를 드리는 순례자들이 천장과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열반에 드는 붓다와 그 일생을 그린 자타카를 시작과 끝으로 하여 참배를 드리고 석굴을 나오면서 출입구 지붕에 앉아 있는 붓다가 깨달았을 때 손의 모양을 되돌아본다.

   
사원은 붓다의 깨달음을 시작으로, 석굴은 열반을 시작과 끝으로 하고 있다. 더구나 사원은 ‘법륜 돌리기’라는 문자를 보여주고 석굴은 붓다와 그 생애에 관한 조각이나 그림을 보여줄 뿐이다. 다시 길을 떠나려고 버스를 기다린다. 그 길은 ‘사람의 말/ 언어 너머에 길이 있다’(중국 선종 제3대 조사 승찬의 ‘신심명’에서).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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