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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도시’ 위용…되살린 뱃길 위에서 감상하다

포항운하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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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빈항·형산강 잇는 길이 1.3㎞ 운하
- 2회 연속으로 ‘한국관광100선’ 선정
- 쇠퇴해가던 지역에 관광객 몰려들어

- 조그만한 11·44·55인승 크루즈선 이용
- ‘탈랑교’·‘말랑교’ 등 이름 가진 보행교
- 강변 산책로에 설치된 다양한 조형물
- 과자 채 가는 갈매기 무리 등 볼 수 있어

- 홍보관·카페테리아·야외전망대 갖춘
- ‘포항운하관’에선 운하 역사 한눈에

경북 포항의 젖줄 형산강과 동빈내항을 연결하는 포항운하를 운항하는 크루즈 여행이 연중 내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관광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사진은 크루즈선 승객이 포항운하 양옆으로 펼쳐진 전경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
동해안 대표적인 항구도시이자, 포스코의 도시 포항시에 운하가 있다는 것은 솔직히 지금까지 몰랐다. 그리고 이 운하에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크루즈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았다. 그런데 이 운하는 알고 보니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2회 연속 선정될 정도로 이름난 관광지다. 육지 속 항구인 동빈내항과 포항의 젖줄인 형산강을 잇는 포항운하는 2014년 1월 개통됐다. 전체 구간 1.3㎞, 너비 15~26m 규모다. 송도 죽도 해도 등 5개의 섬 사이로 흐르던 형산강과 영일만 바닷물이 만나던 동빈내항은 옛날부터 포항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항구였다. 하지만 70년대 포항제철소(현 포스코)가 들어서고 주변 도심이 개발되면서, 주택난 해결 등의 목적으로 매립된 이후 형산강 지류 물길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물길이 끊어지면서, 바닷물이 동빈내항에 갇혀 버렸고 그 후 썩어가는 물과 오염물질로 내항 인근은 사람들이 살기 힘든 슬럼가로 급속히 쇠퇴했다. 포항운하는 동빈내항을 되살려놨을 뿐 아니라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4층 건물 높이의 포항운하관은 홍보관카페테리아, 편의점,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다.
포항운하가 시작되는 곳은 인근 도시 경주에서 발원한 형산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이다. 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별도 매표소에서 크루즈선 탑승권을 샀다. 탑승료는 어른 기준 1만2000원이다. 출발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손님 수가 맞춰지면 방송을 통해 탑승권 번호를 안내한다. 잠깐 기다리는 동안 포항운하관 건물로 들어갔다. 4층 높이 건물에는 포항의 과거와 현재, 포항운하 복원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관, 카페테리아, 편의점, 야외 전망대가 있다. 홍보관에는 운하를 건설할 때 삶의 터전을 흔쾌히 내준 827세대 이주민 2225명의 귀한 뜻을 기리며 세대주 이름을 하나하나 새긴 ‘이주자의 벽’이 있다. 3, 4층의 외부 보행교를 통해 운하 양옆으로 조성된 산책로로 진입할 수 있다. 운하관 건물 1층은 필로티 형식으로 비어 있는데 강물이 범람할 때를 대비한 것이다.

■크루즈 여행 내내 볼거리 가득

포항운하 크루즈선 승객이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
크루즈선에 탑승하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선착장에서 만난 배는 조금은 실망스럽다. 크루즈선 하면 으레 연상되는 대형 여객선이 아니고 10명 남짓 탑승하는 조그마한 배다. 포항운하 크루즈선은 11인승의 이 배와 44, 55인승 등 세 종류가 있다. 운하 출발 지점을 가로지르는 도로 밑으로 통과해야 해 큰 배는 운항이 불가능하다. 젊고 잘생긴 선장은 이곳을 지나며 “부딪힐 수 있으니 머리를 숙여요”(실제 안 부딪힘)라고 겁을 줘 승객들이 한바탕 웃었다. 배 크기에 대한 실망은 출발과 동시에 금세 반전됐다. 크루즈선 진행 방향으로 왼쪽은 해도동, 오른쪽은 송도동이다. 운하 건설로 송도동은 옛날처럼 섬이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쁜 보행 전용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 이름이 재미있다. ‘타시겠습니까’라는 뜻인 경상도 사투리 ‘탈랑교’다. 3개의 보행 전용 도로가 있는데 나머지 2개 이름은 ‘말랑교’와 ‘우짤랑교’다. 양쪽 산책로는 경관조명이 설치돼 야경이 더 아름답다. 다양한 미술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첫 자동차 통행 다리인 송림교를 지난 지점의 역기를 번쩍 든 ‘장사의 꿈’이라는 조형물을 가리키며 선장은 “저 장사는 5년 동안 역기를 한 번도 내려놓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자동차 통행 다리인 송도교까지가 운하다. 여기서부터는 동빈항구다. 갑자기 갈매기가 무리를 지어 배를 따라오며 반긴다. 같이 있던 승객들은 일제히 준비해 온 새우깡을 꺼내 갈매기에게 내민다. 갈매기들은 익숙한 솜씨로 손에 쥐고 있는 새우깡만 재빨리 채 갔다. 새우깡은 포항크루즈선 탑승의 필수 준비물이다. 왼쪽으로 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이 보이고, 오른쪽은 해군의 퇴역 함정인 포항함 체험관이 시야에 들어온다. 크고 작은 조선소도 보이고 포항해양경찰서도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가니 왼쪽으로 포항여객선터미널이다.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은 여기서 탄다. 터미널 앞에는 등대가 보이고, 등대 너머는 영일대(북부)해수욕장이다. 이제부터는 완전히 바다로 나온 셈이다. 속도를 제법 높인 배가 영일만의 파도를 헤치며 나아갔다. 출발할 때 봤던 거대한 포스코의 위용이 눈앞에 펼쳐졌다. 배는 포스코 쪽으로 더 나아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려 선착장에 다다랐다. 운하와 영일만을 둘러보는 크루즈선을 운항하는 시간은 40분 정도다. 파도가 높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여객선터미널 근처에서 바다로 나가지 않고 되돌아오는 코스다. 짧은 크루즈 여행이지만 내내 심심하지 않고 머리 식히기에도 좋다. 한마디로 가성비 높은 크루즈 여행이다.


◆근처 가볼 만한 곳

- 싱싱한 해산물에 저렴한 맛집까지 … 동해안 최대 규모 ‘죽도시장’

죽도시장 내 횟집에서 주인이 제철을 맞은 대게를 살펴보고 있다.
포항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이다. 점포 수가 1300여 개에 달한다. 포항사람도 길을 잃는다고 할 만큼 큰 시장이다. 200개가 넘는 횟집에서는 사계절 저렴한 가격으로 동해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 시장 근처로 다가가자 차량과 사람이 뒤엉키기 시작하는 등 명성에 걸맞게 활기가 느껴졌다. 시장 내 공영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량은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시장 입구의 소머리국밥을 파는 집들은 밖에서 얼핏 봐도 하나같이 빈자리가 드물 정도로 손님이 많다. 소머리국밥은 죽도시장 대표 먹거리 중 하나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휴일을 맞아 장을 보러 나온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북적북적했다. 죽도시장의 ‘간판’인 어시장 쪽으로 가자 싱싱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찔렀다. 제철 맞은 대게를 파는 가게에서는 주인과 손님이 가격을 놓고 흥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즉석에서 썰어주는 고래고기도 지나가는 사람이 군침을 삼킬 정도로 먹음직스럽다. 고래고기를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손님도 많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문어도 어시장의 눈요깃거리다. 이 지역 겨울철 명물인 과메기를 파는 가게도 주인의 손놀림이 바쁘다. 서울에서 단체 여행을 왔다는 박모(여·45) 씨는 “수산물이 서울보다 훨씬 싱싱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해 놀랍다”며 오징어를 사서 가방에 넣었다.

죽도시장에는 수산물을 파는 횟집만 많은 게 아니다. 수제비와 칼국수, 생선구이가 함께 나오는 보리밥 정식 등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당도 많다. 군것질거리를 파는 노점도 많다. 한 길거리 노점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어 가보니, 대게빵을 파는 곳이다. 대게 모양인 데다 실제로 대게 살이 들어갔다는 것이 주인의 설명이다. 가격도 꽤 비쌌지만 불티나게 팔렸다. 죽도시장에는 호떡 파는 노점도 여러 곳이다. 호떡은 수수 옥수수 흑미 치즈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고급화했다. 총각으로 보이는 주인은 호떡을 굽느라 쉴 틈 없지만 돈 버는 즐거움에 힘든 줄 모르는 얼굴이다. 어떤 중년배 손님은 호떡 굽는 손놀림이 신기한 듯 눈을 뗄 줄 몰랐다.

죽도시장에 오면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 즐겁다.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하지만 대부분 전통시장이 그렇듯 죽도시장도 예전만 못하다. 몇 해 전부터 대형마트가 포항에 잇따라 문을 열면서다. 시장을 빠져나오다 만난 한 상인은 “옛날에 손님이 한창 많을 때와 비교하면 요즘은 한산해진 편이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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