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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행 탐구생활 <13> 청사포 고양이 마을

처음 본 길냥이도 다가와 부비부비… 캣맘들이 일군 공생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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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사포 입구쪽 샛길일대 500m
- 캣대디 활동 펴던 유용우 대표
- ‘고양이마을’ 프로젝트 추진

- 목공기술 활용 급식소 만들고
- 밥과 물 놔두고 깨끗하게 관리

- 길냥이들 즐겨 찾는 급식소 7곳
- 가게안·SNS서 쉽게 확인 가능

- 동해남부선 폐선따라 걷다보면
- 다릿돌전망대 아찔한 맛은 덤

일본 아오시마섬과 대만 허우통마을의 공통점은? 바로 길고양이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은 ‘고양이마을’이라는 점이다. 두 마을에는 고양이를 원 없이 보고 싶어 하는 국내외 애묘인들의 발길이 이어져 관광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길고양이 학대 뉴스가 들리는 나라다. 예부터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고, 길고양이를 죽여없애야 하는 ‘해충’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다. 이런 한국에 ‘고양이마을’이 생길 수 있을까. 놀랍게도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한 마을에서 ‘고양이마을’ 프로젝트가 펼쳐지고 있다. 아오시마섬과 허우통마을처럼 수많은 고양이가 모여 사는 형태는 아니다. 길고양이와 사람의 평화로운 공존을 목표로 하는 한국 스타일 ‘고양이마을’이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 고양이마을’에 있는 ‘청사포와 봄’ 카페 앞에서 길고양이 ‘호빵이’가 봄볕을 쬐며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청사포 고양이마을은 ‘청사포 입구 사거리’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큰길에서 우측으로 빠지는 샛길에 있다. 길고양이에게 정기적으로 밥을 주는 ‘캣맘’ 집들이 분포한 약 500m의 ‘캣 웨이’ 주위를 고양이마을이라 지칭한다. 청사포 고양이마을의 허브는 ‘고양이 발자국’이라는 상호의 한 가게다. 길고양이 급식소, 고양이 가구, 고양이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고양이 발자국’의 유용우(38) 대표가 사비를 털어 지난해 말부터 청사포 고양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신도 ‘집사’인 유 대표는 집고양이와 달리 길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이 눈에 밟혀 2012년부터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캣대디’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길고양이 밥을 정기적으로 놓아두고 관리하는 ‘길고양이 급식소’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웃들이 ‘캣맘’ ‘캣대디’ 활동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밥 주는 자리가 불결해진다는 것이었다. 급식소를 두고 깔끔하게 관리하면 이웃들의 인식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찾았지만 판매하는 곳이 없자 취미로 배운 목공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제작했다. 이것이 인연이 돼 직장을 그만두고 2016년 본격적으로 길고양이 급식소 제작업체를 창업했다.
   
청사포 고양이 마을 전경. 왼쪽은 동해남부선 폐선, 아래쪽은 청사포 바닷가로 이어진다.
“급식소를 주문받을 때 캣맘들이 하소연하세요. 길고양이 밥 주는 문제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싸웠다, 이웃 주민과 갈등을 빚었다는 내용이죠. 급식소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길고양이 인식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걸 느끼고 다른 방법을 고민했어요. 길고양이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고양이마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죠.”

   
카페 앞에 놓인 길고양이 급식소.
청사포 고양이마을에서 길고양이를 만날 확률이 높은 장소는 7개의 고양이 급식소 주변이다. 급식소는 사람 무릎 높이만 한 나무 재질의 사각형이다. 안에 밥과 물이 항상 놓여 있다. 급식소 옆에는 고양이 캐릭터를 그려 넣은 표지판도 세워져 있다. 한 급식소를 이용하는 고양이는 서너 마리. 밥을 먹고 떠나는 고양이도 있지만 급식소를 집 삼아 놀고 쉬는 고양이도 있다. 급식소 7곳의 위치는 ‘고양이 발자국’ 가게 안이나 유 대표 SNS에서 알아낼 수 있다. 가정집에 있는 급식소는 들어가기 힘들지만 식당이나 카페에 설치한 급식소는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여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고양이 발자국’에서 판매하는 길고양이 캐릭터 상품.
기자가 찾아갔을 땐 모두 6마리의 길고양이를 만났다. 유 대표의 가게에서 인터뷰할 때 점박이 ‘낭만이’가 조심스럽게 들어와 밥을 먹고 사라졌고, 할머니 캣맘집 노란 담벼락 아래에서 햇볕을 쬐는 얼룩이도 봤다. 카페 ‘청사포와 봄’에서는 세 마리를 만났다. 카페 주인 윤승찬 씨가 카페 앞에 급식소와 잠자리, 장난감까지 갖춰 고양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듯 보였다. 따뜻한 봄 햇볕을 쬐며 꾸벅꾸벅 조는 ‘호빵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찌뿌듯한 마음이 ‘힐링’ 되는 느낌이었다. 청사포 바닷가 모리 식당에서는 노란색 길고양이 ‘모리’를 만났다. 처음 봤는데도 먼저 다가와 머리와 엉덩이로 비벼대며 인사를 건넸다. 마침 급식소 사료가 똑 떨어져 있었다. 사료를 기다리며 식당 앞에 망부석처럼 앉아 있는 모리 모습에 웃음이 났다. 청사포 고양이마을은 소소하지만 따뜻한, 새로운 감성의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청사포 고양이마을에 아오시마섬이나 허우통마을을 상상하고 온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다른 동네보다 조금 많은 길고양이, 조금은 사람을 덜 경계하는 길고양이와 만난다는 기대 정도로 방문하면 좋다. 가까이 다가가 만지려 하기보단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 정도로 만족하자. 이색적인 카페도 많아 길고양이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쉬어가기 좋다.

■청사포 다릿돌전망대는 덤

고양이마을만 둘러보기 아쉽다면 동해남부선 폐선을 따라 기장 방향으로 걷다 보면 도착하는 ‘청사포 다릿돌전망대’까지 가보자. 폐선이 고양이마을 중간을 통과하기에 어느 때라도 합류하면 된다. 고양이마을에서 전망대까지 거리는 1㎞가 안 된다. 바다 풍경을 즐기며 쉬엄쉬엄 걷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다.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다릿돌은 청사포 해안에서 해상 등대까지 가지런히 늘어선 암초 다섯 개가 ‘징검다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복 멍게 해삼 성게 등 해산물이 많아 청사포 해녀들이 물질하는 단골 장소다.

다릿돌 근처에 세워진 청사포 다릿돌전망대는 바다 위의 다리 같은 형태다. 바닥의 일부를 유리로 마감해 시퍼런 바다를 방문자의 발밑에서 볼 수 있다. 유리로 된 바닥에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다리가 찌릿찌릿, 오금이 저린다. 그 재미가 청사포 다릿돌전망대의 매력 포인트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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