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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행 탐구생활 <14> 오륜동 나들이

회동수원지 황톳길서 맨발의 봄 … 도시인 무장해제 시킨 ‘부산 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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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수원보호구역인 오륜본동
- 회동수원지 ‘본가’라 불려
- 호수와 숲 한꺼번에 조성돼
- 도심 속 ‘힐링 스팟’ 자리매김

- 1㎞의 평탄한 황톳길 걷고
- 편백숲 속에 앉아 도란도란
- 땅뫼산 둘레길 봄 산책에 제격

- 아쉽다면 부엉산 전망대 추천
- 야트막한 산 15분 가량 오르면
- 아홉산 봉우리도 한눈에

‘이불 밖은 위험’했던 겨울이 가고 완연한 봄이다. 도심에서 벗어나 보드라운 햇볕을 쬐고 초록빛 자연을 보며 ‘힐링’하고 싶은데 한나절밖에 시간을 낼 수 없다면, 부산 금정구 ‘오륜동 나들이’가 어떨까. 도심에서 차로 10여 분이면 도착하는 마을이지만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묶여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
   
부산 금정구 오륜동 땅뫼산 둘레에 조성된 황톳길. 회동수원지와 아홉산을 바라보며 맨발로 걸을 수 있다.
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 4번 출구를 나오면 오륜동행 마을버스(5번) 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다. 주말 낮엔 15분, 평일엔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장전역에서 마을버스 종점인 ‘오륜본동마을’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 택시를 타면 10분도 안 돼 도착한다. 마을에 공영주차장이 없고 대부분 카페나 식당 부설주차장이라 자가용은 되도록 가져가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마을버스를 타고 오륜정보산업학교 정류소를 지나 오륜대터널을 통과하면 차창 밖 풍경이 갑작스레 달라진다. 부산을 벗어나 시골마을로 온 듯 한적하다. 지금은 왕복 2차로 옆으로 벚꽃과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곳은 기온이 도심보다 다소 낮아 벚꽃 만개일도 사나흘 늦다고 한다.

   
종점인 오륜본동마을에서 내리면 본격적인 오륜동 나들이가 시작된다. 오륜본동은 회동수원지 중앙부 물가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로 회동수원지의 ‘본가(本家)’로 불린다. 회동수원지는 산중에 있는 부산 시민의 상수원이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부터 조성하기 시작해 1960년대에 완공됐다. 회동수원지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접근이 막혔다가 2010년 1월부터 개방됐다. 지역 주민은 큰 불편을 겪었지만 그 덕분에 자연이 잘 보존돼 호수와 숲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스폿’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른바 부산의 ‘DMZ(비무장지대)’다.

회동수원지의 총넓이는 2.17㎢, 둘레는 20㎞, 직선거리는 약 6㎞다. 회동수원지 둘레 전체를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쉬지 않고 걸으면 대략 6시간이 걸린다. 1시간10분(상현마을~땅뫼산 수변덱), 1시간30분(땅뫼산 수변덱~동대교) 코스만 걸어도 회동수원지를 체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땅뫼산 편백숲.
쉬엄쉬엄 산책 정도로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다면 오륜본동마을의 땅뫼산 걷기가 제격이다. 땅뫼산은 오륜본동 안쪽에 있는 아담한 동산이다. 회동수원지와 바로 접해 경치가 훌륭하다. 땅뫼산 둘레길 1㎞는 황톳길로 조성돼 있다. 황톳길은 오르막 내리막 경사가 심하지 않아 아이나 노인이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맨발로 걸어도 안전하도록 금정구가 매일 황톳길을 청소한다. 이정수(60) 금정구 생태체험지도사는 “땅뫼산에 있는 황토와 대전 계족산 황토를 섞어 인공적으로 조성했다”며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맨발로 걷는 사람이 많다. 맨발 걷기로 발을 자극하면 신체 부위를 마사지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혈액 순환 장애, 불면증, 무좀 치료와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오륜대 절벽을 바라보는 이정수 금정구 생태체험지도사.
황톳길을 반쯤 걸으면 편백숲이 나온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숲속의 식물이 만들어 내는 살균성을 가진 모든 물질)’를 많이 뿜어내는 수종이다. 피톤치드는 심장과 폐기능 향상,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다. 편백숲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도시락이나 간식을 가져와 먹기 좋다. 이 생태체험지도사는 “주말엔 빈 테이블과 벤치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피톤치드는 낮 12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한다.

편백숲 앞쪽 회동수원지 물가에는 정자와 수변덱이 조성돼 있다. 회동수원지 건너 아홉산의 아홉 개 봉우리가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장소다. 잠시 벤치에 앉아 잔잔한 호수와 인공물이라곤 전혀 없는 자연 그대로의 아홉산 봉우리를 한눈에 담아보자. 땅뫼산 황톳길을 쉬지 않고 걸으면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황톳길 끝 지점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돗가가 있으니 맨발 걷기를 했다면 참고하도록.
   
부엉산 전망대에서 본 오륜본동마을과 땅뫼산, 회동수원지.
땅뫼산 걷기로는 아쉽고, 회동수원지를 한눈에 조망하고 싶다면 부엉산 전망대에 올라가길 추천한다. 오륜본동마을 김민정갤러리 가까이에 부엉산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어른 걸음으로 정상까지 15분 걸리는 야트막한 산이나 아이들이 오르기엔 만만치 않다. 이 생태체험지도사는 “부엉산 이름은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졌다. 부엉이는 둥지를 짓지 않고 바위틈에 알을 낳아 기르는데, 부엉산 정상 부근에 바위가 많다”고 설명했다.

부엉산 정상에서 보는 회동수원지와 산세가 절경이었다. 이곳에 왜 다섯 노인(신선)이 지팡이를 꽂고 놀았다는 ‘오륜대(五倫臺)’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 오륜대 절벽을 보고 싶다면, 올랐던 길 반대편인 수원지마을로 향하는 등산로로 내려가 보자. 취수장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면 오륜대의 깎아지른 절벽이 선명하게 보인다.


※나들이 TIP

부산 금정구가 기획한 ‘도시가 품은 쉼, 회동수원지 소풍여행’ 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 2019년 생태테마관광 육성사업 10선에 선정됐다. 사업의 일환으로 ▷회동수원지 편백숲 힐링 ▷오물딱조물딱 회동수원지 만들기 ▷어드벤처 in 회동 ▷회동수원지 생태 체험 ▷생태 문화 트레킹 ▷생태 실버 트레킹 등 상설 체험 프로그램이 주말에 운영된다. 걷기 축제, 달빛 여행, 생태운동회 등 특별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금정구 홈페이지(www.geumjeong.go.kr) 참고.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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