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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그림 입힌 담벼락에 분청자기 역사 오롯이

김해 대감마을 여행

  •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입력 : 2019-04-03 19:23:54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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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최초 여성 도공 백파선의 고향
- 사창·가야 시대 철 제련소 유적 등
- 마을 문화 스토리, 벽화 통해 재현
- 예쁜 농촌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 김해시, 슬로시티 체감 관광지 선정

- 자연미 넘치는 대포천 한때 오염 심각
- 주민 스스로 1급수 하천으로 되살려
- 둑길엔 2㎞ 거리의 덱 산책로도 조성

모든 것이 그렇지만 관광도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주어진 시간에 한 곳이라도 더 둘러보기 위해 일정을 빡빡하게 짜고 종종걸음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두 장소에 머물며 느긋하게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쪽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다소 붐비더라도 유명 관광지 위주로 찾기를 원하는 반면 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내실을 갖춘 곳에서 옹골찬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번잡한 도시에 사는 사람은 한적한 곳을 찾고 싶을 수도 있고, 반대로 휘황찬란한 도시를 관광지로 선호할 수도 있다. 어떤 여행이 더 좋으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지 여행자의 목적이나 취향 문제일 뿐이다. 경남 김해시 동쪽에 자리 잡은 상동면. 상동면 소재지인 대감마을은 ‘느림’ ‘농촌’ ‘예쁨’ ‘조용함’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다. 김해시는 얼마 전 대감마을을 포함한 지역 내 다섯 곳을 슬로시티 체감 관광지로 추천하기도 했다. 김해는 지난해 ‘빠름과 느림이 균형을 이룬 도시’를 지향하며, 국내 14번째로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했다.
   
경남 김해시 상동면 대감마을은 분청자기 가마터, 가야 시대 철 제련소, 조선 시대 물류 거점 사창이 있던 고장이다. 마을이 보유한 문화유산에 얽힌 이야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벽화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마음이 편안해진다.
■문화 입혀…찾는 농촌으로

대감(大甘)이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가 궁금했다. 고려 때 감물야향(甘勿也鄕)이었고 조선 초기까지도 감물야촌(甘勿也村)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감물 마을인데 우리말로 하면 달물 마을이다. 대감마을은 세 가지의 주요 문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분청자기가 이곳에서 생산되었다는 내용이 기록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마을 야산에서 자기를 구웠던 가마터가 발굴됐고, 정부 차원의 정밀조사를 앞두고 있다. 일본 아리타에서 ‘도자기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선 최초 여성 도공 백파선을 배출한 마을이기도 하다. 가야 시대 철 제련소도 이 마을의 금동산 자락에 있었다. 조선 시대 곡물 저장과 물류의 거점인 사창도 이곳에 있었다. 그래서 얻은 대감마을의 또 다른 이름이 삼통(三通) 문화마을이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 달물을 나라에 진상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런 문화적 배경으로 볼 때 진상품이 철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에서 대감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중앙고속도로 상동IC를 빠져나와 우회전하면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매리정수장을 거쳐 가는 69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 오른쪽 차창으로 봄이 무르익은 낙동강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김해 시내에서도 승용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다.

상동면사무소 뒤편 야트막한 야산에 자리 잡은 대감마을은 얼핏 보아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아담하고 예쁜 마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주요 문화자산을 입히면서 전혀 다른 마을이 됐다. 대감마을이 보유한 문화 스토리를 벽화를 통해 재현해 놓은 것이다. 골목 구석구석 모든 집의 담에는 대감마을의 역사를 재현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봄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은 한적한 골목을 거닐며 분청자기에 얽힌 얘기, 백파선과 관련한 일화를 읽거나 그림으로 보면 마치 야외 박물관에라도 온 듯하다. 마을 한쪽의 교회 바깥 담에도 이 교회의 역사를 풀어놓은 벽화가 있다. 어느 시인이 이 마을을 주제로 쓴 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채소밭에서 일하던 한 할머니는 “부산에 사는데 마을이 예뻐서 몇 해 전에 밭을 사서, 주말마다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면사무소 바로 옆 마을회관 건물 1층에는 ‘백파선쉼터’라는 이름의 카페도 있는데, 백파선과 분청도자 등에 얽힌 스토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놨다. 대감마을 벽화는 2년 전에 그려졌다. 이봉수 위원장을 비롯한 이 마을 개발위원들이 정부의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지정받아 추진했다. ‘떠나는 농촌’이 아닌 ‘찾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야 철기문화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벽화.
■자연미 넘치는 대포천 둑길

마을 앞 도로 건너 금동초등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 뒤편으로는 지방하천인 대포천이 낙동강을 향해 흐르고 있다. 대포천은 부산과 양산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매리정수장과도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한때 주변의 급격한 공업화로 인해 오염되면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1급수로 되살려놓은 하천이다. 대포천 살리기 사업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마을과 가까운 대포천 둑길에는 하천을 따라 약 2㎞ 거리의 덱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가까이서 본 대포천 물은 1급수답게 싱그러움이 넘쳐났다. 둑길 주변은 주민들이 심은 다양한 색깔의 꽃까지 어우러져 그림 같은 모습이다. 사실 요즘 웬만한 도심 하천 주변은 생태사업을 통해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대포천 산책로는 도심 하천을 걷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다. 경치도 경치지만 공기와 물의 냄새 자체가 인공미가 없고 자연스럽다고나 할까. 힐링이라는 단어가 오버랩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감마을 문화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스토리텔링 카페.
이 마을 개발위원회는 금동초등학교 근처에 별도의 농지를 확보하고, 농촌체험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외지인들의 신청을 받아 이곳에서 지역 특산물인 산딸기를 비롯해 감자 옥수수 등 각종 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관광객들이 농촌의 겉만 구경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 생활의 속살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농촌체험이라는 추억도 만들 수 있다. 이봉수 개발위원장은 “농촌체험교실 운영을 위한 준비를 대부분 마쳤으며 이르면 올해 여름부터는 실제 운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포천 제방길을 따라 조성된 덱 산책로 모습.
상동면 일대에는 5월이면 산딸기가 지천이다. 이곳 산딸기는 예쁜 선홍색에 씨도 작아 바로 따서 먹을 수 있다. 맛도 달고 새콤하다. 상동이 이처럼 산딸기로 유명해진 지 10년 남짓 된다. 산딸기가 심어진 지는 40년이 넘는다.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 산천 곳곳에서 자라던 산딸기를 여러 번 개량해 지금의 품종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산딸기를 이용해 만든 와인과 식초 등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산딸기영농조합이 주축이 된 축제도 매년 열리고 있다.


# 주변 가볼 만한 곳

- 맑은 물·울창한 숲·큰 암석…수려한 경관 뽐내는 장척계곡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장척계곡.
대감마을에서 신어산 쪽으로 올라가면 장척계곡이다. 장척계곡은 장유대청계곡과 함께 김해를 대표하는 2대 자연 계곡이다. 장척계곡은 신어산 줄기에서 뻗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따라 자연적으로 생성된 유원지로, 계곡물이 깊고 맑으며 울창한 산림과 큰 암석이 어우러져 자연 경관이 수려한 곳으로 한여름이라도 함부로 발을 담글 수 없을 만큼 물이 차고 맑다. 시골만의 정서를 느끼면서 한가로이 산을 오르고 계곡을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휴양객이 많이 찾는다. 여름이면 부산과 경남 주민들이 많이 찾는 피서지다. 장척계곡 주변에는 토종닭 백숙과 꿩요리를 파는 식당이 있는데, 맛이 뛰어나다.

장척계곡 주변 산꽃마을에는 신어산자연숲 캠핑장도 있다. 장척힐링마을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캠핑장에서는 목공예체험을 비롯한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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