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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 물든 강변 따라 새겨진 선사인의 삶

울산 울주 선사시대 유적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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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곡천 사연호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
- 쉽게 구분하기 힘들어 해설사 도움 필요
- 천전리 각석·공룡 발자국 화석도 이색
- 울산암각화박물관서 실물모형 등 전시

- 영남 최고 큰 덮개돌 가진 언양 지석묘
- 흔한 바위 같지만 선사시대 역사 간직

울산 울주군 두서면의 백운산에서 발원한 태화강은 동쪽으로 흐르다가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태화강 상류 대곡천은 가지산에서 흘러온 물줄기와 합류하기 전 두 차례 흐름을 멈추는 데 바로 대곡댐과 사연댐이다. 이 두 개의 댐 사이 물줄기가 크게 굽는 두 곳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선사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있다. 이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으로 만들어진 사연호에 잠기는 위치에 있어 문화재 보존과 상수원 확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오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울산시가 올해 중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으로 구성된 대곡천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게다가 지역 시민단체는 사연댐 수위를 낮춰 영구적으로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시민 물 절약 캠페인에 나섰다. 새로 돋은 버드나무 잎이 연초록으로 강변을 물들여 봄빛 가득한 울산 울주군 일대의 선사 유적지를 찾았다.
   
울산 울주군 두서면의 백운산 동쪽 계곡에서 발원한 태화강 상류 대곡천은 대곡댐 상류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용틀임하듯이 여러 차례 굽이돈다. 대곡댐과 사연댐 사이 굽이치는 강물이 깎은 암벽에 반구대 암각화(위)와 천전리 각석이 새겨져 있다.
■대곡천 물길 따라 새겨진 선사인의 삶

35번 국도의 반구대삼거리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넘어가면 울산암각화박물관 앞에서 대곡천과 만난다. 반구마을을 지나 반구서원 앞을 돌아가면 동매산 자연 습지의 제방 위 목조 다리를 건너 반구대 암각화를 향해 간다. 강변 저지대에는 물오른 버드나무가 연두색 빛을 발하고 있다. 용각류 발자국 화석을 지나 모퉁이를 돌면 문득 강 건너 100m쯤 떨어진 거리의 암벽이 눈에 들어온다. 점토와 모래가 굳어 만들어진 퇴적암에 새긴 반구대 암각화는 사실 쉽게 찾을 수 없다.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퇴적암층에 새겨진 암각화를 보려면 망원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북향의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는 망원경으로도 구분하기 어렵다. 이럴 때는 헛심을 쓰지 말고 가까이 있는 해설사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노련한 해설사가 망원경을 고정해 주면 한결 쉽게 고래나 호랑이를 찾을 수 있다. 암각화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암벽 옆에서 햇빛을 비추는 오후 늦은 시간에 잘 보인다. 봄에는 오후 4시부터 5시30분 사이다. 암각화를 먼발치에서 바라본 아쉬움은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달래면 된다. 반구대와 천전리 각석 실물 모형, 암각화에 나오는 동물들을 비롯해 선사시대 울산에서 산 사람들의 삶과 당시 자연환경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다.

   
반구대에서 대곡천을 따라 2㎞가량 상류에 있는 천전리 각석은 울타리는 쳐져 있지만 반구대 암각화와는 달리 바로 앞에서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 너비 10m가량의 바위 면에는 청동기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화뿐만 아니라 신라 시대 명문과 그림도 새겨져 있다. 천전리 각석 건너편 암반에 있는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도 빼놓을 수 없다. 대곡댐 아래 대곡박물관은 대곡댐 수몰 지역에서 발굴한 유물과 언양 일대 역사문화를 전시하고 있다. 7000년 역사를 뒤로하고 1970년에 주민 제보로 발견된 천전리 각석은 우리나라 학계에 최초로 알려진 암각화라는 의미가 있다. 이듬해 역시 주민의 도움으로 찾은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 각각 국보로 지정됐다. 이미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반구대 암각화가 우선등재 목록 선정에 이어 세계유산에 등재되길 기대해본다. 오는 26~28일에는 반구대 암각화 앞 공터와 반구대갤러리, 집청정, 언양 전통시장 일원에서 대곡천 반구대 축제가 열린다. 선사 생활 재현 경진대회, 1박2일 대곡천계곡 선사힐링 캠프, 대곡천 선사길 트레킹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한 지석묘

   
영남 일대에서 가장 큰 덮개돌이 있는 언양 지석묘.
울주지역의 선사 유적은 반구대 일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언양읍과 상북면에는 흔히 고인돌로 불리는 지석묘가 산재해 있다. 특히 석남사로 가는 방향의 언양읍 끝부분에는 영남지역에서 가장 큰 덮개돌이 있는 언양 지석묘(울산 울주군 언양읍 웃방천4길 19)가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서 살짝 내려앉은 사각형의 대지에 드러누운 지석묘는 한눈에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주변에 주택이 없던 예전에는 지나다니다 쉽게 눈에 들어왔지만 지금은 주택과 아파트가 둘러싸 도로 옆 안내판을 보지 못하면 지나치기 쉽다.

이곳에서 석남사 방향으로 가다가 상북면 향산리에 접어들어 오른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마을길 옆에 향산리 지석묘(울산 울주군 상북면 향산다개로 54-3)가 옹색한 모습으로 누워 있다. 언양 지석묘에 비하면 크기도 한결 작은 데다 도로가 개설되며 옆으로 밀려난 듯한 형세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반곡리 지석묘(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곡리 633)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마을 뒤 언덕 정상의 밭 한가운데 누운 둥그스름한 모양의 지석묘는 울타리가 쳐진 사유지에 있어 멀찍이 서서 볼 수밖에 없다. 검은색 비닐이 덮인 밭 중간의 지석묘 옆에는 큰 물통이 있어 앞에 서 있는 문화재 안내판이 아니라면 야산에 있는 흔한 바위로 여길 법하다.
   
대곡천 천전리 각석 맞은편에 있는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근처 가볼 만한 곳

- ‘갯마을’ 정취에 빠져볼까 … 화장산 자락에 들어선 ‘오영수문학관’

   
언양읍을 내려다보는 화장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오영수문학관.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일광해수욕장의 북쪽 끝. 일광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곳에 자그마한 별님공원이 있다. 강송교 앞 공원 모퉁이에는 작은 문학비가 있다. 세 사람이 손잡은 형상의 조각이 얹힌 화강암 비신에 ‘아낙네들은 해순이를 앞세우고 후리막으로 달려갔다.… 달음산 마루에 초아흐레 달이 걸렸다.…’라고 적힌 난계 오영수 갯마을 문학비다.

소설가 오영수는 1943년 당시 경남 양산군 일광면 화전리로 이사와 생활하며 ‘갯마을’을 집필했다. ‘갯마을’과 ‘메아리’‘수련’ 등의 작품집을 펴낸 소설가 오영수의 고향이 바로 울주군 언양읍인데 언양 지석묘 바로 앞 화장산 자락에 오영수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지석묘를 보는 길에 잠시 들러 ‘갯마을’의 정취에 빠져보자.

2014년 1월 개관한 문학관은 아담한 규모이지만 오영수의 일생과 작품 세계가 알토란 같이 정리돼 있다. 1층 전시실에는 대표작의 구절을 소개하는 전시물에 이어 그의 창작실을 재현한 난계서실과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대표 단편집 앞에 걸린 헤드셋에서는 소설의 한 대목이 흘러나온다. 전시실을 둘러보면 오영수 선생의 다재다능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국어 교사에 앞서 미술 교사로도 교단에 선 그의 이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림과 벼루, 연적이 관람객을 맞는다. 그의 편지 글씨는 우아하기까지 하다. 낚시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선생이 한 대회에 참가해 받은 1등상 상장이 이채롭다.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와 해설을 해준다.

문학관뿐만 아니라 언양읍 일대에는 그와 관련해 찾아볼 만한 곳이 많다. 문학관이 있는 화장산은 꽃장산으로도 불리는데 산의 동쪽 자락에 오영수 선생의 무덤이 있다. ‘작가 오영수 여기 잠들다’라고 새긴 작은 묘비가 서 있다. 언양읍 중심의 언양읍성에는 그의 생가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의 모교인 언양초등학교 교정에는 동창회가 세운 오영수문학비가 있다. 학교는 2015년 읍성 북쪽으로 이전했는데 문학관 입구의 오영수 문학길 안내도에는 여전히 언양읍성 안에 학교가 있는 걸로 표시돼 있다.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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