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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지 않은 자연 속 스며든 문학의 향기에 빠지다

전남 장흥여행

  •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입력 : 2019-04-17 19:05:4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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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채꽃·메밀꽃 유명한 선학동 마을
- 이청준 소설 ‘선학동 나그네’ 무대
- 영화 ‘천년학’ 개봉 이후 관광객 몰려

- 조선 시대 ‘관서별곡’ 지은 백광홍
- 한승원·송기숙 등 지역 출신 문학가
- 작품·삶 모습 등 천관문학관서 전시

- 득량만 조망 가능한 정남진 전망대
- 체험 통해 배우는 물과학관도 가볼 만

전남 장흥군은 지명이 하나 더 있는데 ‘정남진’이다. 서울 광화문의 정동 쪽 나루는 정동진, 정남진은 광화문에서 정남 쪽으로 내려오면 만나는 바닷가 나루라는 의미다.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에 좌표점이 표시돼 있다. 정남진이 접해 있는 남해 바다는 득량만이다. 바다뿐 아니다. 장흥에는 전남 3대강이라 불리는 탐진강이 흐르고, 전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히는 천관산도 품고 있다. 바다와 강, 산과 계곡을 고루 갖췄다. 산 좋고 물 맑기로 유명한 남도의 대표적인 고장이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은 곳이다. 장흥에서 선학동 마을, 천관 문학관, 정남진전망대, 물과학관 등을 둘러봤다. 어디를 먼저 가든 순서는 관계없다.
   
전남 장흥군 회진면 선학동 마을 입구에 있는 주황색 지붕의 이 집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에서 세트장으로 쓰인 주막 건물이다. 선학동 마을은 이청준 작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된 장소이며, 천년학은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노오란 유채꽃과 득량만이 한눈에

장흥군의 남쪽 회진면 선학동마을. 공지산이라는 산기슭에 연초록 물감을 덮은 듯한 계단식 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그사이로 조그마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밭에 심긴 식물의 정체는 유채꽃과 메밀꽃이다. 마을 건너편은 득량만의 너른 바다다. 이청준 작가가 1979년 발표한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무대다. 이청준 작가는 이 지역 출신이다. 임권택 감독은 2007년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천년학’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이청준 작가는 선학동 나그네에서 “포구에 물이 차오르면 관음봉을 한 마리 학으로 물위를 떠돌았다. 선학동은 그 날아오르는 학의 품에 안겨진 마을인 셈이다. 동네 이름이 선학동이라 불리게 된 연유이다”고 했다. 천년학 개봉 이후 전국적으로 명성을 타자 마을 공식 명칭을 산저마을에서 선학동으로 바꿨다. 마을 입구에는 주황색 지붕을 얹은 외딴집 한 채가 눈길을 끄는데 , 천년학의 세트장으로 쓰였던 주막 건물이다. 영화 촬영 이후로는 사용되지 않지만, 주막 평상에 앉으면 영화 장면이 오버랩된다.

마을로 접근하면 여행객들이 유채꽃을 보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고, 길 중간중간에 쉼터며 이청준 작가에 관한 안내판 등도 마련되어 있어 걷는 재미도 준다. 이청준 작가의 생가도 바로 이웃 마을에 보전돼 있다. 선학동 마을은 1994년 전라남도·광주지방검찰청이 ‘범죄없는 마을’로 선정할 정도로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때묻지 않은 무공해 마을이다.

선학동 마을에서는 봄이면 유채꽃 축제가, 가을이면 메밀꽃 축제가 열려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올해 유채꽃 축제는 시기가 조금 미뤄졌다. 마을 관계자는 “매년 4월이면 축제를 개최했지만 올해는 한 달 미뤄 5월 중순에 개최한다”고 전했다. 다음 달에 장흥을 방문하면 노란빛으로 물결치는 선학동 유채꽃과 멀리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를 찾아볼 수 있다.

■걸출한 문학가 배출한 고향

   
장흥이 배출한 문학인들의 활약을 확인할 수 있는 천관 문학관.
선학동 마을을 찾기 전에 이 마을을 배경 삼아 소설을 쓴 작가 이청준에 대해서 알아보면 더 알찬 여정이 될 듯 싶다. 이청준 작가의 활동상에 대해서는 선학산 마을에서 멀지 않은 ‘천관 문학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흥군은 ‘한국문학의 고향’이란 별칭도 지니고 있다. 정철의 ‘관동별곡’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관서별곡’을 지은 백광홍이 태어난 곳이면서, 현대에도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등 걸출한 문학가들을 배출했다. 이들 문학가의 작품 속에는 장흥의 역사와 삶, 풍경이 녹아 있다. 천관산 자락에 자리 잡은 문학관은 다양한 체험도 즐겨볼 수 있는 공간으로, 사전 예약만 하면 관광객이나 방문객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다. 특히 작가들이 편안한 집필활동을 할 수 있게 집필 공간도 마련돼 있다. 1층에는 장흥 작가 홍보실과 기획전시실, 전망덱, 사무실, 자료실이 있으며 2층에는 강당, 세미나실, 게스트룸, 북 카페가 있다.

■남해안 섬들이 손에 잡힐듯

   
정남진 전망대로 득량만 바다와 거금도 고흥 완도 등 남해안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정남진 전망대는 광화문에서 정확히 남쪽으로 이어진 육지 끝자락이라는 의미를 담아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건축물이다. 꼭대기 10층 전망대에서는 득량만 바다와 소록도, 거금도, 금당도, 평일도 등 고흥과 완도의 섬들을 볼 수 있다. 바다 반대편으로는 너른 산세를 지닌 천관산도 볼 수 있다. 전망대는 장흥의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는 전시관 역할도 하고 있다. 전망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층별로 눈길을 끄는 공간들이 있다. 장흥 문학을 맛볼 수 있는 북카페와 문학영화관, 1970~80년대 옛 모습을 담은 추억여행관이 있고 축제관과 이야기관, 푸드홍보관, 트릭아트 등 볼거리·즐길거리가 있다.

■물에 관한 모든 것을 직접 확인

   
물과 관련한 상식을 배울 수 있는 물과학관.
장흥읍을 관통해 지나가는 탐진강 상류에 위치한 물과학관도 장흥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이곳에서는 우리 주변에 항상 있는 물과 관련된 과학상식을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1층 공간부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재미난 체험이 시작된다. 헤엄치는 금붕어와 열대어들을 관찰하는 수조와 손을 넣으면 쪼르르 몰려드는 닥터피시 체험 등이 흥미를 유발시킨다. 닥터피시는 입술이 얇은 깃털 같은 조직으로 돼 사람의 피부를 손상시키지 않고 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탐진강에 사는 민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는 타원형 벽면수조가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물레방아의 원리와 나선식 펌프, 물시계 등 물을 이용한 과학기술이나 물이 만들어내는 신기한 현상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3층은 물 순환 체험관이다. 물의 순환과정, 구름 생성원리, 구름이 올라가는 모습 등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수조에 물이 차오르면서 다양한 색상의 액체가 아크릴관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관찰하며 식물의 모세관 현상을 체험할 수 있다. 또 얼굴 사진을 찍고 색칠을 하면 커다란 스크린에 자기 얼굴이 캐릭터가 되어 나오는 게 신기해 아이들은 떠날 줄 모른다.


# 싱싱한 소고기·표고버섯·키조개를 한입에

■ 장흥 대표 먹거리 ‘장흥삼합’

   
소고기 표고버섯 키조개를 함께 먹는 ‘장흥삼합’.
장흥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로 장흥삼합이 있다. 맛 좋기로 소문난 장흥의 소고기와 표고버섯, 키조개를 함께 구워먹는다 해서 삼합이라 이름 붙여졌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식당에 자릿세와 표고버섯, 키조개값을 지불하고 먹는 방식이라 저렴하다. 장흥삼합이 생겨나고 유명하게 만든 토요시장을 비롯해, 장흥 어느 곳에든 장흥삼합을 취급하는 식당이 많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오후 4시 운영되는 토요시장 공연장에서는 노래자랑도 열린다. 실력을 인정받은 방문객은 시장 상인들이 준비한 특산품을 상품으로 받을 수 있다. 장흥의 맛과 흥이 넘치는 장소다.

2017~2018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명소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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