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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연등의 물결, 완연한 봄을 수놓다

부처님오신날 앞둔 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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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
- 부처님 진신사리, 금강계단에 모셔
-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가 보관하기도
- 작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 입구에 위치한 소나무군락 무풍한송길
- 영축산 정상서 발원한 계곡과 어우러져
- 통도사 팔경 가운데 으뜸으로 꼽혀
- 예불 올리는 불자·관광객 문전성시

부처님오신날, 석가탄신일은 음력 4월 초여드렛날이다. 이맘때면 우리나라는 대개 봄이 절정에 달할 무렵이다. 근래 들어서는 살짝 더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여왕’으로 꼽을 만한 계절이다. 사찰이 자리 잡은 크고 작은 산은 초록 빛깔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는 등 더없이 싱그러운 모습이다. 황사만 없다면 하늘도 여느 때보다 파랗다. 늦봄의 초록빛 숲과 파란 하늘 아래 내걸린 울긋불긋한 예쁜 색깔의 연등. 부처님오신날 하면 대개 떠올리는 그림이다. 보기만 해도, 아니 생각만 해도 근심이 덜어지는 느낌이다. 설령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도 출신 부처님이 이런 것까지 생각해서 이 좋은 계절에 태어나셨나 싶을 정도다. 올해는 부처님오신날이 오는 12일이다. 불교계 최대잔칫날인 부처님오신날을 며칠 앞두고 경남 양산의 통도사와 암자인 자장암과 서운암을 찾았다.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로 해인사(법보), 송광사(승보)와 함께 3보 사찰 중 하나다. 지난해 6월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불보 사찰인 경남 양산시 통도사 경내에 부처님오신날(12일)을 앞두고 고운 빛깔이 연등이 빼곡히 내걸려 있다. 연등과 연등 사이로 비친 파란 하늘,그리고 연등 아래를 지나는 불자와 관광객의 모습에서 부처님의 자비가 느껴진다.
■모든 도를 터득하는 공간

양산시 하북면 영축산 자락의 통도사 산문을 통과하자 아스팔트길 양옆으로 잘 자란 소나무숲이 그늘을 이루며 영접한다. 통도사로 진입하는 길은 평지에 가까울 정도로 경사가 완만해 접근이 쉽다. 산문에서 1㎞가량 이어지는 소나무 군락은 통도사 팔경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눈보라 휘몰아치는 바람에 흔들리는 차가운 소나무라는 의미인 이른바 ‘무풍한송(舞風寒松)’이다. 소나무는 겨울에 진가를 발휘하지만, 녹음이 우거진 요즘도 좋기는 마찬가지다. 부처님오신날 연등도 소나무와 같이 도열해 있어 더 보기 좋다. 이 소나무들을 보면서 번뇌가 본래 공(空)하다는 이치를 되새길 줄 모르면 통도사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는 말도 있다. 일제강점기 말기에 일본 사람들이 전국의 좋은 소나무를 베어가면서 통도사 소나무도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주지 스님이 굳이 베어가야 한다면 영축산 중턱부터 베라고 했고, 입구 소나무를 베기 전에 해방을 맞았다. 스님의 지혜가 가까스로 입구 소나무를 살린 것이다. 통도사 옆으로는 영축산 정상 부근에서 발원한 계곡도 함께 이어지는데,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한데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에 이르자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분위기는 더 확연하다. ‘마음愛 자비를 세상愛 평화를’이란 펼침막이 내걸린 천왕문을 통과하자 다양한 색상을 띤 연등이 하늘을 가려 지붕을 형성한 길이 불이문을 지나 대웅전 입구까지 이어진다. 연등을 자세히 보니 일일이 연등의 주인 이름과 주소 등이 쓰여 있다. 절의 핵심인 대웅전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불이문은 생과 사, 만남과 헤어짐, 부처님과 중생이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통도사 대웅전. 대웅전에는 불상 대신 불단만 있고, 금강계단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대웅전 입구는 법당에서 예불을 드리려는 불자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고 불단만 있다. 불단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으로 향해 있다. 참배객은 진신사리를 보고 절을 하는 것이다. 통도사를 대표하는 시설은 대웅전이 아닌 금강계단이다.

통도사는 646년(신라 선덕여왕 15년)에 자장율사가 지었다. 자장율사는 통도사를 지으면서 당나라에서 가지고 온 부처님의 사리와 가사를 금강계단에 넣어두었다. 풍수에서 인간의 의식은 죽으면 혼과 백으로 나뉘는데 혼은 ‘혼불’로 나가지만 백은 뼈에 남아 있다고 본다. 명당에 묻히면 뼈가 오랫동안 보존돼 후손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세간의 이익과 손해를 떠나자는 것이 수행의 목표이기에 뼈를 묻지 않고 태우는 화장을 한다. 사리는 엄격한 계율을 지키고 에너지가 뭉친 수행자에게서만 나오는 물증이다. 동양의 영적 수행자, 특히 불교의 고승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나오는 것이 사리다. 사리에 깃든 성스러운 에너지는 산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하물며 부처님의 진신사리는 한 차원 다르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고려 태조 왕건의 넷째 아들인 광종도 통도사의 부처님 가사를 직접 보고 싶어 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부처님 사리는 일본인이 약탈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렸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가 금강산에 있던 스승 서산대사에게 보내 보관을 부탁하기도 했다.

   
금강계단.
■초파일 등도 테마별로 다양

통도사라는 이름을 갖게 된 연유도 금강계단에 있다.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는 즉 속에서 성으로 들어가는 의례가 행해지는 공간이 금강계단이다. 전국의 모든 승려는 금강계단을 통해 득도한다. 다시 말해 도가 통하는 장소다. 금강계단은 매월 음력 초하루와 초사흘 등 일정한 날에만 개방한다. 통도사를 찾은 이날은 아쉽지만 담장 너머로밖에 볼 수 없었다. 계단은 2층으로 돼 있는데, 상층 가운데는 솥을 엎어놓은 것과 같은 형상이다.

통도사가 자리 잡고 있는 뒷산 이름인 영축산(靈鷲山)도 자장율사가 직접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령스러운 독수리가 산다는 뜻으로 영취산이라고도 발음한다. 부처님은 인생 후반 대부분을 인도 영축산에서 설법을 하며 보냈고, 자장율사가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산의 형상이 독수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대웅전에서 3배를 올리고 나온 후 절을 찾은 방문객의 발걸음이 잦은 건물이 있어 따라가 보니,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연등을 접수하는 곳이었다.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초파일등은 ‘대웅전 처마에 다는 등’과 ‘대웅전 마당에 다는 등’의 가격이 달랐다. 초파일등은 보름 정도만 달아놓고, 연중 매달아 두는 등은 따로 접수하고 있었다. 테마등도 있는데 행운등, 인연등, 사랑등, 합격등, 취업등과 같이 다양하다. 연등 가격은 보기에 따라서 만만찮은 금액이지만 방문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여는 모습이었다.

통도사 입구 오른쪽에는 성보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사찰중 유형불교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43종)하고 있다. 1999년 신축개관한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세계박물관을 통틀어 가장 풍부한 불교 유물을 자랑하는 국내 유일의 불교회화 전문 박물관도 갖추고 있다.


◆ 통도사에 딸린 암자들

- ‘금개구리’ 천년전설 간직한 자장암… 야생화 양탄자 깔린 서운암 …

   
금개구리가 천 년 이상 살고 있다는 자장암.
영축산 기슭에는 통도사를 중심으로 20개의 암자가 있다. 자장암은 자장율사가 금강계단을 포함한 통도사 건물을 지을 때 머물던 공간이다. 자장암 법당 건물 뒤에는 암벽이 있는데, 암벽을 자세히 보면 조그만 구멍이 하나 있다. 자장율사가 뚫은 구멍으로, 여기서 금개구리 한 마리를 키웠다고 한다.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직도 살아 있다고 전해오는 ‘금와보살’이다. 바위 구멍을 ‘금와공’이라고 한다. 금개구리는 뜨거운 여름을 포함해 한시도 절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장율사는 왜 개구리를 키웠을까. 칼럼니스트 조용헌(불교학) 박사는 저서 ‘통도유사’에서 개구리를 용과 연결시켰다. 기록에 따르면 통도사 금강계단은 원래 아홉 마리 용이 살던 곳이다. 자장율사는 그 가운데 한 마리의 용을 살려줬고, 지금도 그 용이 사는 연못이 대웅전 옆에 있다. 조 박사는 개구리가 용과 마찬가지로 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용도 물의 신이고, 개구리도 지상에서 물이 있는 곳에 서식한다. 물을 상징하는 동물이 하늘에서 용이라면 땅에서는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장암은 또 법당 바닥에도 바위가 튀어나와 있을 정도로 자연 그대로를 살려 눈길을 끈다.

   
16만 도자대장경이 보관된 서운암 장경각.
서운암에는 고려대장경을 도자기에 조성한 16만 도자대장경이 보관된 장경각이 있다. 장경각 아래 야생화단지는 별천지에 온 느낌이다. 금낭화 할미꽃 등 100여 종 수만 그루의 꽃과 나무가 우거진 길을 걷다 보면 그냥 감탄사가 나올 만하다. 해마다 4월이면 들꽃축제가 열려 사람들의 발길을 모은다. 축제 기간이 아닌 요즘에 찾아도 충분히 힐링이 된다. 서운암 바로 앞에는 서운암표 된장도 팔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숲 중간에 커다란 장독들이 줄을 맞춰 모여 있었다. 서운암 측에서 직접 만든 된장이라고 한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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