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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국도 서쪽 끝 천사대교 개통으로 쉽게 즐기는 ‘섬들의 고향’

뭍 사람들로 붐비는 신안

  • 국제신문
  • 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19-05-15 19:15:3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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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태도

- 기동마을 삼거리 노부부 벽화
- 웃음 띤 얼굴 위 애기동백 깜찍
- 인증샷 찍기 위해 관광객 몰려

# 자은도

- 해변 따라 9개 해수욕장 줄줄이
- 얕은 수심·울창한 방풍림 일품인
- 분계 해수욕장이 그중 으뜸

# 안좌도

- 박지도 연결된 도보다리 ‘퍼플교’
- 호수 같은 바다 위 걷는 맛 황홀

# 압해도

- 분재원·초화원 등 각종 수목 전시된
- 천사섬분재공원도 볼거리 수두룩
   
천사대교 개통으로 육지와 연결된 섬들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는 안좌도에서 보행 전용교인 퍼플브리지를 통해 남쪽의 박지도로 관광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박지도는 박(바가지)을 뒤집어 놓은 형상에서 이름을 따왔다. 박지도 서쪽에는 반달을 닮은 반월도가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 주요 국도의 하나인 2번 국도는 예전에는 부산 중구 중앙동의 옛 부산시청 앞에서 출발해 전남 목포시 유달산 남쪽 기슭의 유달산우체국 옆 유달동 교차로에서 끝났다. 하지만 신안군의 섬들이 차례로 육지와 연결되면서 신안군 압해도로 연장된 데 이어 이제 자그마한 섬 추포도까지 이어졌다. 바로 지난달 천사대교가 개통하면서 암태도가 압해도와 연결되면서부터다. 부산에서 2번 국도의 서쪽 끝까지 달려간 곳, ‘섬들의 고향’ 전남 신안군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가 됐다. 천사대교만 건너면 암태도를 거쳐 이전부터 연도교로 이어져 있던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의 빼어난 섬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암태도-뭍 사람들 반기는 노부부의 웃음

   
신안군에는 공식적으로 1025개의 섬이 있는데 기억하기 좋고 부르기도 좋은 ‘1004(개의 섬)’를 신안을 대표하는 교량 이름으로 붙였다. 천사대교는 전체 7.22㎞로 다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암태도 신석항에서 보면 물결처럼 오르내리는 독특한 교량의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압해도 쪽은 대형 선박이 지나갈 수 있게 현수교로 들어 올렸고 암태도 쪽은 1004m 길이의 사장교를 놓았다. 천사대교 개통 후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데 특히 주말이면 정체가 심해 섬 주민들은 여전히 배로 압해도와 목포를 오간단다.

천사대교 4개 섬은 해수욕장을 비롯한 비경의 바다를 품은 곳인데 관광객의 카메라 세례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은 따로 있다. 북쪽 자은도와 남쪽 팔금도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암태도 중간 기동마을 삼거리의 노부부 벽화다. T자형 삼거리라 천사대교에서 오면 정면으로 보이는 삼거리 주택 담장에 이 마을에 사는 78세 동갑 노부부의 살짝 웃음 띤 얼굴이 맞아준다. 담장 위 머리엔 수형이 예쁜 애기동백이 둥그렇게 솟아 있다. 암태면 신석리 에로스서각박물관은 2016년 폐교를 손봐서 300여 점의 목판 작품을 갖춰 개관한 곳이다. 일부 전시관은 ‘18금’ 작품을 전시해 미성년자 출입 금지 구역이다.

■자은도-작은 섬에 9개의 해수욕장

   
암태도로 건너오자마자 다리 북쪽의 신석항으로 내려가 바라본 천사대교. 당사도에서 온 카페리가 압해도 송공항으로 가고 있다.  
4개 섬은 북서에서 남동으로 줄이어 있는데 이 가운데 북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자은도가 가장 크다. 서쪽으로 탁 트인 자은도에는 남쪽 끝의 백길 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시계 방향으로 면전, 양산, 신성, 분계, 내치, 외기, 신돌, 둔장의 9개나 되는 해수욕장이 북쪽 끝까지 줄이어 있다. 이곳 해수욕장은 동해안이나 부산·경남의 해수욕장보다 훨씬 가는 모래가 단단한 백사장을 이룬다.

어느 하나 빠지지 않지만 9곳 해수욕장 가운데 한 곳을 꼽으라면 서쪽으로 툭 튀어 나간 지점에 만처럼 동그랗게 들어앉은 분계 해수욕장이다. 만의 입구에 성대섬과 우각도가 단조로운 풍경에 변화를 준다. 분계 해수욕장은 얕은 수심에 고운 모래로 여름이면 물놀이에 그만이다. 해변을 따라 조선 시대 마을과 농지를 지키는 방풍림으로 조성된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일품이다. 201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상을 받은 이 숲은 안타까운 부부의 전설을 품은 여인송을 비롯해 아름드리 노송들이 해변을 지키고 있다.

■안좌도-박지도·반월도 잇는 퍼플교와 김환기 생가

   
인증샷 필수 지점인 암태도 기동마을 삼거리의 노부부 벽화.
다시 암태도로 돌아와 노부부 벽화를 두 번째로 본 뒤 남쪽으로 달려 1923년 암태도 소작농민항쟁을 기념해 세운 소작인항쟁비를 지나 팔금도를 거쳐 안좌도로 건너간다. 섬 치고는 넓은 안좌면의 들판을 지나 남쪽으로 가면 소곡면 두리마을에서 박지도와 반월도까지 퍼플교로 이름 붙은 보도교가 연결된다. 난간 바로 아래 호수 같은 바다를 내려다보며 457m 길이의 다리를 걸어가면 박지도에 닿는다. 마을 주민이 하는 좌판에서 산 낙지를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재미가 있다. 반월도는 박지도를 거쳐 건너가야 한다.

다시 섬을 벗어나는 길에 안좌면 소재지의 수화 김환기 화백 생가를 지나칠 수 없다. 정면 안산을 바라보는 비탈의 가옥은 새로 올린 기와를 제외하면 고풍이 넘친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이 건물은 지역의 유지였던 김 화백 집안의 재력을 일부나마 엿보게 한다. 100여 년 전 백두산에서 벌목한 나무를 실어와 지었다는 집은 세월의 때는 짙게 묻어나지만 어디 한 군데 삭은 곳 없이 튼튼한 외양을 유지하고 있다.

■압해도-천사의 섬으로 가는 징검다리

   
압해도 천사섬분재공원에서 멀리 보이는 암태도와 안좌도.
천사대교는 목포에서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를 거쳐 가야 한다. 2008년 압해대교가 완공되며 목포와 이어진 압해도에도 발길을 붙잡는 볼거리가 있다. 천사대교 개통에 맞춰 신안군이 조성해 개장한 천사섬분재공원은 정면에 암태도와 팔금도, 안좌도를 바라보는 산비탈에 자리 잡았다. 유리온실과 분재원, 초화원, 애기동백 군락지 등 다양한 수목이 전시돼 있다. 공원 내 저녁노을미술관에는 신안 출신인 우암 박용규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 신안 가는 길목, 목포

- ‘창성장’ 등 옛 모습 간직한 주택 구경 재미 쏠쏠

   
유달산 아래 일본식 상가주택 거리의 창성장 간판.
천사대교를 통해 신안의 섬들을 보려면 목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1897년 개항한 목포는 일제가 전남 지역 곡창의 쌀을 반출해간 창구였다. 그런 탓에 군산과 더불어 일제강점기에 세운 건물과 일본식 가옥이 가장 많이 보존돼 있다. 옛 중심가가 유달산 남쪽 자락이다. 최근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던 창성장을 비롯해 오래된 주택과 상가가 있는 골목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건물은 조금씩 새 단장을 했지만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한 곳이 많다. 유달산의 남동쪽 끝인 노적봉 아래와 목포역 사이 오거리를 중심으로 노포 빵집인 코롬방제과나 이낙연 총리가 여러 차례 찾은 생선 백반집 ‘오거리’ 등 식도락을 즐길 곳도 많다.

창성장이 있는 일본식 상가주택 거리를 지나면 노적봉 남쪽 유달산우체국이 나온다. 우체국 옆에는 옛 국도 1·2호선 시발점을 알리는 기념비가 서 있다. 그 뒤로 일제강점기 일본영사관으로 쓰였던 목포근대역사관 1관이 나온다. 고색창연한 붉은 색 벽돌 건물에는 근대 목포의 역사와 일제 수탈의 기록이 전시돼 있다.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예전 수탈의 핵심 역할을 했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 지점 건물이었다. 해방 후 해군이 사용했는데 5·18 민주화운동 때는 목포 지역 주요 인사들이 이곳에 구금되기도 했다.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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