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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들’의 문소리, “감정 뺀 선고 낭독 진땀…판사역 위해 실제 재판 보고 또 봐”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9-05-15 19:01:0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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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칙 중시하는 재판장 김준겸 역
- 사법부와 배심원 사이 완충 역할
- 권위 내려놓고 포용적 인물 표현

- “김영란 전 대법관 등 조언 큰 힘
- 여성 판사·워킹맘 고충 와 닿아

- 진정성 있는 연기로 배역 충실
- 데뷔 20년 차 배우 책임 무거워”

데뷔 20년 차를 맞으며 이제는 이름만으로 작품에 신뢰를 주는 배우 문소리가 오랜만에 상업영화 ‘배심원들’(15일 개봉)에 출연해 관객과 만난다. ‘배심원들’은 2008년 첫 국민참여재판에서 법은 몰라도 상식은 지키고 싶었던 8명 배심원과 이들을 이끄는 재판장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를 보면 법이 왜 존재하는지 되묻게 되고, 누군가의 죄를 심판한다는 것이 갖는 무게감, 더 나아가 사법부 개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국민참여재판의 재판장 김준겸 역을 맡은 문소리. GV아트하우스 제공
문소리는 ‘배심원들’에서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첫 국민참여재판의 재판장을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김준겸을 연기한다. 강한 신념의 원칙주의자로서 국민참여재판 과정에서 ‘의심이 들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고 했던 법조인으로서 초심을 찾아가는 김준겸을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재판장 역에 왜 문소리여야 했는지 보여준다. 자칫 배심원들과 재판장의 적대적 힘겨루기처럼 보일 수 있으나 문소리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영화의 의미와 메시지를 도드라지게 한다.

연기 외적으로는 첫 영화 출연인 박형식을 비롯해 백수장 김미경 윤경호 서정연 조한철 김홍파 조수향 등 배심원 역을 맡은 8명의 배우를 이끌며 좋은 팀워크를 다져야 했다.

“모든 캐릭터가 그렇지만 이번에는 홍승완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스스로 고민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는 문소리는 실제 여성판사를 만나 자문을 구하고, 실제 법정에 참석해 재판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진정성을 갖고 연기한 배우 문소리를 만나 ‘배심원들’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영화 개봉 때보다 상기돼 보인다. 그만큼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재판장 역할을 맡으면서 중점을 두고 연기한 것은 무엇인가.

▶이번 ‘배심원들’은 캐릭터를 탐험해가는 재미가 있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김준겸이라는 인물에 대해 홍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사법부의 윗선과 배심원들 사이에서 미묘한 충돌을 받아내는 사람이다. 또 형사부 판사만 18년을 한 인물로 권력지향적인 사람이 아니고, 판사로서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다. 반면 배심원들 입장에서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으로 볼 수 있는데, 그런 미묘한 지점을 표현해야 했다, 배심원들을 가르치는 듯한 태도를 보이거나 의견을 자를 때도 있지만 사실은 배심원들의 의견을 다 받아주고 품어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흐름상 김준겸의 개인사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니까 그것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고민이었다.

-한국 영화에서 여성재판장을 심도 있게 다룬 적이 없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을 비롯해 여러 여성 판사를 만난 것으로 아는데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

   
영화 ‘배심원들’ 스틸.
▶이 영화는 재판장의 성별을 부각시키기보다 ‘인간 김준겸’을 잘 보여주면 여성 판사의 고충과 워킹맘의 모습이 다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만난 판사들은 법률 용어나 원칙 등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는데, 그중 “판사 각자가 다르고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말씀을 많이 해줬다. 그래서 제 스타일대로 인물에 접근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배심원들’의 하이라이트는 존속 살해 사건의 피고인에 대해 배심원들이 무죄 의견을 내자 재판장 김준겸이 초심을 떠올리며 자신이 써온 판결문과 다른 선고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선고 장면을 크랭크업하는 날 촬영했다. 마지막까지 어떤 톤으로 연기를 할지 고민했다. 홍 감독님은 카리스마 있는 재판장의 모습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저는 재판장이 배심원을 끌어안아야 한다면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았다. 또 김준겸은 ‘의심이 들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초심을 떠올리면서 참회하는 심정을 보여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재의 장면이 됐다.

-법이 존재하는 이유 등 여운이 남는 명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명언 같고 좋은 대사를 할 때 배우는 더 고민된다. 일상적인 대사라면 감정을 실어서 할 수 있는데, 감정이 배제된 문어체 대사를 어떤 톤으로 연기해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만 촬영하는 장면임에도 배우들과 보조출연자들까지 불러서 법정을 채워달라고 부탁했다. 실제 법정처럼 부담감을 안고 촬영하고 싶었다. 힘들게 첫 테이크를 마쳤을 때 손뼉을 쳐주었다. 그때 조금이나마 내 감정이 전달이 되는 것 같았고, 순간 뭉클했다.

-첫 국민참여재판을 영화화하기 위해 홍 감독이 사전 취재를 굉장히 많이 했다고 들었다.

▶1심 유죄가 항소심(2심) 무죄로 뒤집힌 사건 540건을 분석했다고 하더라. 또 로스쿨 강의를 청강했다고 들었다.

-2017년 ‘여배우는 오늘도’를 연출하며 감독으로도 인정받았다. 배우와 감독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배우는 연기를 하다 압박감에 숨이 막히다가도 숨통이 확 트일 때가 있다. ‘컷’ 소리가 나면 캐릭터의 헬멧을 벗으면 된다. 하지만 감독은 그런 컨디션 조절이 안 된다. ‘컷’을 해도 벗어나지 못하고 헬멧이 더 조여오는 느낌이다. 그리고 자신이 더 드러나는 직업인 것 같다. 배우는 캐릭터 뒤에 있기도 하는데, 감독은 ‘이 영화는 저예요’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용감해져야 하는 직업인 것 같다.

-배우로서는 멋진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목표는 무엇인가.

▶배우로서 연차가 쌓일수록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제가 흥미 있고 재미있어 하는 길을 가려고 한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동료들과 재미있게 일하면서 흥미로운 것을 탐험하고 싶다. 흥미로운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게 있지 않느냐는 기대도 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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