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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조선 속의 일본 <1> 프롤로그- 부산은 왜 최초의 개항장이 되었나?

500년 이어진 부산 속 ‘이방인특구’… 동아시아 물류 허브였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2 18:52:5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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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7년 부산포왜관 시작으로
- 17세기 500여 명 일본인 거주
- 한일 외교·무역·문화·풍속 등
- 다양한 교류 중심지로 자리매김
- 中·동남아 물품도 거래 이뤄져

- 통신사는 제한적 한시적 교류
- 왜관은 일상적 실리적 교류 장
- 1876년 근대적 개념의 개항이
- 부산에서 처음 이뤄진 것도
- 왜관의 역할과 역사에 바탕

국제신문은 23일부터 부산대 김동철(사학과) 교수와 양흥숙(교양교육원) 교수의 ‘왜관, 조선 속의 일본’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김 교수와 양 교수는 조선 시대 조·일 관계사를 연구한 학자로, ‘왜관’과 부산의 역사적 의미를 분석하고 조선과 일본의 교류사를 다양한 키워드로 소개합니다.

■‘초량목(항)’에서 근대 개항장, 근대 부산이 탄생하였다

   
변박의 왜관도(1783년). 1678년부터 1876년까지 오늘날 용두산공원 일대에 자리했던 초량왜관을 그린 그림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876년 2월 2일(양력 2월 26일) 강화도에서 일본과 최초의 서양식 조약이 체결되었다. ‘강화도조약’이라 부르는 조일수호조규가 그것이다. 12개 조항의 조약, 제4관에는 “조선국 부산 초량항(草梁項)에는 오래전에 일본 공관이 세워져 있어, 양국 사람들의 통상구역이 되었다. 조선국 정부는 제5관에 실린 2곳의 항구를 별도로 열어서, 일본국 사람이 오가면서 통상하도록 허가하며, 해당 지역에서 기지(터)를 빌리고 집을 짓거나 혹은 임시로 거주하는 사람들의 집은 각각 그 편의에 따르게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1876년 부산, 1880년 원산, 1883년 인천이 개항되었다. 부산은 최초의 개항장이 되었다. 제4관에서 말한 초량항과 일본 공관을 다시 살펴보자. 일본 공관은 초량왜관을 가리킨다. 초량항의 ‘항’은 잘록한 부분인 목을 뜻한다. 영도와 육지 사이에 해류가 흐르는, 현재 영도대교와 부산대교가 있는 그 좁은 물길 일대의 모습을 일컫는다. 초량목(항, 포) 일대에 있던 왜관이 초량왜관이다.

1876년 개항은 근대적인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 편입되는 과정이다. 초량왜관이 있던 곳에 일본은 독점적·배타적 치외법권이 보장되는 조계(전관거류지)를 설치하였다. 초량왜관의 우두머리는 관수였다. 관수가 있던 곳이 관수가(옥)이다. 관수가 자리는 그 후 일본 관리관청, 일본 영사관, 부산부청 등으로 바뀌어 갔다. 그곳을 중심으로 한 일대는 새로운 일본인 구역으로 바뀌었다. 조계지를 중심축으로 근대 도시 부산이 탄생·발전한 것이다. 200년 동안 선린과 우호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던 초량왜관 일대는 지배와 수탈의 공간으로 개편되어 갔다. 근대 부산은 제국 일본의 구도에 따라 점차 식민 도시로 변했다. 중세의 왜관 자리는 근대 개항장으로 바뀌고, 근대 부산, 현대 부산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갔다.

■부산에는 약 500년 동안 왜관이 있었다

   
조일수호조규 제4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초량왜관은 1678년부터 1876년까지 약 200년 동안 존재하였다. 그전에는 동구청 일대에 1607년부터 1678년까지 두모포왜관이 있었다. ‘신관’인 초량왜관과 달리 두모포왜관을 ‘구관’이라 부른다. 동구에 남아 있는 ‘고관’이란 지명은 이 왜관을 가리킨다. 1601년부터 1607년까지 영도에 절영도왜관이 있었다. 부산의 왜관 역사는 그보다 훨씬 오래됐다. 부산에 왜관이 설치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대체로 1407년부터로 보고 있다. 자성대 부근에 있었던 왜관이 부산포왜관이다. 1407년 제포(내이포·웅천현)와 부산포(동래현)가 개항되고, 1423년 염포가 다시 개항되면서, 삼포 개항·왜관의 시대가 열렸다. 부산에는 1407년부터 1876년까지 470년 동안 왜관이 있었다.

조선 전기에는 삼포 가운데 제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그다음 부산포, 염포 순이다. 1544년 사량진왜변으로 부산포 1곳만 열리고, 1547년 정미약조로 제포 포구·왜관이 폐쇄되었다. 부산포 단일 포구·왜관 시대가 열린 것이다. ‘경국대전’(1484년)을 보면, 부산포왜관이 있는 동래현은 종5품 현령이, 제포왜관이 있는 웅천현은 종6품 현감이 수령이었다. 동래는 일본 사신이 들어오는 첫 길목이자 유일한 공간이었으므로 1547년 종3품 동래부사가 파견되는 지역으로 승격되었다.

■부산, 조선 시대 한일 교류의 메카가 되다

1547년 동래부가 탄생되고, 단일 왜관 시대가 열리면서, 부산은 일본과의 교류의 중심지가 되었다. 일본의 입장에서 교류의 최종 목적지는 수도 서울이었다. 일본 사절이 서울로 가던 길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 침략로가 되었다. 1598년 임진왜란이 끝나고 절영도왜관·두모포왜관이 설치되고, 1609년 기유약조가 체결되면서 양국 국교는 정상화되었다. 조선은 임진왜란의 책임을 물어, 일본인의 상경을 금지하였다. 17세기 이후 일본 사절은 부산까지 왔다.

17세기 이후 일본은 일본과 교류하는 외국을 무상(貿商)의 나라, 통신의 나라로 구분하였다. 전자는 교역 관계를 맺은 중국·네덜란드, 후자는 국교 관계를 맺은 유구·조선이었다. 유구는 1609년 이후 일본의 지배 아래 있었다. 명실상부한 통신의 나라는 조선뿐이었다. 양국 사절이 만나는 장소는 일본 막부 장군이 있는 에도(도쿄)와 왜관이 있는 동래(부산)였다. 일본 사절과 직접 만나면서 동래는 ‘수도 서울의 대리’ 공간 역할을 하였다. 아울러 양국의 무역도 이루어졌다. 동래(부산)는 외교·무역이 이루어지는 명실상부한 한일 교류의 메카가 되었다.

■부산은 역동적인 이방인 지대이고, 동아시아 물류의 허브였다

17세기 이후 동래(부산)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일본인)이 거주하는 유일한, 열린 도시였다. 왜관은 500명 정도의 일본인(대마도인)이 사는 이방인 지대였다. 왜관을 통해 외교·경제·문화·풍속·정보 등 다양한 교류를 하였다. 교류는 양국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공무역 수입품에는 물소 뿔·후추·명반(백반)·소목(단목) 등 동남아시아 물품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마도를 통한 간접 형태지만, 왜관은 조선이 동남아시아와 교류하는 공간이었다. 사무역 물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고급 비단(실)과 일본 은이었다. 간접 형태지만, 왜관은 중국과 일본이 교류하는 공간이었다. 즉 왜관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물품이 교류되는 공간이었다. 동래(부산)는 동아시아 물류의 허브였다.

이방인 지대인 왜관은 자유로운 교류의 공간은 아니었다. 조선 정부는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최소한의 필요에 따른 교류만 허용하였다. 초량왜관의 경우 1709년에는 왜관 밖에 설문을 만들어 통제를 더욱 강화하였다. 왜관은 엄격하게 통제돼 닫히고 갇힌 공간이었다. 불법으로 왜관의 경계를 넘으면 사형이었다. 왜관 일본인과 왜관 밖 조선인은 이 사선(死線)을 끊임없이 넘나들었다. 왜관은 경계 짓기와 경계 넘기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동적 현실적 삶터였다.

■‘지금, 여기’서 왜관을 다시 불러내다

조선 후기 한일 양국의 교류는 통신사와 왜관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통신사 파견은 1607년부터 1811년까지 모두 12번뿐이었다. 12번 가운데 처음 3번은 통신사가 아니라 회답겸쇄환사였다. 통신사가 한시적·제한적·명분적 교류였다면, 왜관은 일상적·구체적·실리적 교류의 장이었다. ‘왜관 없는 통신사는 없다’고 본다. 동래(부산)와 왜관을 오가며 활동한 양국 관료와 통역관이 통신사 파견 실무를 맡고, 그 내용을 조절·결정하였다. 부산은 왜관의 도시, 통신사의 도시였다. 2017년 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해마다 부산에서는 조선통신사 축제가 열린다. 통신사에 관한 부산의 관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 데지마(出島)에는 네덜란드 상관이 일부 복원되어 존재한다. 부산의 왜관과는 대조적이다. 부산 시민사회에서 2010년 ‘부산초량왜관연구회’가 만들어져,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왜관(터)은 중세는 물론 근대·현대 부산의 역사에서 뺄 수 없는 ‘키-스톤(중요한 돌)’이다. 그러므로 시민과 함께 조선 속의 왜관, 부산 속의 왜관을 찾아가서 보고, 느끼고, 공유하려고 한다. 양흥숙 교수와 그 여정의 첫발을 내디딘다.

김동철 부산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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