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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재미·의미 둘 다 잡은 ‘봉테일’…20년 전부터 지겹도록 “컷! 한 번 더”

봉테일: 꼼꼼하게 촬영해 붙은 봉준호 별명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9 19:12:3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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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개봉작 ‘플란다스의 개’
- 촬영 때 기자와 첫 만남 인연
- “소시민 웃게 하는 작품 만들 것”
- 영화철학 밝혔지만 흥행 참패

- 송강호와 함께한 ‘살인의 추억’
- 대박 치며 충무로 스타로 떠

- 평소 해외 영화제 찾아다니며
- 시나리오 작업하는 걸 즐겨
- ‘설국열차’ 본격 해외진출 계기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26일 새벽 프랑스 칸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거머쥐었다. 그 이름이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입에서 호명되자 벅찬 감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봉 감독과 영화를 통해 만나면서 가졌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봉 감독은 7편의 장편영화와 옴니버스 단편영화 1편을 연출했다.
   
■‘살인의 추억’ 흥행… 충무로 중심에

봉 감독과 처음 만난 곳은 1999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였다. 그의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 촬영 현장으로, ‘플란다스의 개’의 시그니처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이성재와 배두나의 아파트 추격 장면을 찍고 있었다. 필름으로 촬영하던 당시 봉 감독은 신인 감독답지 않게 “컷, 한 번 더”를 열심히 외치며 매 장면을 꼼꼼하게 촬영했다. 디테일하게 촬영한다고 해서 붙여진 ‘봉테일’이라는 별명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봉 감독은 “소시민의 이야기를 심각한 얼굴로 보는 영화가 아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겠다”고 말했으나 2000년 개봉한 ‘플란다스의 개’는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실패했다. 지금 돌아보면 봉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조금 빨리 관객과 만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3년 후인 2003년. ‘플란다스의 개’의 흥행 실패로 관객과 소통하는 데 고민했던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으로 돌아왔다. 그가 연출한 7편의 장편영화 중 4편에서 주연을 맡으며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송강호와 처음 작업한 ‘살인의 추억’은 봉 감독을 일약 충무로의 중심에 서게 만든다. ‘살인의 추억’은 봉 감독 영화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재미있으면서 의미 있는 영화’의 시작점이자 525만 관객을 모아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감독’으로 우뚝 서게 했다. ‘살인의 추억’이 흥행에 성공한 뒤 만난 봉 감독은 “예전엔 DVD 하나 사려면 고르고 또 골랐는데, 이젠 보고 싶은 DVD를 모두 사고 있다”며 “친척이나 주변 사람들이 따뜻한 눈길로 나를 봐주는 것도 큰 변화라면 변화”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친척이나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을 터다.

■학생 때 괴생물체 보고 만든 ‘괴물’

그는 ‘살인의 추억’을 하면서 다음 작품인 ‘괴물’을 구상하고 있었다. ‘괴물’ 후반 작업이 한창이던 2007년 봄에 만난 봉 감독은 “학창시절 한강의 잠실대교 부근 아파트에 살면서 어느 날 창문 너머 괴생물체가 교각에 올라가는 것을 목격하고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해 언젠가 한강에 괴물이 나타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영화계에서는 컴퓨터그래픽으로 한강의 괴물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물음표를 달았다. 하지만 봉 감독은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완성도 있는 미장센을 구현하며 또 한 번 ‘엄지 척’ 하게 만들었다. 해외의 특수시각효과 스태프와 작업한 것은 이후 ‘설국열차’와 ‘옥자’를 연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괴물’은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되며 봉 감독과 첫 번째 인연을 맺어주는 다리가 되었고, 봉 감독의 첫 ‘1000만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사회 정치적 메시지가 강했던 ‘괴물’은 시대와 사회를 바라보는 봉 감독의 시선이 더욱 확장된 영화이기도 하다.

‘살인의 추억’ ‘괴물’로 세계 영화제가 주목하는 감독이 된 그는 당시 “해외 영화제에 나가면 시나리오 작업하기 좋다. 사람들과 연락이 두절되고, 호텔에서 조용하게 글을 쓸 수 있다. 볼 수 없는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는 재미도 있고”라고 했다. 최근까지 이 작업 스타일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더는 해외 영화제에 가서 시나리오 쓰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그가 영화제에 참석해 조용히 지내다 오긴 힘들기 때문이다.

‘괴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그는 레오 카락스, 미셸 공드리 감독과 옴니버스 단편영화 ‘도쿄!’(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를 연출한 후 오랜만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마더’를 2009년에 내놓는다.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설국열차’도 구상 중이었지만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마더’가 먼저 영화화된 것이다. 살인 사건에 휘말린 아들을 위해 홀로 세상과 맞서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마더’는 ‘국민 어머니’ 김혜자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원빈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혜자의 캐스팅은 2004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혜자를 만난 봉 감독은 언젠가 함께 영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그를 염두에 두고 ‘마더’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봉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에 ‘마더’가 흥행이 안 된 것처럼 보이지만 300만 관객을 모았으며,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설국열차’ 타고 본격 해외활동

‘마더’ 이후 봉 감독은 앞서 언급한 ‘설국열차’를 글로벌 프로젝트로 성사시키며 연출에 들어간다. 봉 감독은 “원작 만화를 처음 본 것이 2005년이었는데, ‘마더’ 크랭크업하던 날 박찬욱 감독이 축하해주면서 엄마 품에서 나와 기차에 타야지 말했다”고 ‘설국열차’에 뛰어들기 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2010년부터 1년간 시나리오에 매달렸다.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되면서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인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등이 캐스팅되고 송강호와 고아성이 함께했다. ‘설국열차’는 계급투쟁을 그린 영화임에도 934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봉 감독에게는 해외 배우, 스태프와 본격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영화가 됐다. 또한 ‘설국열차’는 빈부 계급과 인류의 문제를 결합시켜 또 한 번 봉 감독은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 자신감으로 2017년 ‘옥자’가 탄생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옥자’는 전 세계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영화(국내에서는 극장 개봉했다)이기에 초청 자격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 감독의 상상력과 새로운 이야기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옥자’는 그의 상상력과 스토리텔러로서의 기질이 여지없이 발휘된 영화이기도 하다.

   
마침내 그는 2019년 5월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드디어 쾌거를 일궈냈다. 그는 모든 인터뷰에서 자신보다 함께 작업한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30일에 개봉하는 ‘기생충’은 기대감과 입소문으로 예매율 1위에 오르며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봉 감독은 개봉 이후 몰래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며 분위기를 살필 것이라고 했는데, 운이 좋으면 조만간 어느 극장에서 흐뭇한 얼굴로 앉아 있는 그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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