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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바람이 소리 내자 모래와 풀이 기지개한다

중국 네이멍구 자치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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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을 견뎌낸 대초원 공거얼
- 양·소·말들 유유자적 풀을 뜯고

- 씨름 ‘부흐’·전통무용으로 환영
- 말머리 장식을 한 마두금 선율
- 연회장용 게르 ‘빠오’를 채운다

- 초지·호수·온천까지 갖춘 옥룡사호
- 무한대로 이어진 모래산·구릉을
- 맑은 날엔 낙타·아찔한 지프로 둘러봐

- 리프트로 오르는 ‘공중평원’ 칭산
- 박지원 ‘열하일기’의 주무대인
- 중국 황실정원 청더 비수산좡도

“그곳에 가면 마음이 터질 겁니다.” 동행한 가이드는 자신했다. 초원과 사막이 어우러진 곳. 6월의 길목에서 중국 네이멍구(內夢古)로 향한다. 한반도 면적의 약 5배인 만큼 땅도 하늘도 너르고 깊다. 부산과는 한 시간의 시차가 난다.
   
긴 겨울이 끝난 초원과 사막은 선명한 색 대비를 뽐내며 격정적인 여름을 맞는다. 거침 없는 대자연 속에서도 사람들의 삶은 이어지고 켜켜이 쌓여간다. 결 고운 모래가 바람 따라 조용한 춤을 추며 아침을 선사하는 옥룡사호의 모래언덕(위 사진)과 지축을 흔들며 초록의 평원을 달리는 네이멍구의 유목민. 사진제공 =와이투어앤골프
■공거얼대초원

베이징 동북부 츠펑(赤峰)시 훙산(紅山)구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평원으로 들어간다. 오후 3시. 내내 달리기만 하던 지루한 버스 안에서 작은 탄성이 인다. 공거얼대초원이다. 곧게 뻗은 하나의 길, 아름답다고 손꼽는 왕복 2차로의 도로 달달선(達達線) 만이 좌우 경계를 나눌 뿐 초원과 하늘과 바람소리가 하나인 대자연의 풍광이다. 갑자기 비바람이 인다. 초원에서는 귀한 이가 올 징조라고 여긴다. 궂은 날씨에 아랑곳 않고 양과 소, 말들은 유유자적 고개 숙여 풀을 뜯는다. 반대쪽 하늘이 맑아온다. 변화가 무쌍하다. 일 년 중 6~8월 오로지 석 달간만 민낯을 내어주는 곳. 거친 겨울을 견딘 대초원은 파릇하고 광활하다.

   
몽골의 전통악기인 마두금을 연주하는 현지인은 기자가 인상 깊어 직접 그렸다.
‘차하얼’이라는 이름의 목장에 도착했다. 현지인들이 따뜻한 우유차를 건네며 먼 길 달려온 방문객의 몸을 덥혀준다. 말타기와 활쏘기 전통복장 체험 등을 한다. 지축을 흔들며 질주하는 말들이 대지의 안부를 전한다. 초원에 때아닌 혈투가 벌어진다. 몽골 씨름인 ‘부흐’ 시범대결이다. 흩뿌리는 비바람을 안고 초원 깊숙이 향한다. 유목민이 바람과 함께 달렸을 벌판을 자동차가 대신한다. 첨단기계문명인 SUV는 거침없다. 언덕 꼭대기 돌무더기인 ‘어워(Ovoo)’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벌판 한가운데 있음을 절감한다. 초원의 남자인 징기스칸의 모친 고향도 이 부근이랬다. 사람들의 목을 적셔왔을 늪과 호수가 고개를 내민다.

숙소는 내몽골 전통가옥인 ‘게르’다. 일행이 묵은 게르는 ‘싱싱타라’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말 탄 몽골 청년들이 투어버스와 나란히 달리며 환영해 준다. 의식이 성대하다. 방문객에게 푸른빛이 도는 ‘하다(哈達)’라는 스카프와 하마주(下馬酒)를 건네는데, 마시는 방법이 독특하다. 네 번째 손가락 끝으로 술을 적셔 하늘과 땅과 자신의 이마에 문지르고 잔을 비워야 한다. 천지와 조상에 대한 고마움을 의미한다. 술은 독하다. 단숨에 마시는 건 초원에 사는 이들에 대한 예의다. 어린양을 통째로 구워 손님에게 권하고 전통무용과 노래가 이어진다. 말머리 장식을 한 이현악기 마두금(馬頭琴)의 선율이 넓은 ‘빠오’(연회장용 게르) 안을 채운다. 광장엔 모닥불이 피워진다. 처음 만난 사이인들 어떠랴. 스스럼없이 어깨를 겯고 춤을 춘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샛별이 일품이라고 누군가 귀띔한다. 초원의 밤이 깊어간다.

■옥룡사호(玉龍沙湖)

   
몽골의 전통 씨름 ‘부흐’
다음 여정은 사막. 츠펑시 북쪽 웡니우터치(翁牛特旗) 구역 내인 옥룡사호다. 고운 금모래에 기암괴석이 촘촘히 위용을 뽐낸다. 사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초지와 호수 그리고 온천까지 갖춘 중국의 AAAA급 관광지다. 대자연의 웅장한 협연이다. 천지의 조화에 안목은 넓어지고 마음은 설렌다. 네이멍구와 랴오닝성 일대의 신석기시대엔 홍산(紅山)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출토된 반월형 옥룡이 지역의 아이콘이다. 중화역사에 처음 등장한 용이다. 용과 사막의 자연호수가 어우러져 ‘옥룡사호’가 된 셈이다.

   
네이멍구 초원의 정찬. 통째로 구운 양고기와 계란스프, 야채볶음이 일품이다.
야트막한 모래언덕을 넘어 서면 경탄이 절로 나온다. 사막의 진면목을 제대로 과시한다. 모래산과 구릉이 무한으로 이어지고 하늘은 그와 맞닿아 있다. 사막이 선사한 롤러코스트지형을 제대로 체험하려면 네 바퀴로 달리는 지프가 제격. 엔진 굉음을 연신 토해내며 수직과도 같은 급경사를 오르내린다. 아찔함과 짜릿함이 교차하며 정신이 요동친다. 맑은 날이면 낙타가 결 고운 모래로 안내한다. 세월의 풍화를 겪은 바위가 산이 되어 솟아 있고, 모래이불을 덮은 듯한 암석들이 곳곳에서 손짓한다. 걷든 타든 모래 벌판을 경험한 후엔 노천온천이 이동의 피로를 풀기 제격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천상이 여기인가 싶다. 숙소인 용곡레이크온천호텔은 컨테이너로 깔끔하게 만들었다.

사막의 새벽을 담으려고 사진애호가들이 누르는 셔터소리가 아침을 알린다. 제대로 된 맑은 날씨다. 이름 모를 물새 소리가 여행의 마침을 알려 주는 듯하다. 부지런한 이들은 사막의 언덕을 걸어 보고 큰 바위에 올라 대자연과 함께 숨 쉰다.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막과 초원의 하루가 또 시작된다.
   
만리장성의 진산링 구간. 능선마다 망루와 성벽이 끝없이 이어진다.

◆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

◇칭산(靑山)

애칭은 북방의 작은 황산. 베이징에서 580km 떨어져 있으며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등록된 곳 중의 하나. 기묘한 형상의 암석과 봉우리들이 곳곳에 뻗어 있다. 20분 정도 개방 리프트를 타고 오르면 펼쳐지는 ‘공중 평원’이 장관. 땅밑에서 얼음이 자라 정상쪽의 퇴적층이 갈라진 후 침식으로 생긴 빙구(氷臼)가 독특. 200종의 약용식물과 500종 이상의 야생식물이 자생. 최고 높이는 1574m.


◇진산링 (金山嶺)장성

명나라 장성의 대표 구간. 중국에 있는 장성 가운데 보존 상태가 제일 좋다. 198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총구간은 10.5km. 험준한 산세 따라 지어진 성벽은 철옹성같다. 망루는 100여 개에 달하고 800m 길이 케이블카를 타고 장성이 있는 정상부까지 진입 가능. 허베이(河北)성 롼핑셴과 베이징 미윈셴 접경에 위치.


◇청더 비수산좡(避暑山莊, 피서산장)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의 황실정원. 호수와 산세가 중국 지형의 축소판이라 불린다. 여름에도 시원하고,땅 밑에 흐르는 온천 탓에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아 열하(熱河)행궁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박지원이 1780년 청의 건륭제 칠순잔치 참석차, 중국을 둘러보고 쓴 기행문인 ‘열하일기’의 주무대가 이곳이다. 강희제와 건륭제가 강남정원의 경치에 반해 베이징엔 이화원을, 청더에는 비수산좡을 조성했다.


◆ 네이멍구 여행 정보

부산의 (주)와이투어앤골프에서 진행하는 네이멍구(적봉·공거얼초원·승덕) 상품이 출시되어 있다. 이달 11일부터 오는 9월 14일까지 4박5일 일정.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매주 화·토 김해공항에서 출발.문의 1588- 8751.

글 ·그림 =서상균 기자 seose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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