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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극장 못 가도 예매해주기 운동 ‘영혼 보내기’에 관한 2개 시선

‘미쓰백’‘걸캅스’ 등 여성 주연작, 다양성 지키는 응원문화로 자리

  • 이원 기자
  •  |   입력 : 2019-06-19 18:41:05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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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선 “투자배급사 조작 의혹”

혹시 ‘영혼 보내기’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심령술에서 나올 법한 이 말은 최근 영화계에서 생겨난 말로, ‘몸은 다른 곳에 있지만 영혼은 극장에 보낸다’는 것을 뜻한다. 뜻풀이를 봐도 여전히 의문스러운 이 말은 왜 생겨난 것일까.
여성 버디 영화 ‘걸캅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혼 보내기는 지난해 10월 ‘미쓰백’ 개봉 때 처음 생겼다.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던 백상아(한지민)와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여자아이 지은(김시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여성 감독 이지원의 섬세한 연출과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 한지민의 연기가 빛을 발하며 2018년 한국영화계의 중요한 작품이자 여성영화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작품성과 달리 초반 흥행이 좋지 않았다. 요즘 극장 사정을 보면 개봉 첫 주말에 흥행이 안 되면 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미쓰백’을 지지하는 관객들, 특히 여성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티켓을 예매했다. 그중에는 비록 직장이나 학업, 육아 때문에 극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예매율을 높이기 위해 티켓을 예매한 경우가 많아서 이를 두고 ‘영혼 보내기’라는 말이 생겼다. 영혼만 온 좌석 수가 얼마나 되는지 집계되지 않았지만 ‘미쓰백’은 상영일이 길어지면서 좋은 영화라는 입소문이 퍼졌다. 개봉 2주 차에 순위 역주행을 해 결국 12월까지 상영됐다. 최종 흥행은 누적 관객 수 72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그리고 올해에는 지난달 개봉한 ‘걸캅스’에 영혼 보내기가 이어졌다. 라미란 이성경 수영 등 여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걸캅스’는 특히 한국영화에서 거의 전무한 ‘여성 버디 무비’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당시 극장가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흥행 광풍을 일으키고 있던 시기로 ‘여성 버디 무비’를 지키기 위한 관객들의 영혼 보내기가 일어난 것이다. ‘미쓰백’과 마찬가지로 영혼이 지킨 좌석 수는 알 수 없으나 ‘걸캅스’는 누적 관객 수 162만 명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보였다.

영화계에서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영혼보내기에 대해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과거 주로 투자배급사들이 자신의 영화 예매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티켓을 구매했던 것과 비슷하다며 관객 수 조작 행위라는 것이 한 가지다.

다른 시선은 대작 영화 공세에 의미 있는 다양성 영화가 사라지는 극장가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의 의사 표현이자 응원 문화라는 것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관객의 자발적인 티켓팅이라는 점에서 대형 투자배급사의 인위적 관객 수 조작과 선을 긋는 분위기다.

그런데 영혼 보내기의 근원을 따져보면 다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대형 한국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흥행의 양극화로 귀결된다. 이 문제가 거론된 지 10년이 지났건만 영화계와 극장업체는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않았고, 이에 관객 스스로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이런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극장 한 좌석을 예매하는 비용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영화계와 극장업체는 자신들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관객의 영혼 보내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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