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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조선 속의 일본 <3> 1547년, 그해 부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유일 국제항 역할 맡게 된 동래… 현령(종5품) 대신 부사(종3품)가 부임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26 19:40:2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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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44년 사량도왜변 발생하자
- ‘일본인 활동 제한’ 약조 체결
- 염포 이어 제포왜관까지 폐쇄
- 삼포 중 하나 남은 부산포왜관
- 통신사절단 왕래 때 응접하고
- 일본과의 무역항 입지 커지며
- 조정서 동래현→ 동래부 격상
- 관리 지위도 높여 파격적 인사

‘경국대전’에 나타난 경상도 지방관 분포. 네모 안은 종5품 현령이 파견되는 경상도 7개 지역. 영덕, 경산 다음이 동래다.
■부사(府使)가 동래에 오다

1547년 9월 정경(鄭瓊)이란 분이 동래부사로 왔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새로운 부산시장이 임명받아 부산에 온 것이었다. 동래 사또들의 명단을 보면 정경 바로 앞에 이윤암이란 분이 부사로 파견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각 기록을 따져보면 이윤암은 1546년 12월에 부사 신분이 아니라 현령으로 왔다가 이듬해 9월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1547년 정경부터 동래에는 부사가 파견되었고 임진왜란이 발발하는 1592년까지 이어졌다. 임진왜란 때문에 부사에서 현령으로 잠시 강등되었다가 1599년부터 부사가 다시 파견되었고, 1895년까지 3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부사가 왔다. 그래서 부산사람에게 동래현령보다는 동래부사가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령이 파견되다가 부사가 파견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조선시대 고을은 부-목-군-현으로 그 크기나 규모가 구분되었다. 이들 고을에 사또(지방관)가 파견되는데 6단계로 나뉜다. 부윤(종2품)-대도호부사와 목사(정3품)-도호부사(종3품)-군수(종4품)-현령(종5품)-현감(종6품)이다.

15세기 후반에 완성되고 반포되는 ‘경국대전’에는 어느 고을에 어떤 품계를 가진 사또를 보내는지 망라되어 있다. 경상도 부분만 보면 부윤이 파견되는 곳은 경주가 유일하였다. 대도호부와 도호부에 파견되는 사또가 부사이다. 대도호부는 안동, 도호부는 동래와 가까운 김해, 밀양, 창원, 대구 등이다. 목사가 파견되는 대표적인 고을이 진주이고, 군수는 합천 등에 파견되었다. 현에 파견되는 사또가 현령과 현감이었다. 동래는 군수보다 아래인 종5품 현령이 파견되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1547년부터 현령 아닌 부사가 파견된 것이다. 그러므로 동래 동헌 앞 망미루에 걸려 있는 두 개의 편액은 하나는 ‘망미루’, 하나는 ‘동래도호아문(東萊都護衙門)’이다. 동래도호부 관청이라는 의미다. 5품 공무원이 파견되는 자리에 3품 공무원을 파견하는, 이러한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동래부 동헌 앞 망미루에 걸려 있는 ‘동래도호아문’ 편액. 출처 ‘동래변천 150년사’, 부산시 동래구 2016
■사량도 왜변과 ‘가덕도 플랜’

1544년 4월 통영 사량도에 왜구가 쳐들어왔다. 흔히 사량도 왜변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그렇지 않아도 1510년 삼포왜란 전후로 왜구 때문에 걱정이 컸던 조선이었다. 사량도 왜변이 일어나 수군 1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을 당하였다.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삼포왜란과 비교하면 피해가 적었다고 할 수 있지만 점차 잦아지는 왜구에 대해 경각심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삼포왜란 이전, 이미 1508년에 가덕도 왜변이 발발하였다. 그리고 가덕도 바로 옆에는 삼포의 왜관 중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던 제포왜관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인이 가덕도에 정박 또는 점거하는 일이 잦았다. 따라서 김해, 창원, 진해, 고성 사람들이 불안해지고 이곳 사람들의 어업에도 불편함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지속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덕도에 수군 진영을 설치하여 불안과 우려를 해소하려는 의견도 계속되었다. 이러는 동안 사량도 왜변이 발발한 것이다.

사량도 왜변으로 혼란에 빠진 경상도를 수습하기 위해 조정에서는 당시 고위관리인 좌찬성(종1품)이던 이기를 경상도순변사로 파견하였다. 이기가 경상도에 가서 경상도관찰사, 경상도의 육군·수군 총사령관들과 논의를 하였고, 그 결과 남해안 방어 전략을 새롭게 짜는 ‘가덕도 플랜’이 제시되었다. 가덕도에 가덕진과 천성진을 설치하고, 다대포 수군 진영에는 수군을 통솔하는 지휘관의 격을 높여 종3품 첨사를 파견하도록 하였다. 부산진 수군의 수도 부족하지 않도록, 부산포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 근무하는 군인의 수를 줄였다. ‘가덕도 플랜’은 부산진-다대포진-가덕진으로 이어지는 수군 강화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정미약조 체결과 부산포왜관

1510년 삼포왜란이 일어난 후 1512년 임신약조를 체결한 것처럼, 사량도 왜변을 수습하고 일본과의 관계도 새롭게 정리해야 하는 약조를 맺어야 했다. 그해 11월 중종이 사망하고 인종이 즉위하였다. 다음 해에는 다시 명종이 즉위하는 등 조선 조정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1547년이 되어서야 정미약조(丁未約條)를 체결하고 사량도 왜변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미약조 체결은 부산의 역사에서 보면 큰 사건이다. 약조의 내용은 무역선의 수, 사절단의 수, 사절단에게 지급하는 곡물의 양을 정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지만 눈여겨볼 만 한 것은 ‘바람과 파도가 순조롭지 못하다는 것을 핑계로 가덕도 서쪽으로 와서 정박하는 자는 왜적으로 논한다’는 조항이다. 바람이나 파도를 핑계 대고 가덕도를 지나 서쪽으로 즉 전라도 쪽으로 이동하는 일본인은 외교와 무역 파트너로서의 일본인이 아니라 적으로 여기고 처단하겠다는 의미다.

이 약조의 체결로 가덕도보다 서쪽에 위치한 제포왜관이 공식적으로 폐쇄되었다. 가덕도에 수군 진영을 조성할 때부터 제포왜관은 폐쇄될 계획이었다. 1510년 삼포왜란 이후 염포왜관이 이미 폐쇄된 상태였기 때문에 삼포왜관 중 유일하게 남은 곳은 부산포왜관이었다.

삼포에 있던 왜관은 조선으로 이민 온 일본인의 거주지이자, 일본 사절과 일본 상인이 도착하는 항구이자, 무역선의 정박지이자 무역 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특정 왜관으로 일본인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삼포의 왜관에서 각각 역할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부산포왜관 그리고 부산포왜관이 있는 동래지역이 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부산포는 일본 사절이 당도하는 유일한 항구였고, 서울로 가는 유일한 길의 시작점이었다. 일본 사절이 부산포에 도착하면 이들을 응접하는 동래 사또는 외교관이 되어야 했고, 부산포왜관을 운영하고 관할하는 책임을 수행해야 했다.

■이기의 요청, 동래부사 파견되다

왜관을 운영하기 위해 일본 사절을 응접하는 사또 외에 사또의 지휘 하에 왜관과 관련된 여러 잡일을 하는 하급 관속이 필요했다. 그리고 외교와 무역에 사용되는 각종 예단 물품과 무역품을 운송하기 위한 잡역꾼 등도 필요했다. 유일하게 국제항구를 가진 동래지역의 역할은 당연히 커졌고 왜관 운영에 필요한 부담도 늘어났다. 동래지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만큼 이 모든 일을 해나가야 하는 동래지역의 사또 지위도 높아져야 했다.

동래현령을 동래부사로 바꾸어서 보낸 이유를 ‘동래부읍지(1899년)’에서 찾아보면 ‘1547년(명종 2) 대신 이기 등이 건의한 것으로, 그 내용은 일본 사절을 응접하는 일 때문에 현(縣)을 승격시켜서 부(府)로 한다’라는 것이다.

이기는 사량도 왜변이 일어났을 때 경상도를 순회하며 부산을 비롯한 동·남해안의 상황을 익히 파악했던 인물이다. 그러므로 동래지역의 중요성을 알리고, 동래를 다스리는 사또의 지위를 높이자는 요청을 한 것이다.

부산포왜관으로의 왜관 단일화로 1547년부터 5품의 현령이 아니라 3품의 부사가 동래에 파견되었다. 동래는 조선과 일본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첫 길이었고, 부산포는 유일하게 왜관이 있는 국제적인 장소가 되었다. 부산포 1곳에만 왜관을 두도록 한 이후, 일본에서는 이미 폐쇄된 제포왜관을 다시 열어달라는 등 왜관을 늘여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조선에서는 왜관을 늘이는 제안에 대해 일체 대응하지 않았고,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부산포에만 왜관이 있었다.

양흥숙 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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