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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휘두르는 이성민은 처음…“야수본능 속의 괴물 깨웠죠”

‘비스트’서 형사로 격투신 열연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9-06-26 19:35:1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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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공작’선 말로 긴장감 전달
- 올핸 액션연기로 새 캐릭터 도전
- 이정호 감독 연출에 설렘 더해

- “촬영 중 잠재된 폭력성 깨우느라
- 끝날 때까지 스트레스 엄청 받아
- 흥분 지나쳐 눈 실핏줄도 터졌죠”

지난해 영화 ‘공작’에서 북한의 최고위층 리명운 역을 맡아 각종 남우주연상을 휩쓴 이성민이 올해는 범죄 스릴러 영화 ‘비스트’(26일 개봉)로 다시 한번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비스트’에서 강렬한 형사 연기를 펼친 이성민. NEW 제공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원작으로 한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의 쫓고 쫓기는 관계를 몰입감 있게 그린다. 특히 살인마를 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한 후 자신마저 위험에 빠지게 되는 한수 역의 이성민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본능적인 연기로 영화가 끝나고도 긴 여운을 남긴다. 실제 눈의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신경을 쓰며 작업한 ‘비스트’는 ‘공작’에 이어 또 한 번 그의 연기 인생에 획을 긋는 영화가 될 듯하다.

영화 ‘베스트셀러’ ‘방황하는 칼날’에 이어 이정호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췄으며 유재명 전혜진 김호정 최다니엘 안시하 등 후배 배우들과 리얼한 액션, 진한 감정 연기를 펼친 이성민을 만나 ‘비스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비스트’는 기존 범죄 영화와는 다른 느낌이다. ‘비스트’에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느낌의 대본이고 캐릭터들이 워낙 돋보여서 끌렸다. 무엇보다 이정호 감독이 연출한다는 것에 설렜다. 영화를 만들어놓은 것을 보니 기존 범죄영화와 다르다고 하는데, 범인을 추적하고 잡는 것 외에 형사끼리 경쟁하고 갈등하면서 관객에게 누가 괴물인지 화두를 던진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 감독의 어떤 점이 설레게 했는가.

▶‘베스트셀러’ ‘방황하는 칼날’을 하면서 장르적 익숙함을 피하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이 감독의 모습이 저를 자극하고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비스트’도 설렜다.

-‘비스트’는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가 복잡하다. 시나리오를 한 번에 읽어야 했을 것 같다.

▶한 번에 읽기는 했다. 이 감독은 평상시 말투가 진중한데, 시나리오도 문학적으로 쓴다. 그래서 다른 시나리오 읽을 때보다 잘 읽히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영화 초반 양해를 구하고 입에 잘 붙게 대사를 바꾸기도 했다.

-한수는 계속해서 막다른 길에 부딪히는 느낌이다. 그래서 항상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다소 흥분된 상태로 연기를 해야 했겠다.

   
‘비스트’ 한 장면.
▶정말 특이한 경험이었다. 역할 때문에 이렇게 많이 스트레스받기는 처음이었다. 제가 연기할 때와 생활할 때를 잘 구분하는 편인데, 촬영이 없는 날에도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맨날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했다. 4개월 정도 촬영했는데, 역할이 실생활에도 살짝 영향을 미쳤다. 촬영을 마치는 날 너무 행복했다.

-스트레스로 눈의 실핏줄이 터질 정도였다고 들었다.

▶자연스럽게 실핏줄이 터졌는데, 그것이 공교롭게 엔딩 장면을 찍는 날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더 리얼하게 나온 것 같다. 실은 그 전에 인천경찰서 장면을 찍은 후에도 실핏줄이 터졌는데, 그때는 며칠간 촬영이 없을 때였다.

-이번 영화에서 격투 액션도 보여줬다. 이렇게 강한 액션은 처음인 듯하다.

▶저는 말로 하는 구강 액션을 많이 했다. 누군가 때리는 것을 못 해봤다. ‘보안관’ 때도 거의 맞는다. 그런데 때리는 것이 힘들더라. ‘비스트’ 촬영하면서 내면에 별로 없다고 생각했던 폭력성이 조금 나왔다. 다음에는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 말고 본격 액션영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힘들어서 어려울 것 같다.

-라이벌 형사 민태는 다른 성격을 지닌 인물이어서 민태 역의 유재명 씨와 연기 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을 것 같다.

▶그렇게 많이 이야기하진 않았다. 재명이는 드라마를 마치고 바로 ‘비스트’에 합류했고, 또 결혼 준비를 하던 시기여서 이 감독과 재명이가 대화를 많이 하고 저와는 같이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저 또한 사전에 이 감독과 대화를 엄청나게 했기 때문에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연기를 시작하면 서로 짜릿하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비스트’에서 두 배우가 눈에 띄었다. 마약 브로커 춘배를 연기한 전혜진 씨는 완전히 걸크러시한 헤어스타일과 의상으로 가장 큰 변신을 보여줬다. 그리고 아내이자 국과수 부검의 정연 역의 안시하 씨는 뮤지컬계에서 유명한 배우인데, 영화 연기도 무척 좋았다.

▶전혜진 씨는 의상 피팅할 때 몇 번 봤는데, 마치 마오리족 같은 헤어와 타투 그리고 이상한 옷을 입어서 웃음이 났다. 그런데 촬영장에 왔을 때는 안 맞을 것 같은 그 모습이 캐릭터와 너무 잘 맞더라. 안시하 씨는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 오디션에서 연기한 것을 보여줬는데, 뮤지컬을 많이 해서 그런지 연기가 크더라. 그런데 촬영에 들어갈 무렵에는 싹 바뀌어서 왔더라.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고, 밝고 건강해서 앞으로 잘 될 것이다.

-‘공작’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했다”고 말했다. ‘비스트’를 하면서는 어떤 느낌이었나.

▶‘배우는 육신이 편하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스트레스 없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뭔가 더 치열해진 것 같다. ‘공작’은 눈을 뜨고 감고, 숨을 참고 쉬고를 계산하면서 연기했던 어린 시절로 갔다면 이번에는 게으름 대신 땀을 흘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쉰둘인데 ‘공작’으로 상을 받으면서 영화사의 어느 구석에 이름 하나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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