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공작’선 말로 긴장감 전달
- 올핸 액션연기로 새 캐릭터 도전
- 이정호 감독 연출에 설렘 더해
- “촬영 중 잠재된 폭력성 깨우느라
- 끝날 때까지 스트레스 엄청 받아
- 흥분 지나쳐 눈 실핏줄도 터졌죠”
지난해 영화 ‘공작’에서 북한의 최고위층 리명운 역을 맡아 각종 남우주연상을 휩쓴 이성민이 올해는 범죄 스릴러 영화 ‘비스트’(26일 개봉)로 다시 한번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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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스트’에서 강렬한 형사 연기를 펼친 이성민. NEW 제공 |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원작으로 한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의 쫓고 쫓기는 관계를 몰입감 있게 그린다. 특히 살인마를 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한 후 자신마저 위험에 빠지게 되는 한수 역의 이성민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본능적인 연기로 영화가 끝나고도 긴 여운을 남긴다. 실제 눈의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신경을 쓰며 작업한 ‘비스트’는 ‘공작’에 이어 또 한 번 그의 연기 인생에 획을 긋는 영화가 될 듯하다.
영화 ‘베스트셀러’ ‘방황하는 칼날’에 이어 이정호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췄으며 유재명 전혜진 김호정 최다니엘 안시하 등 후배 배우들과 리얼한 액션, 진한 감정 연기를 펼친 이성민을 만나 ‘비스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비스트’는 기존 범죄 영화와는 다른 느낌이다. ‘비스트’에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느낌의 대본이고 캐릭터들이 워낙 돋보여서 끌렸다. 무엇보다 이정호 감독이 연출한다는 것에 설렜다. 영화를 만들어놓은 것을 보니 기존 범죄영화와 다르다고 하는데, 범인을 추적하고 잡는 것 외에 형사끼리 경쟁하고 갈등하면서 관객에게 누가 괴물인지 화두를 던진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 감독의 어떤 점이 설레게 했는가.
▶‘베스트셀러’ ‘방황하는 칼날’을 하면서 장르적 익숙함을 피하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이 감독의 모습이 저를 자극하고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비스트’도 설렜다.
-‘비스트’는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가 복잡하다. 시나리오를 한 번에 읽어야 했을 것 같다.
▶한 번에 읽기는 했다. 이 감독은 평상시 말투가 진중한데, 시나리오도 문학적으로 쓴다. 그래서 다른 시나리오 읽을 때보다 잘 읽히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영화 초반 양해를 구하고 입에 잘 붙게 대사를 바꾸기도 했다.
-한수는 계속해서 막다른 길에 부딪히는 느낌이다. 그래서 항상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다소 흥분된 상태로 연기를 해야 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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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트’ 한 장면. |
▶정말 특이한 경험이었다. 역할 때문에 이렇게 많이 스트레스받기는 처음이었다. 제가 연기할 때와 생활할 때를 잘 구분하는 편인데, 촬영이 없는 날에도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맨날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했다. 4개월 정도 촬영했는데, 역할이 실생활에도 살짝 영향을 미쳤다. 촬영을 마치는 날 너무 행복했다.
-스트레스로 눈의 실핏줄이 터질 정도였다고 들었다.
▶자연스럽게 실핏줄이 터졌는데, 그것이 공교롭게 엔딩 장면을 찍는 날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더 리얼하게 나온 것 같다. 실은 그 전에 인천경찰서 장면을 찍은 후에도 실핏줄이 터졌는데, 그때는 며칠간 촬영이 없을 때였다.
-이번 영화에서 격투 액션도 보여줬다. 이렇게 강한 액션은 처음인 듯하다.
▶저는 말로 하는 구강 액션을 많이 했다. 누군가 때리는 것을 못 해봤다. ‘보안관’ 때도 거의 맞는다. 그런데 때리는 것이 힘들더라. ‘비스트’ 촬영하면서 내면에 별로 없다고 생각했던 폭력성이 조금 나왔다. 다음에는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 말고 본격 액션영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힘들어서 어려울 것 같다.
-라이벌 형사 민태는 다른 성격을 지닌 인물이어서 민태 역의 유재명 씨와 연기 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을 것 같다.
▶그렇게 많이 이야기하진 않았다. 재명이는 드라마를 마치고 바로 ‘비스트’에 합류했고, 또 결혼 준비를 하던 시기여서 이 감독과 재명이가 대화를 많이 하고 저와는 같이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저 또한 사전에 이 감독과 대화를 엄청나게 했기 때문에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연기를 시작하면 서로 짜릿하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비스트’에서 두 배우가 눈에 띄었다. 마약 브로커 춘배를 연기한 전혜진 씨는 완전히 걸크러시한 헤어스타일과 의상으로 가장 큰 변신을 보여줬다. 그리고 아내이자 국과수 부검의 정연 역의 안시하 씨는 뮤지컬계에서 유명한 배우인데, 영화 연기도 무척 좋았다.
▶전혜진 씨는 의상 피팅할 때 몇 번 봤는데, 마치 마오리족 같은 헤어와 타투 그리고 이상한 옷을 입어서 웃음이 났다. 그런데 촬영장에 왔을 때는 안 맞을 것 같은 그 모습이 캐릭터와 너무 잘 맞더라. 안시하 씨는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 오디션에서 연기한 것을 보여줬는데, 뮤지컬을 많이 해서 그런지 연기가 크더라. 그런데 촬영에 들어갈 무렵에는 싹 바뀌어서 왔더라.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고, 밝고 건강해서 앞으로 잘 될 것이다.
-‘공작’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했다”고 말했다. ‘비스트’를 하면서는 어떤 느낌이었나.
▶‘배우는 육신이 편하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스트레스 없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뭔가 더 치열해진 것 같다. ‘공작’은 눈을 뜨고 감고, 숨을 참고 쉬고를 계산하면서 연기했던 어린 시절로 갔다면 이번에는 게으름 대신 땀을 흘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쉰둘인데 ‘공작’으로 상을 받으면서 영화사의 어느 구석에 이름 하나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