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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간 멈춘 듯 곰삭은 풍경…유유자적 거닐기에 그만이구려

일본 사가현 소도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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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케오 신사 내 수령 3000년 거대한 녹나무
- 한 집 건너 도자기 판매점 줄지어 선 아리타
- 日 3대 피부미인 온천으로 이름난 우레시노
- 전통 건축물 매력적인 가시마 양조장 거리 등
- 사람 보기 어렵고 시끄럽지 않아 소확행에 딱

- 도서관·서점·카페가 합쳐진 ‘다케오 도서관’
- 사가 제과점 투어선 또 다른 재미 만끽 가능

   
다케오시도서관과 더불어 사가현 다케오시의 최고 명물인 녹나무. 다케오신사를 지나 하늘을 가린 굵은 대나무 숲을 지나면 문득 눈앞에 나타나는 수령 3000년의 거대한 녹나무는 신령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해외 여행지로 가장 많이 찾는 일본, 가까운 만큼 쉽게 찾는다. 보통 후쿠오카를 비롯해 도쿄나, 교토, 오사카 등 대도시를 먼저 섭렵한다. 화려한 도시는 여행자의 발걸음을 이끈다. 하지만 화려함이 전부는 아니다. 숱한 도시는 저마다의 매력을 품고 있다. 사가현은 규슈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현이다. 복잡하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은, 공기에서부터 한적함이 느껴지는 작은 도시가 붙어 있다. 흔히 찾는 대도시를 벗어나 절로 산책을 부르는 사가현의 소도시를 찾았다.

■서점인 듯 카페인 듯 도서관-다케오

   
2층에서 바라본 다케오시도서관 내부 모습. 오른쪽 천창 아래가 스타벅스 매장이다.
인구 5만 명이면 소도시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해마다 100만 명이 찾는 다케오시 최고의 명소가 다케오시도서관이다. 시청 근처의 도심은 한적하기 그지없지만 이곳 도서관 주차장은 빈 곳을 찾기 어렵다. 2012년 츠타야서점이 도서관 운영을 맡으며 스타벅스가 입점한 ‘도서관+서점+카페’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사진촬영 장소가 1, 2층 한 곳씩 정해져 있어 인터넷에 똑같은 사진을 여럿 볼 수 있는데 독특한 이 공간의 느낌은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일본어로 된 책이지만 사진과 그림이 많은 책 한두 권을 골라 보는 것도 재미다. 도서관과 인접한 다케오 신사에 있는 수령 3000년의 녹나무를 빠트릴 수 없다. 신사 건물을 지나 하늘을 가리는 대나무 숲을 거치면 문득 나타나는 거대한 녹나무는 신령스러운 분위기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한 집 건너 도자기-아리타

   
다케오시 서쪽 나가사키현과 접한 작은 동네 아리타는 일본 도자기의 중심지다. 정유재란 때 사가번 시조인 나베시마 나오시게의 군사에게 끌려간 이삼평을 비롯한 조선 도공들이 자리 잡은 곳이다. 가미아리타역에서 아리타역에 이르는 3㎞를 조금 넘는 거리에는 한 집 건너 도자기 판매점이 줄이어 있다. 가미아리타역 인근의 스에야마(도잔) 신사는 일본이 자랑하는 아리타 자기의 시조 이삼평을 기리는 곳이다. 도조(陶祖)를 모신 신사답게 도자기로 된 출입문 도리이가 인상적이다. 한적한 거리를 걸으며 가게마다 특색 있는 도자기를 구경할 수 있다. 이곳 도자기는 가격이 비싸 사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데 코우라쿠 가마에서 하는 트레저 헌팅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아리타 도자기를 손에 넣는 방법이다. 다만 품질은 크게 차이 나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일본에 서양의학을 전한 독일계 의사 시볼트의 이름을 딴 우레시노온천의 시볼트 족탕.
■일본 3대 피부미인 온천-우레시노

다케오 온천에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15㎞ 정도 떨어진 우레시노는 한 집 건너 온천 료칸이다. 일본 3대 피부 미인 온천으로 알려진 이곳 물은 탄산 성분이 많다. 피부에 윤이 난다고 할 정도로 목욕 후 피부가 매끄러워진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시오타강을 중심으로 료칸과 대중탕, 아기자기한 가게가 밀집해 있다. 차가 천천히 지나다니는 좁은 도로 옆을 느긋하게 걷다가 무심하게 창문 너머 작은 가게 안을 구경한다. 온천 중심에서 골목을 걷다 보면 메기 신사로 유명한 도요타마히메 신사가 나온다. 별칭처럼 도자기로 만든 하얀 메기가 ‘뽀얀 피부’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곳이다. 료칸에 묵지 않더라도 대중탕에서 우레시노의 물을 체험할 수 있다. 발길 닿는 대로 골목을 누비다가 온천여관 광장의 무료 족욕장이나 시볼트 족탕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가시마시 히젠하마슈쿠 양조장 거리의 히젠미네마츠 주조장.
■술이 익는 거리-가시마

우레시노 동쪽, 규슈 최대 갯벌이 있는 아리아케해에 접한 가시마시에는 양조장이 모여 있다. 넓은 평야와 골 깊은 산을 품은 가시마는 좋은 물과 쌀이 있어 사케로 전국적인 명성을 날린다. 올해 일본 사케타임즈의 사케 랭킹에서 사가현 양조장 두 곳이 50위 안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공동 27위에 오른 나베시마를 생산하는 후쿠치요주조가 가시마에 있다. 가시마시 북동부 히젠하마역 앞에 있는 히젠하마슈쿠 양조장 거리는 14~16세기 무로마치 시대부터 술을 빚어온 마을이다. 일본 국가지정 중요 전통 건축물이 곳곳에 서 있는 거리는 고풍 창연하다. 히젠미네마츠 주조장을 시작으로 500m 남짓한 좁은 길 양쪽으로 곳곳에 양조장이 가을에 새 술을 빚을 때 삼나무 가지로 만들어 걸어둔 공 모양의 스기야마가 누렇게 빛이 바랜 채 걸려 있다. 이곳도 앞서 다른 소도시와 비슷한 분위기다. 관광지가 이래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가끔 찾는 단체관광객을 제외하면 사람을 보기 어려운 조용하고 곰삭은 골목길이 매력적이다.

■슈가 로드의 경유지-사가

사가현청이 있는 사가시에서는 이름난 과자를 맛보는 재미를 즐겨보자. 사가시는 슈가 로드의 경유지다. 17세기 초 나가사키시 데지마섬이 서양과 교역 창구로 역할을 한 이후 200여 년간 이곳을 통해 들어온 설탕이 사가를 거쳐 후쿠오카로 올라간 뒤 에도로 운송됐다. 그런 덕분에 사가시에는 유서 깊은 제과점이 여럿 있다. 명과 투어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유명 제과점의 과자를 맛볼 수 있다. 사가역 구내의 관광안내소에서 500엔에 티켓을 사면 역 남쪽 거리를 따라 있는 4곳의 제과점을 들러 대표 상품을 맛보는 프로그램이다. 사가 시내에서는 무료로 운영되는 현청 12층 전망대의 야간 맵핑 쇼, 사가 성터와 혼마루역사관, 현립박물관과 미술관도 둘러볼 만하다.


◆사가현의 규슈 올레 3개 코스

- 구불구불 숲길·푸른 다원
- 탁 트인 바다 보며 힐링을

   
다케오신사의 녹나무로 가는 길에 서 있는 규슈올레 표식.
일본 규슈의 ‘규슈올레’는 제주올레의 해외 첫 번째 자매결연 코스다. 우리나라의 도보여행 동호인들이 해외 트레킹 코스로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규슈올레 코스는 지난 3월 개장한 후쿠오카현 신구 코스를 포함해 모두 22개가 있다. 이 가운데 사가현에 바다를 접하는 가라쓰 코스와 온천마을이 종점인 우레시노 코스·다케오 코스 등 3개 코스가 있는데 다른 곳보다 더 아름답고 걷기 좋은 데다 접근도 편리하다.

우레시노 코스는 구불구불한 숲길을 거쳐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우레시노 녹차의 생산지인 푸른 다원을 지난다. 우레시노 온천 중심의 시볼트 족탕에서 걷기를 마친 뒤 발의 피로를 풀 수 있다. 다케오 코스는 다케오온천역이 출발점으로 다케오도서관과 다케오 신사의 녹나무를 거쳐 유서 깊은 다케오 온천에서 마친다. 대한해협에 접한 해안을 걷는 가라쓰 코스는 제주 올레와 가장 닮은꼴이다. 임진왜란 출병지인 나고야 성터와 주변 진영터를 거쳐 천수대 터에 오르면 이키섬, 대마도, 대한해협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가현의 규슈올레를 걷든 소도시를 여행하든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선박이나 항공기로 후쿠오카를 거쳐 사가시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부산에서 주 4회 운항하는 사가공항 직항을 이용해도 편리하다.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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