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군사거점 아르세날에 위치
- 15세기 고풍스러운 건물 활용
- 다양한 역사책·전투장비 전시
- 입구 시계탑은 거대 해군력 과시
- 선박 뱃머리엔 화려한 장식 눈길
- 동양 군함 중엔 거북선도 한자리
- 배 설계도·배치도 보고 있으면
- 1000년 전 해양왕국 꿈꾸며
- 번성했던 도시국가 위용 느껴져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석호와 운하의 도시다. 석호라는 지극히 인간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에 건축물이 들어섰기 때문에 역으로 외침을 덜 받고 1000년을 버텨왔다. 그 품안에 리알토, 무라노, 부라노 같은 섬이 안겨 있다. 섬은 거미줄 운하로 연결됐으며 S자형의 대운하뿐 아니라 중소운하가 미로를 형성하여 118개의 섬이 400여 개의 다리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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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해군의 본거지이자 베네치아 해양박물관이 있는 아르세날로 들어가는 입구. 아름다운 2개의 시계탑이 해군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
늪에 말뚝을 박아 건물을 세웠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석호 틈새에 운하를 파고 자연적 조류를 이용하여 오로지 배만 가지고 골목골목을 누비는 교통시스템을 만들어냈다. 해군력이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역사적·자연적 조건이 도시 입지 자체에서 부여된다. 자연이 강요하는 강력한 제한성을 역으로 환치하여 강력한 해양력을 만들어냈다.
베네치아인은 ‘베니스의 상인’에서 보이듯 철저한 장사꾼 기질을 발휘한다. 샤일록이라는 유태인이 등장하듯이 실제로 베네치아에는 유태인이 살던 구역이 별도로 존재한다. 유태인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베네치아에서도 경제적 ‘물주’로서 움직였다. 베네치아인은 해상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축적된 부는 도시국가의 번영에 토대가 됐다.
■ 해상무역과 강력한 해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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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벽돌 건물의 베네치아 해양박물관. |
해상무역의 동선은 지중해 전체를 포괄했다. 실크로드를 거쳐서 아나톨리아(오늘날의 터키)반도나 레바논 등 동부지중해변까지 당도한 동방의 물건이 베네치아로 넘어갔다. 북아프리카 알렉산드리아 항구까지 당도한 향료, 비단 등도 베네치아로 흘러갔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으로의 여행과 귀환은 베네치아가 동서 교류처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긴 해상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해군이 요구되었다. 이탈리아 바다도시들이 해상교역을 확대하고 해군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1000년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베네치아와 아말피, 피사와 제노바는 함대를 구축하고 지중해 서쪽에 강력한 교두보를 확보한다. 북아프리카와 유럽 지중해에 진출한 이슬람 세력과 상호 협력 혹은 경쟁적인 해상전략을 구사하면서 무역로를 확충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베네치아의 해양력도 하루아침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17세기 초, 베네치아의 병기창은 무려 1800명이 넘는 직원을 둔 국영기업으로 발전했을 정도다. 그 막강하던 병기창이 위치하던 곳이 아르세날(arsenale) 구역이다. 오늘날 박물관이 위치한 곳은 바로 병기창이 있던 아르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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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 전시실. 배를 건조하던 설계도면과 지도, 역사책, 그림 등도 잘 보관돼 있다. |
통칭 베네치아 해양박물관이라고 부르지만 더 정확한 명칭은 ‘베네치아 해군역사박물관’이다. 아르세날은 산마르코 광장에서 20여 분 걸어가는 곳에 너른 지대를 점령하고 있다. 박물관은 아르세날 구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다. 전통적으로 베네치아의 해군기지와 조선소로 활용되던 중요 해군거점이다.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로 탄탄하게 지어진 거대한 옛 건물을 활용해 박물관으로 변신시켰다.
해양박물관은 이탈리아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곳으로 15세기의 고풍스러운 건물에 입주했다. 박물관 입구에는 커다란 닻이 두 개 놓여 있다. 박물관은 아르세날의 고대 조선소 창고에 들어선 선박 전시관, 18세기에 재건된 해군 종교시설인 산비아지오(san biagio) 교회, 42개에 이르는 큰 규모의 전시실 등으로 구성된다. 도시공국의 역사를 웅변하는 다양한 설계도면과 지도, 역사책, 그림 등도 수집되어 있다. 박물관 본관 건물의 1층과 2층은 이탈리아 해군의 역사와 장비를 전시하고 있다. 3층은 석호의 전형적인 보트와 곤돌라, 4층의 스웨덴 룸은 베네치아와 스웨덴의 친교를 위한 공간이다.
■번영을 구가하던 조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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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국가의 상징인 사자상. |
도시국가의 방어를 위한 지도, 해양력을 과시하는 선박 모형들, 온갖 장식으로 위엄을 떨치는 선박, 옛 지도와 천구의, 특히 많은 것은 대포와 총이다. 선박의 뱃머리에 달았던 휘거들이 잘 보존되고 있으며, 배를 건조하던 설계도면과 선박 배치도 등도 잘 전승되고 있다. 조선 자재와 함선이 가득한 조선소 그림을 보면 베네치아의 번성기에 발휘하던 강력한 해양력을 실감할 수 있다.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곤돌라도 빠질 수 없으며, 어선도 수집되어 전시 중이다. 동양의 군함이 모여 있는 전시관에서는 거북선도 만날 수 있는데, 해군참모총장 이은수 제독이 증정했다는 것 이외에 자세한 설명문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아르세날은 이탈리아 해군이 주둔하고 있어 일반인은 출입금지다. 베네치아비엔날레 공간의 일부로 개방하는 구역도 있다. 베네치아공국 이래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르세날이 해군 거점으로 장기지속됨을 시사한다. 아르세날 입구에 아름다운 2개의 시계탑이 해군력의 상징과도 같이 우뚝 서 있다. 보트가 시계탑 사이로 오고 간다. 베네치아가 한창 전성기를 누릴 때 쓰던 건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금단의 땅으로 존재한다. 해양박물관은 이들의 바다 역사를 기록·보존·전승하는 강력한 진지로서 기능하는 중이다.
국립해양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