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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대청마루 앉아 들었네, 강물과 풀벌레의 자장가

안동 농암종택서 고택체험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07-24 18:41:30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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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과 청량산을 배경으로
- 그림처럼 들어앉은 한옥들
- 가사문학 대가 농암 이현보 종택
- 에어컨이 다 뭐람, 창호만 열면
- 강바람 산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 신선처럼 보낸 고택의 하룻밤

곧 휴가를 맞는데 아직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고택 스테이’는 어떨까. 숙박을 할 수 있는 수백 년 된 고택이 전국 곳곳에 숨어 있다. 북적거리는 휴가지를 피해 조용한 자연 속에서 하루 이틀 푹 쉬고 싶다면 고택 스테이만 한 선택지가 없다. 전국의 고택 중 마니아들이 손에 꼽는 경북 안동 ‘농암종택’에서 하루 머물며 고택 스테이의 매력을 알아봤다.
   
경북 안동시 농암종택 강각 대청마루에서 본 노을. 이곳에서 청량산과 낙동강이 한눈에 보인다.
농암종택은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있는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 1467~1555)의 종택(宗宅)이다. 부산에서 자동차로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참판까지 지냈던 농암은 76세 때 병을 핑계로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왔다. 농암은 여생을 고향에서 시를 지으며 담백하고 물욕 없이 보냈다. ‘어부 장가’ ‘어부 단가’를 비롯한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의 시가작품을 남겨 강호문학의 창도자로 평가받는다.

   
자연 속에 들어 앉은 농암종택.
그런 농암이 태어나 성장하고 직계자손이 650여 년간 대를 이어 살아온 집이 농암종택이다. 원래 종택이 있던 분천마을은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되는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당시 농암종택의 건물도 이곳저곳 흩어져 옮겨 세워졌다. 이후 영천 이씨 문중 종손 이성원 씨가 10여 년에 걸쳐 지금 농암종택이 들어선 대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이건·복원해 2008년부터 일반인이 숙박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농암종택은 ‘힐링’하기 더없이 좋다. 농암종택 주위에는 산과 강만 있을 뿐 다른 집이나 상가가 없다. 종택의 숙박공간도 모두 화장실과 욕실이 딸린 독채라 다른 숙박객과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 한 방의 숙박 인원을 최대 3, 4명으로 제한해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애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독채는 각각의 매력이 다른데 특히 강각, 긍구당, 사랑채, 명농당의 인기가 높다. 방안의 창호 문을 열면 넓은 마당이나 낙동강이 그림처럼 펼쳐져 숙박객이 더욱더 선호한다.

   
고택에 어울리는 정갈한 침구.
농암종택은 ‘배산임수’의 전형이다. 뒤는 건지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앞은 청량산을 따라 낙동강이 흐른다. 청량산 기암절벽과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은 인기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농암종택에서 강을 따라 30분 걸어가면 고즈넉한 정자인 ‘고산정’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애신아씨와 유진이 가마터에 가려고 배를 타는 장면을 찍었다.

강과 산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바람 덕에 농암종택은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없다. 사랑채 대청마루에 의자를 놓고 앉아 조금 기다리니 사방에서 찬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을 맞으며 풀벌레 소리를 듣고 별과 달을 보는 ‘신선놀음’은 고택 스테이의 가장 큰 매력이다. 혹시 비가 온다고 예약을 취소하지 않길 바란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과 촉촉한 빗소리, 물안개가 어우러져 수묵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기분이 들 것이다.

   
청량산 줄기를 뒤로 한 농암종택.
미리 주문하면 종부가 차려주는 조식(7000원)을 먹을 수 있다. “차린 것이 없다”고 했지만 4인용 밥상 절반이 채워질 만큼 다채로운 반찬이 나왔다. 버섯볶음, 감자조림, 계란찜, 가지찜, 배추전 등 하나 같이 재료 본연의 담백한 맛을 살렸다. 안동소주 안주라는 북어포와 3가지 종류 떡도 별미였다.

농암종택 근처 볼거리도 풍부하다. 농암종택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봉화군 청량사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 산길을 20~30분 걸어 올라가면 수려한 청량산에 둘러싸인 청량사에 도달한다. 청량사에서 40분 더 올라가면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길이 90m 산악 현수교 ‘하늘다리’를 볼 수 있다. 농암종택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도산서원도 있다.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사액서원으로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도산서원에서 차로 3분 거리에 퇴계 이황의 종택인 ‘퇴계종택’이 있다.

▶숙박료 : 성수기(7월 15일~8월 20일) 기준 사랑방 20만 원(비수기 15만 원, 최대 4인), 내실 12만 원(〃 10만 원, 최대 3인), 긍구당 17만 원(〃 15만 원, 최대 3인), 명농당 17만 원(〃 15만 원, 최대 3인), 강각 20만 원(〃 15만 원, 최대 3인). (054)843-1202


# 경주 독락당·청송 송소고택…하룻밤 자고 싶은 ‘명품고택’

한국관광공사는 전국의 고택·종택 중 엄선해 ‘명품고택’을 지정했다.

■ 안동 지례예술촌

경북 안동 임동면 지례마을은 조선 숙종 때 대사성을 지낸 지촌 김방걸(芝村 金邦杰)이 처음 일궈 그의 자손들이 350여 년 동안 집성촌을 이루며 살았다. 임하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의성 김씨 문중의 종택과 사당, 제청, 서당 등 여러 가옥을 현재의 마을 뒷산 중턱으로 옮겼다. 방안 창문을 꽉 채운 호수 풍경이 SNS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주 독락당

경북 경주 안강읍 ‘독락당’은 조선 중기 문신이었던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고향에 세웠다. 지붕, 마루, 기단이 매우 낮아 담장 너머가 잘 보이지 않지만 고택 안으로 들어가면 긴 계곡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자연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 청송 송소고택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은 당대 대부호를 뜻하는 ‘99칸 기와집’으로 더욱 유명하다.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렸다는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松韶 沈琥澤)이 1880년께 호박골에서 본래 살던 덕천리로 이전하면서 지었다. 3000여 평 대지 위에 총 7개동으로 구성된 건물은 건물마다 별도의 마당이 있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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