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산이 수제맥주의 성지로 통한다. 작은 양조장에서 만든 개성 넘치는 수제맥주를 먹으러 일부러 부산을 찾는 관광객도 있다. 그런데 아직 부산의 전통주는 수제맥주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부산에는 작은 양조장에서 각자의 비법으로 특색 있게 만든 전통주 브랜드가 제법 있다. 부산의 작은 전통주 양조장을 찾아 좋은 술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개똥쑥·막걸리 접합 태종대양조
- 대표는 30대 청년 손현민 씨
- 3년간 수없이 실험과 실패 반복
- ‘항암식품’ 개똥쑥 듬뿍 넣되
- 저온추출로 특유의 향 억제
- 정통막걸리 담백한 맛 살려
- ‘발품 홍보’ 영도만 250곳 납품
- 이름난 지역 막걸리로 뜨는 중
개똥쑥막걸리는 2017년 초 출시됐다. 건강에 좋은 개똥쑥을 막걸리에 접합한 이색적인 전통주다. 개똥쑥막걸리 양조장은 부산 영도 태종대 근처에 있다. 영도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넓혀 ‘영도 술’이라고 불러도 어색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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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도구 동삼동 태종대양조 양조장에서 손현민 대표가 개똥쑥막걸리를 보여주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개똥쑥막걸리를 만드는 이는 손현민(32) 태종대양조 대표다. ‘전통주’ 하면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빚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윤 대표는 30대 초반으로 무척 젊다. 어떤 이유로 막걸리 제조에 뛰어들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군 제대를 하고 2013년 막걸리 유통업을 시작했어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일찍 사회로 진출했어요. 방위산업체에서 군 복무를 하다 보니 직장 생활보다 개인 사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유통만 했지 제조한다는 건 꿈도 꾸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자 ‘이왕 마시는 술, 좋은 재료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한창 건강에 좋다고 미디어를 많이 탄 개똥쑥을 막걸리에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개똥쑥은 항암, 항산화, 면역력 증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손 대표는 막걸리 제조에 문외한이었다. 그나마 생물학을 부전공한 것이 막걸리 제조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막걸리 유통업을 하며 개똥쑥막걸리 개발에 착수했다. 2014년 막걸리 제조의 처음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책과 인터넷을 뒤지며 공부했다. 이후 3년간 수없이 실험하고 수없이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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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걸리를 만들 쌀을 살펴보는 손 대표. |
2017년 비로소 손 대표가 직접 만든 개똥쑥막걸리가 세상에 나왔다. 막걸리에 개똥쑥액 10%를 섞은 6도짜리 술이다. 실제로 먹어본 개똥쑥막걸리는 부드럽고 깔끔했다. 감미료를 쓴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았다. 풍부하면서도 목 넘김은 가벼웠다. 달지 않았다. 또 쑥 향은 거의 나지 않는다. 끝에 조금 씁쓸한 맛에서 쑥의 존재를 느낄 정도다.
손 대표는 “몸에 좋은 개똥쑥을 듬뿍 넣되 막걸리 본연의 맛과 향을 해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개똥쑥 향이 강하면 호불호가 갈리고, 싫증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맛과 향이 특이한 술은 한두 번은 호기심에 찾지만 이내 기본 사양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손 대표는 ‘저온추출법’을 강구했다. 고온고압에서 개똥쑥액을 추출하면 개똥쑥의 허브향이 강하게 난다. 저온으로 추출하면 좋은 성분은 지키면서 특유의 향은 최소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손 대표는 “개똥쑥막걸리는 개똥쑥의 효능 덕에 숙취가 적다. 막걸리를 마시면 다음 날 머리가 아프고 숙취가 심하다고 하는데 우리 술은 다르다”고 자신했다.
고생 끝에 자신만의 막걸리를 개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초기엔 영도의 식당과 주점을 중심으로 판매를 타진했는데 거들떠보지도 않는 곳이 태반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개똥쑥막걸리의 맛을 알리기 위해 무작정 부딪쳤다. 막걸리를 지고 산에 올라가 등산객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낚시하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시음을 권하기도 했다. 처음엔 하루 10박스도 못 팔았는데,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반응이 왔다. 재주문하는 거래처도 생겼다. 2018년엔 전년 대비 50% 판매량이 늘었고,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늘었다. 영도는 식당 주점 마트 등 거래처가 250군데, 다른 구도 대리점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손 대표는 앞으로 2년간 개똥쑥막걸리를 알리는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막걸리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2~3년, 막걸리를 개발하는 데 2~3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온라인, 오프라인 망라하고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만나려 합니다.” (051)405-1800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