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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속 공포영화…뒤틀린 광기 몰입하려 예쁨 내던졌죠”

오늘 개봉 ‘암전’의 서예지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9-08-14 18:39:5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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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무서운 영화 만들기 위해
- 상영금지작 실체 쫓는 감독 역

- “과도한 열정으로 현실과 혼돈
- 리얼리티 살리려 민낯으로 열연
- 주근깨 얼굴에 안경까지 썼죠
- 촬영 내내 구르고 뛰고 넘어져”

똑 부러진 연기와 중저음의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인 배우 서예지가 색다른 공포영화 ‘암전’(15일 개봉)으로 관객과 만난다.
   
드라마 ‘구해줘’에서 사이비 종교 집단에 갇힌 소녀 역으로 시청자를 홀린 서예지는 ‘암전’에서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광기에 사로잡힌 신인 감독 미정 역을 맡았다. 단편영화로 인정받은 미정은 8년간 공포영화의 소재를 찾던 중 ‘귀신이 찍었다’는 소문이 난 10년 전 영화 ‘암전’ 이야기를 듣고, 그 영화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그러던 중 그 영화의 진짜 감독 재현(진선규)을 만나게 되고, 재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정은 꿈을 향한 광기로 ‘암전’과 같은 이야기의 영화를 촬영하게 된다.

무더운 여름에 한기를 느끼게 할 ‘암전’은 공포영화 속 공포영화라는 독특한 소재와 실제 폐허가 된 극장과 주택에서 촬영이 진행돼 현실과 영화 사이의 간극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현실 공간 속에 판타지 같은 조명과 소품으로 연출된 세련된 촬영이 어우러지며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공포를 자아낸다. 더불어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를 찍고 싶은 감독의 비틀린 열정이 공포감을 더욱 배가시킨다.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를 찍고 싶은 신인 감독의 광기를 그린 영화 ‘암전’의 장면들. TCO㈜더콘텐츠온 제공
무엇보다 맨얼굴로 점점 광기에 물들어가는 미정 역의 서예지가 보여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자신을 지우고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메소드 연기를 느끼게 한다. ‘암전’을 비롯해 작품마다 가녀린 몸에서 파워풀한 연기를 보여준 서예지를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암전’은 소재가 독특한 공포영화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떤 점이 끌렸는가.

▶시나리오를 보고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다만 공포영화인데 공포영화 감독이 주인공이라는 소재와 이야기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김진원 감독님을 만나고 이분이라면 미정이라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정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미정에게서 느낀 매력은 무엇인가.

▶여성, 남성이라는 성별을 배제한 중성적인 태도와 성격은 제가 안 해본 연기다. 중성적이면서 비틀린 열망으로 광기를 보인다는 점이 끌렸다. 미정을 연기하면서 ‘내가 무엇인가에 열정적으로 도전해 본 적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정을 연기하면서 그것을 느껴봤다.

-노 메이크업으로 촬영에 임했다. 이유가 있나.

▶김 감독님의 요구가 있었고, 메이크업을 하면 주근깨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맨얼굴로 촬영하게 됐다. 원래 민낯으로 다녀서 부담감은 없었는데, 민낯 클로즈업이 무섭긴 했다.

-영화 속 공포의 시작이자 끝인 폐극장 장면은 2005년 폐쇄된 군산의 국도극장에서 촬영했다. 폐극장이 주는 공포로 촬영 때도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무섭기보다 생소하고 신기했다. 낡은 의자와 먼지, 곰팡내와 빗물 등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어 연기에 도움이 됐다. 영화에서 미정이 기침하고 헛구역질을 하는데, 실제로 먼지와 냄새 때문에 기침도 나고 헛구역질도 했다. 우리가 촬영한 이후 리모델링에 들어갔다고 하더라.

-미정이라는 인물에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투영됐는가.

▶김 감독님이 안경을 썼으면 좋겠다며 알이 없는 안경을 건넸다. 제가 눈이 나빠 집에서는 안경을 쓰는데, 그 안경을 가져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면 머리에 걸쳤던 안경을 내려서 쓰는 설정을 했다. 머리를 쓸어 넘기는 것도 제 습관이다. 미정의 행동 하나하나가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길 바랐다.

-영화 속 공포영화 ‘암전’을 본 후 미정은 점점 광기 어린 모습을 드러낸다. 감정적으로 힘들었겠다.

▶영화 내내 구르고 뛰고 넘어져서 온몸에 멍이 들었다. 하지만 육체적인 면보다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해서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특히 미정이 칼을 들고 귀신에게 나오라고 하는 장면은 너무 힘들었다. 미정의 광기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혼자 많은 시간을 준비해서 촬영했다. 컷 이후에도 계속 울 정도로 몰입했고,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극 중 공포영화 ‘암전’의 감독 재현 역을 진선규 씨가 연기했다. 다시 연기하고 싶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하는데, 어떤 점이 좋았나.

▶저뿐만 아니라 다른 여배우들도 선규 오빠와 연기하면 모두 좋아할 것이다. 실제로 선규 오빠에게 “오빠를 만나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배려를 잘 해주는 배우가 있을까 싶었다. 항상 저에게 “괜찮냐”고 물으며 걱정하고 챙겨줬다.

-드라마 ‘구해줘’와 이번 영화 ‘암전’에서 스릴러 연기가 일품이다. 혹시 공포영화나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나.

▶공포, 스릴러 영화를 좋아해서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는 다 봤다. 물론 외국 공포영화도 많이 본다. 좋아하는 공포, 스릴러 영화는 스무 번 넘게 봤다. 집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틀어놓는다. 스릴러를 좋아해서 그런지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털털한 성격이나 저음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장르도 연기하고 싶을 것 같다.

▶로코도 하고, 다른 장르도 해보고 싶은데, 스릴러 장르에 자꾸 끌린다. 홀로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활동적이지 않아서 발랄한 것보다 무거운 것에 끌리는 것 같다. 또 스릴러만 찍으니까 자꾸 스릴러만 들어온다. 저도 하이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발랄할 수 있다(웃음).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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