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여름 한국영화 대결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엑시트’는 다양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재난 탈출 영화답게 시종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와 빌딩을 오르고, 옥상을 달리는 액션, 조정석과 임윤아의 재치 있는 연기, 긴박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주는 연출 등이 관객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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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엑시트’ 스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런데 ‘엑시트’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우리가 공감할 만한 미덕을 담고 있어 가슴 뭉클하게 하거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을 연출하기도 한다.
먼저 조정석과 임윤아가 맡은 두 주인공 용남과 의주 캐릭터가 마음에 와닿는다. 용남은 동네 아이들에게마저 덜 떨어진 취급을 받는 ‘취준생’이다. 용남의 친구가 “다른 게 재난이 아니야. 지금 우리 상황이 재난이야”라는 말을 할 정도다. 일하고 싶어도 취직이 안 되기 때문에 더 안쓰럽다. 반면 같은 대학을 졸업한 의주는 연회장 구름정원의 부점장이다. 직함만 보면 근사하지만 실상은 팍팍한 사회생활의 쓴맛을 보고 있는 젊은이다. 두 사람은 현재를 사는 20, 30대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보고만 있어도 손을 잡고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이 두 사람이 재난 상황에서 안간힘을 다해 탈출하려고 하니 어찌 응원하고 손뼉치고 싶지 않겠는가. 그리고 둘이 탈출했을 때의 통쾌함은 취업 준비와 사회 초년병 생활로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20, 30대에게 큰 위로가 됐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마음의 빚 때문이다. 도시에 독가스 테러가 일어났을 때 구름정원의 부점장 의주는 자신이 아닌 손님들을 먼저 챙긴다. 독가스가 차오를 때 솔선수범해서 비상벨을 울리고, 119에 신고하며, 차분하게 손님들을 대피시킨다. 그리고 구조 헬기가 왔을 때에는 맨 뒤에 남아 손님부터 태운다. ‘부점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자신도 살고 싶지만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만일 세월호 사건 때 선장이 의주처럼 행동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아파온다.
영화는 중반부에 또 한 번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용남과 의주가 가까스로 구조 헬기의 눈에 띄었을 때 맞은편 건물의 학원에 갇힌 아이들을 먼저 구해주라고 하는 장면이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모든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지닌 마음의 빚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상처가 될 것이다. ‘엑시트’에서는 그 아이들을 구한다. 2014년 4월 16일에 어른들이 해야 했을 행동을 용남과 의주가 하는 것이다. 이 장면은 떠올릴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엑시트’를 연출하고 직접 시나리오를 쓴 이상근 감독은 세월호를 의식하지 못했으며,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책임자로서, 어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이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엑시트’는 재난 액션 영화고, 웃음이 묻어나는 상업 영화다.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 모두가 응원받은 느낌이 들고, 희망을 품게 되는 위로의 영화이기도 하다. 이 감독과 함께 용남과 의주를 웃음과 감동으로 연기한 조정석과 임윤아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