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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포도밭 다 합치면 수영·중·동구 크기(부산 3개구 면적 22㎢)…나만의 와인 빚고 올까

경북 영천 와인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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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최고의 포도 산지로 명성
- 당도 높아 와인 양조에 적합
- 직접 포도 따고 효모 등 배합
- 술 발효 체험 프로그램 색달라

- 폐교 재단장한 시안미술관 등
- 가래실마을은 전체가 전시장

- ‘오리장림’숲은 느리게 걷기 딱
- 정몽주 모신 임고서원도 볼만

‘내 고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로 시작하는 이육사의 시 ‘청포도’는 왠지 태어날 때부터 읊었던 구절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포도가 우리에게 친숙하고 사랑받는 과일이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보통 ‘상품’으로서의 포도를 접할 뿐 농산물이자 와인의 원료로 포도를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 최고 포도 산지인 경북 영천에서는 직접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볼 수 있다. 영천으로 와인 투어를 겸한 나들이를 떠났다.
   
가족 단위 와인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영천시 금호읍의 WE와이너리.
■전국 최고 포도 산지의 와인 투어

영천은 우리나라 최고의 포도 산지로 꼽힌다. 영천의 포도 재배 면적은 약 2200㏊(22㎢ )로 전국 최고이고 생산량도 가장 많다. 부산 16개 구·군 중 면적이 작은 순서대로 3개 구인 수영구·동구·중구 전체가 포도밭이라는 의미다. 또 하나 영천 포도는 당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아 와인 양조에 적합하다. 2011년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영천에는 현재 수십 곳의 와이너리가 ‘시엘(프랑스어로 하늘)’이라는 공동 브랜드로 와인을 생산한다. 영천 와인을 알리기 위해 와인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영천의 포도밭과 와인 생산과정을 보려고 와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영천시 금호읍 ‘WE 와이너리’를 찾았다. 야트막한 언덕에 건물과 4000㎡ 정도 넓이의 포도밭이 붙어 있다. 영천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캠벨과 거봉, MBA(머루포도)를 주로 재배하고 와인도 대부분 이 포도로 만든다. 모두 식용 포도인데 우리 땅에서 잘 자라는 포도를 와인 양조에 쓴 것이다. 지금 시기는 거봉과 캠벨로 와인 투어를 진행하고 추석 이후에는 머루포도를 사용한다.

   
요즘 많은 인기를 끄는 청포도 품종인 샤인 머스캣.
와인 체험은 포도 수확으로 시작한다. 도시농업이 확산하며 직접 농산물을 길러 먹는 도시인이 늘었지만 대부분 채소 종류라 포도를 직접 따는 느낌은 색다르다. 포도밭에 들어가 잘 익은 거봉 한 송이를 골라 가위로 자르는 순간 손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서너 송이를 따서 체험장으로 가면 ‘와인 제조 킷’이 준비돼 있다. 발효를 돕는 효모와 산화방지제, 설탕이 든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수확한 포도를 적당히 으깨 골고루 섞으면 끝이다. WE 와이너리 박진환 대표가 체험 내내 포도의 당도와 와인 알코올 도수의 관계, 와인의 발효 과정 등 포도와 와인에 관해 설명해 준다. 약식이지만 포도가 와인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집으로 가져간 포도는 100일 정도면 ‘드라이’한 와인으로 변신한다.

■미술관과 어우러진 마을

WE 와이너리에서 체험을 마친 뒤 영천 나들이에 나섰다. 시내를 벗어나 군위 방향으로 28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빠져나가면 화산면 가래실마을이 나온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마을 초입에는 폐교를 리모델링해 2004년 문을 연 시안미술관이 반긴다. 지역 작가 위주로 전시를 여는 미술관은 예전 운동장의 파란 잔디와 어우러진다. 운동장은 그대로 야외 조각 전시장이 된다. 전시장 입구는 1층이고 전망 좋은 2층에는 카페가 있다. 이 계절에는 꼭 전시장을 둘러보지 않더라도 운동장 주변 키 큰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이 좋은 곳이다. 미술관을 중심으로 조성된 가래실문화마을은 마을 전체가 조각 전시장이다. 영천시의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마을 전체에 45개의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돼 있다. 오래된 가상정미소와 버스정류장, 담장 등 주민의 생활공간 모두가 예술의 무대로 변신했다.

■마을 지켜온 천연기념물 숲

   
가래실마을을 떠나 화남면 소재지를 거쳐 북쪽 보현산 방향으로 고현천 물길을 거슬러 35번 국도를 달리면 곧 예사롭지 않은 숲속으로 도로가 관통한다. 묵은 마을 숲의 자취를 물씬 풍기는 이 숲이 화북면의 자천리 오리장림(五里長林)이다. 400년 전 하천을 따라 5리(2㎞)에 걸쳐 길게 숲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이름붙었다. 지금은 자천숲으로도 불리는 천연기념물 제404호 오리장림은 도로가 개설되고 마을이 커지면서 이름이 무색하게 옹색해졌다. 그래도 입구에서 옛 자천중학교 앞까지 300m에 이르는 도로 양옆의 숲은 안내판의 설명대로 ‘느리게 걷기’를 따라하기에 제격이다. 아름드리 참나무를 비롯해 굵고 가는 10여 종의 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숲 중간을 지날 즈음에는 슬쩍 높직한 전통그네에 몸을 실어봐도 재미있다.

   
포은 정몽주를 모신 임고서원 전경.
■정몽주 자취 찾아가는 임고서원

영천을 대표하는 인물이 화약을 만든 최무선과 함께 충절의 상징이 된 정몽주다. 오리장림에서 영천 시내로 되돌아가다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임고면이 나온다. 남쪽으로 흘러 금호강이 되는 자호천 동쪽에 정몽주 생가가 있고 서쪽 임고면사무소 인근에 그를 배향한 임고서원이 자리 잡았다. 서원뿐만 아니라 포은기념관 등 다양한 건물이 넓은 부지에 이어져 있다. 임고서원이 처음 부래산 인근에 지어졌을 때 심어졌다가 임진왜란 때 불탄 후 지금 자리에 다시 지을 때 옮겨 심었다는 수령 500년의 은행나무가 서원을 듬직하게 지키고 있다. 입구의 선죽교는 후손이 개성의 선죽교를 실측해 복원했다고 한다. 서원 입구의 조옹대에 올라서면 서원의 그림 같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북면 일대는 물론 북쪽으로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도 보인다.


◆와인투어 신청은

- 와인사업단 홈페이지 통하거나 전화로 예약
- 현재 12곳서 투어프로그램 운영, 대부분 단체 대상이라 문의 필수

   
효모와 산화방지제, 설탕이 든 체험용 와인 제조 용기와 거봉 포도.
영천 와인 투어는 영천와인사업단 홈페이지(www.ycwine.or.kr)를 통하거나 개별 와이너리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사업단 홈페이지에서는 투어를 원하는 날짜와 와이너리를 선택해 신청하면 전화 상담 후 체험비(일 인당 1만5000원)를 송금하면 된다. 현재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와이너리가 12곳으로 나오는데 상시로 운영하지 않는 곳이 있으니 사업단으로 전화(054-331-6867)해 문의하는 게 좋다. 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와이너리도 대부분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만 운영한다. 가족 단위 등 개별 신청자를 대상으로 와인 투어를 진행하는 곳은 WE 와이너리(010-8858-0715)를 비롯해 일부에 그친다.

와인 투어 프로그램은 보통 1시간30분 정도에 걸쳐 진행된다. 포도 수확에 이어 와인 만들기를 한다. 와이너리에 따라 시음을 해볼 수도 있다. 단체 방문객을 대상으로는 게임을 진행해 영천 와인과 포도 등 상품을 주기도 한다. 와인 투어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와인 제조 킷에는 설탕이 들어가는데 가을에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만들 때는 설탕을 넣지 않는다. 제조한 와인은 100일에 걸쳐 숙성시키는데 때때로 저어주고 걸러주며 공을 들여야 한다. 체험 때 상세한 과정을 적은 스티커를 용기에 붙여 주므로 잘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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