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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16> 암스테르담 국립해양박물관

네덜란드 제국 황금시대의 비결… 전세계 정보·물산 배척않고 수용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28 19:17:05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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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교도가 ‘잡종 문화’ 만들어
- 작지만 강한 나라 모범 사례
- 청어 무역으로 막대한 부 쌓고
- 동인도회사 앞세워 세계 경영

- 박물관 지하 포함 4층 규모
- 대항해시대 주역 초상화 가득
- 16·17세기 무역선 실물 전시
- 뉴욕 등 방대한 식민지 족적도

- 해외서 신기한 온갖 물산 수입
- 화가들 다양한 정물화 남겨
- 일본에서 도자기 기술 도입
- 명품 ‘델프트 그릇’ 탄생시켜

작지만 강한 나라의 모범을 보여주는 네덜란드. 구교도로부터 피해온 신교도가 모여들어 거대한 ‘잡종 문화’를 만들어낸 나라다. 늘 세계를 향해 열린 태도를 취하며 세계로부터 정보와 물산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에 성공한 이 나라의 힘은 전적으로 바다에서 나왔다. 17세기, 이른바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는 이 국가를 세계 최강으로 만들었다. 그들의 배가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해양박물관에서 관람객이 대항해 시대의 주역을 그린 초상화 등 전시된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찬란했던 ‘해양 세계사’ 고스란히

동양에는 일본 나가사키까지 홀란드(네덜란드의 영어 이름)의 영향이 미쳤다. 오늘날 나가사키 언덕에는 홀란드 길이 남아 있고, 일본인에게 난학(蘭學, 에도시대에 들어온 네덜란드 학문)을 선사한 데지마 유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본은 ‘바늘구멍’ 데지마를 통해 세계와 접촉했고, 난학을 통해 개국의 토대를 일찍이 마련했다. 하멜이 한반도에 표착한 것도 당대 동인도회사(VOC)의 무역로에서 짐짓 태풍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하멜의 표착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네덜란드는 흔히 ‘마부의 나라’라고 불린다. 북해를 ‘물 반, 고기 반’으로 채웠던 청어를 초절임으로 가공하여 경제적 부를 쌓았다. 청어무역으로 쌓아올린 부를 기반으로 배를 만들고 동인도회사를 만들어 세계로 나갔다. 그들의 세계 경영 역시 제국과 식민주의의 일반 논리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암스테르담 국립해양박물관 건물 정면 모습.
네덜란드의 심장은 두말할 나위 없이 암스테르담이다. 로테르담이 유럽 최고의 항구인 것은 맞지만 역사적 정신적 수도는 역시 암스테르담이며, 동인도회사의 본부도 이곳에 있었다. 국제적 허브 철도역인 암스테르담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걸어가면 바다를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면 과학박물관에 당도한다. 그리고 과학박물관 바로 건너편에 암스테르담 국립해양박물관이 있다. 철도와 박물관, 수변 공간 등이 잘 계산되어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해양박물관은 중정 구조의 사각형 건축물이다. 중정 천장에 거대 철제 프레임을 올려서 유리 덮개를 만들었다. 이 덮개를 통해 하늘에서 박물관 마당으로 햇빛이 쏟아진다. 전시실은 북쪽 동쪽 서쪽의 세 구역으로 나뉘며, 출입문을 별도로 내었다. 지하를 포함하면 4층 규모이기 때문에 제대로 보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18세기 유럽 최대 규모 조선소 그림.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해양강국답게 네덜란드는 이곳에서 자신들의 찬란했던 ‘해양 세계사’를 펼쳐 보인다. 세계의 해양사를 추동한 주역을 그린 초상화에서 제독, 총독 그리고 그들의 부인이나 딸의 초상화에 이르기까지 전시실이 가득 채워졌다. 네덜란드는 일곱 개 지역의 세력이 연합한 국가다. 따라서 전시물의 상당 부분은 이들 세력의 지도부 역사에 대해 할애했다.

   
대항해시대 실제 쓰였던 선박이 정박해 있다.
■해외서 들여온 온갖 물산도 전시

건물 밖에는 16~17세기 대항해시대에 실제로 쓰였던 선박이 정박해 있다. 동인도회사의 무역선과 로열 바지선, 제트선 등을 실물로 전시했다. 관람객이 선박에 직접 올라가도록 했다. 안전한 물품 수송을 위한 상품 포장술과 적재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당시의 광대한 무역로가 표기된 세계지도를 보면 거미줄처럼 얽힌 항로도를 펼쳐 놓고 세계를 누비던 동인도회사의 강력한 세계 경영이 읽힌다. 세계지도 제작 역사에서 네덜란드인과 동인도회사의 공헌이 지대한 것은 바로 세계 경영을 위해서는 지도가 꼭 필요했고, 그에 따라 그들이 최고의 지도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에는 해외로부터 신기한 온갖 물산이 들어왔다. 파인애플, 바나나, 커피, 호박, 옥수수 그리고 온갖 향료가 들어왔다. 앵무새와 온갖 동식물, 광물도 곁들여 들어왔다. 네덜란드의 화가는 이러한 진귀한 박래품을 장식품을 곁들여 정물화로 그려냈다. 정물화는 이 나라 회화의 굳건한 전통이 됐고, 지금은 박물관 전시실 곳곳에 걸려 선보인다. 경제적 부에 힘입어 그림을 요구하는 수요가 창출됐고, 화가는 다양한 그림을 그려서 생계를 유지했다. 네덜란드 미술은 유럽 미술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바탕이 바로 대항해시대에 마련된 것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고래 모형.
네덜란드는 일찍이 일본에서 도자 기술을 수입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주문자 부착 상표 도자기를 수입하다가 마침내 델프트에서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자체 생산에 돌입했다. 자신들의 생활상과 해양력을 반영한 다양한 도자기가 박물관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박물관 내의 판매점에도 ‘델프트 블루’를 상징하는 다양한 소품이 가득하다. 청화백자는 중국에서 시작되어 일본으로 건너갔고, 일본에서 다시 네덜란드로 건너가 유럽의 명품이 됐다. 일본의 도공이 바로 임진왜란 때에 끌려간 조선인의 후예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동인도회사는 사실상 세계 최초의 다국적 기업이었다. 전시장에는 이를 입증하는 눈에 띄는 유명한 그림이 하나 있다. 1700~1750년경 그려진 동인도회사의 조선소 그림이다. 거대한 창고 건물이 서 있고 선박 제조 시설이 밀집했다. 그곳에서 수많은 인부가 배를 만들었다. 이 조선소는 다음 세기까지 유럽 최대의 조선소로 위용을 떨쳤다. 여기서 만들어진 배를 이끌고 아시아로, 아메리카로 네덜란드의 무역선이 나아갔고, 동인도회사의 지역 거점을 만들어 세계를 경영했다. 오늘날 네덜란드가 유럽 최대의 항구인 로테르담을 보유했고 해양 물류의 본산으로 알려진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닌 것이다.

   
박물관 전시실에서 그들이 식민 지배했던 아메리카 식민지의 족적도 볼거리이다. 애초에 뉴네덜란드는 북아메리카의 유일한 네덜란드 식민지로, 바로 오늘날의 뉴욕이다. 뉴암스테르담은 나중에 뉴욕이 됐다. 네덜란드는 서인도제도의 아루바, 보네르 그리고 퀴라소 같은 섬도 소유했다. 무엇보다 방대한 식민지는 인도네시아에 있었다. 원주민의 반항을 제압하면서 커피, 향료 등을 플랜테이션으로 재배하면서 경제적 부를 축적했다. 해양박물관에 이들 식민의 역사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국립해양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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