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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 시대 국가 ‘조문국’을 아시나요?

경북 의성으로 떠난 역사 여행

  •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입력 : 2019-09-04 18:59:21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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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사기 지리지·고려사 등에 기록된
- 신라 전신 사로국에 병합된 부족국가
- 의성읍 남쪽 금성면 일대 중심지 추정

- 중대형 고분 40기 있는 ‘조문국사적지’
- 넓은 잔디밭에 잘 정돈돼 걷기에 좋아
-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 조문국박물관
- 금동관 등 관련 유물 한눈에 관람 가능
- 실내 발굴 체험프로그램 아이들에 인기

- 조선 시대 양반 고택 즐비한 산운마을
- 400살 회화나무·생태관 등 둘러볼 만

경북 ‘의성’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컬링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의성 출신의 여자 컬링팀은 깜짝 은메달을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의성은 최근 컬링센터가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등 컬링 성지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의성은 또 자연풍광이 뛰어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여름철 대표적인 과일 중 하나인 자두는 의성산을 최고로 친다. 마늘도 의성을 대표하는 농산물이다. 의성 마늘 역시 품질 면에서 전국 최고 대접을 받는다. 의성을 표현하는 이름은 또 있다. 바로 ‘조문국(召文國)의 고장’이다. ‘조문국’. 솔직히 처음 들어본 말이다. 조문국은 지금의 의성지역을 무대로 세워졌던 옛 삼한 시대 부족국가 중 하나다. 신라 초기에 병합되긴 했으나, 꽤 큰 세력을 형성했으며 그에 걸맞은 독창적인 문화도 발전시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의성인은 조문국의 후예인 셈이다.
   
경북 의성군 대리리의 ‘조문국사적지’ 전경. 옛 삼한 시대 이 지역에 세워졌던 조문국 고분이 여기저기 봉긋하게 솟아 있고, 그 사이로 산책로와 화단 등이 조성돼 있다.
■조문국의 모든 것을 한눈에

조문국을 기록한 문헌이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의성에 조문국이 있었다는 기록은 확실하다. 삼국사기 지리지는 고려 시대 의성부였던 문소군이 원래 조문국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사, 동국여지승람 등도 의성지역에 조문국이 있었던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금의 의성읍에서 남쪽으로 10㎞ 정도 떨어진 금성면 일대가 조문국의 중심지였다. 삼국사기 등에 따르면 신라의 전신인 사로국은 벌휴왕 2년(185년)에 조문국을 정벌했다고 한다. 조문국이 위치한 금성면 일대는 신라가 영남 일원에서 북쪽으로 진출하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반대로 북쪽에서 경주로 들어오는 최단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군사적으로 절대 요충지였다. 사로국이 이곳을 장악해 조문군으로 삼으면서, 북방에서 내려오는 선진 문물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의성조문국박물관 외관.
금성면 초전리의 ‘의성조문국박물관’에서는 조문국의 역사는 물론이고 의성인들의 발자취를 보고 느낄 수 있다. 2013년에 지어진 조문국박물관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다. 지난달 말에 찾은 조문국박물관 한쪽에서는, 의성군이 마련한 물놀이장에서 어린이들이 늦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2층 상설전시장에는 전국에 흩어져 있던 조문국 관련 유물과 의성지역에서 출토되었던 유물들이 모여 있다. 금성면 탑리 고분에서 발굴된 화려한 문양의 금동관을 비롯한 장신구나 갑옷 등은 고분이 지역 유력 지배층의 분묘임을 짐작게 해준다. 신라 시대 왕릉에서 출토된 부장품과 비교해도 화려함이나 정교함이 뒤지지 않는다. 당시의 생활상을 짐작게 해주는 다양한 종류의 토기도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유행했던 매장 풍습이나 유형도 알기 쉽도록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옛 유적을 재현해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유물 발굴 및 유물 실측, 복원을 체험할 수 있도록 ‘어린이 고고발굴체험관’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옆에는 의성지역에서 전승·보존되는 기마싸움 연날리기 씨름 등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민속유물전시관도 있다. 조문국박물관 관계자는 “어린이가 있는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박물관 옥상은 또 하나의 전망대다. 금성산이 이름 그대로 철의 성벽처럼 솟아 있고 그 아래에 또렷이 펼쳐진 고분군이 한눈에 조망된다. 산과 옛 무덤들이 서로의 정적과 평화를 경건한 눈길로 바라보는 것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잘 정돈된 조문국사적지

   
박물관에 전시된 조문국 고분 출토 유물과 당시 생활상을 재현한 모습.
조문국의 존재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유적은 금성면 대리리·탑리리·학미리 일대의 고분군이다. 5~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고분은 경주지역 고분에서 변형된 형식으로, 의성지역에 독자적인 지배세력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대부분 원형의 봉토분이다. 봉토를 이룬 엄청난 양의 흙은 이 지역의 흙색과는 다른 순수한 점토다. 막대한 노동력을 들여 다른 지역에서 운반한 것으로도 통치자의 정치적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의성지역 전역에 고분군이 분포되어 있으나 금성면 일대의 고분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가 월등히 크다. 금성면 탑리리에는 봉분의 직경이 20m가 넘는 것이 16기나 된다. 고분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리리의 ‘조문국사적지’로 가면 된다. 조금 전에 박물관 옥상 전망대에서 봤던 장소다. 조문국사적지는 박물관과 바로 연결돼 있다. 걸어갈 수도 있고, 승용차로 이동해도 된다. 중대형 고분 40여 기가 분포돼 있다. 조문군사적지의 첫인상은 반듯하게 잘 정돈된 공원 같은 느낌이다. 제법 널직한 규모의 잔디밭에 크고 작은 봉분들이 솟아 있고, 그 사이로 통행로가 나 있다. 사적지 중앙에는 화단도 조성돼 있다.

사적지 내 무덤 가운데 상석과 비석 등으로 단장돼 눈길을 끄는 무덤이 있는데 경덕왕릉이다. 경덕왕릉을 발견한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설이 있다. 하나는 지방 사람들에 구전되어온 이야기다. 지금의 능지는 약 500년 전 오이밭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밭을 지키던 농부의 꿈에 금관을 쓴 백발의 노인이 나타난다. ‘나는 신라 시대 조문국의 경덕왕인데 너의 원두막이 나의 능 위이니 속히 철거하라’고 명하고는 농부의 등에다 한 줄의 글을 남기고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난 농부는 등의 글이 그대로인 것을 보고 놀라 현령에게 고하고 지방의 유지들과 의논해 봉분을 만들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조선 숙종 때 학자 미수 허목의 문집에 기록으로 전해진다. 한 농부가 오이밭을 갈다 커다란 구멍을 발견한다. 구멍으로 들어가자 금칠을 한 석실 한가운데에서 금관을 쓴 금소상을 보게 된다. 욕심이 난 농부가 금관을 벗기려 하자 손이 금관에 붙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그날 밤 의성 군수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나는 경덕왕이다. 이 무덤을 개수 봉안토록 하여라’고 말했고 이후 봉분을 쌓고 관리 하였다는 이야기다. 영조 원년인 1725년에는 현령 이우신이 경덕왕릉을 증축하고 하마비(그 앞을 지날 때에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타고 가던 말에서 내리라는 뜻을 새긴 석비) 등을 세웠고 그때부터 왕릉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경덕왕릉 바로 앞은 ‘고분전시관’이다. 봉분 모양인 전시관은 멀리서 보면 불시착한 행성 같기도 하다. 2009년 발굴한 대리리 2호분의 내부 모습이 재현돼 있다.

■양반촌과 생태공원

   
영천 이씨 집성촌으로 고택이 잘 보존된 금성면의 산운마을. 학자를 많이 배출해 대감촌으로도 불린다.
금성면에는 산운(山雲)이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다. 마을 뒤를 둘러싼 금성산의 수정계곡 아래 구름이 감도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 명종 때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학동 이광준이 이곳에 입향을 하면서 영천 이씨의 집성촌이 되었다.

고택촌으로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살던 반촌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입향 시조로부터 내리 3대가 급제했고, 학자와 근대의 애국지사도 많이 배출했다. 이 마을이 대감촌 또는 양반마을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을 초입의 학록정사에는 400년 된 회화나무가 우뚝 서 있다. 이곳 이외에도 마을 곳곳에 회화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집안에 급제자가 생기거나 벼슬을 하게 되면 집 주위에 심었단다. 이 마을이 반촌임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학록정사는 영천 이씨 입향조인 학동 이광준을 추모하기 위하여 영조 26년(1750년)에 지었다. 운곡당은 영월 부사였던 이희발이 세운 집이다. 안채와 사랑채, 사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채는 60여 년 전 고쳐지었다. ‘소우당’은 높은 담장을 둘러쳐 외부와 단절된 별당으로 1600㎡ 규모의 그윽한 후원이 조성됐다. 연못까지 갖추었다. 작지만 안압지처럼 구불구불한 호안이 멋스럽다. 수석들이 적절하게 놓이고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 각종 나무가 배치됐다. ‘영남 제일의 정원’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산운마을에는 생태관(1334㎡) 자연학습원(3800㎡) 잔디광장(5752㎡) 등을 갖춘 산운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자연생태관찰과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산교육장으로 활용 중이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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