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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자락…‘인생그래프’ 그려 행복한 추억 되새기세요

요즘 핫한 웰다잉 교육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09-18 18:46:1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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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했던 시간·아팠던 순간 등
- 되돌아보고 여생 희망 재발견

- 사전 장례식으로 정리시간 갖고
- 영정사진 촬영·재산문제 챙겨
- 훗날 유족들이 부담없도록 해야
- 시 마을건강센터 웰다잉교육

- 호스피스 입원 의사 진단 필요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혼선 잦아
- 내용 제대로 알고 등록해야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자기 생각대로 죽음을 맞이하려면 건강할 때 미리 준비해야 한다. 죽음이 임박했을 때는 두려움과 여러 가지 상황 탓에 평소 생각대로 삶을 마무리하기 어렵다.
   
부산시와 부산가톨릭대가 ‘내 생각대로 사(死)는 법’을 알려주는 웰다잉 교육을 지난 달부터 이달까지 6주간 부산 9개 마을건강센터에서 진행했다. 사진은 사상구 주례 2·3동 마을건강센터 수업 모습. 부산시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 제공
웰다잉 교육에 지자체도 나섰다. 부산시는 시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를 운영하는 부산가톨릭대와 협력해 지역사회에서 웰다잉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오는 27일까지 6주에 걸쳐 9개 마을건강센터에서 ‘내 생각대로 사(死)는 법’이란 주제로 죽음 준비 교육을 한다. 교육을 통해 주민들이 자신의 삶을 보다 의미 있게 바라보고,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다.

부산시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는 부산가톨릭대가 수탁해 16개 구·군 보건소를 중심으로 생애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방문 호스피스완화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이 아닌 ‘보건소’ 중심으로 ‘방문’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전국에서 부산시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가 유일하다. 이번 웰다잉 교육을 위해 16개 구·군 호스피스 전담 간호사는 부산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재교육까지 받았다. 김숙남(부산가톨릭대 간호학과 교수)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장과 김소영(간호사) 센터 기획연구팀장을 만나 웰다잉 교육을 살짝 엿봤다.

■인생 그래프, 사전 장례식, 영정사진

   
웰다잉 교육 참가자가 인생을 돌아보며 인생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누구나 살면서 좋았던 시간이 있다. 그러나 몸이 아프면 좋았던 시간은 잊은 채 무기력해진다. 이럴 때 인생 그래프 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좋은 추억을 되새기는 활동만으로도 살아가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사전 장례식’을 열어 미리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다. 장례식은 자신이 아닌 가족이 친·인척, 지인들과 인사하는 절차다. 사전 장례식을 하면 보고 싶은 사람과 마지막 인사를 차분히 나눌 수 있다. 거창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보고 싶은 사람을 초청해 미리 인사를 나눈다는 정도로 생각하자.

   
웰다잉 교육의 일환으로 미리 영정사진을 찍는 참가자.
영정사진도 미리 찍어두면 좋다. 의외로 장례식에 쓸 사진이 없어 고심하는 유족이 많다고 한다.

상속, 증여 등 재산 문제도 미리 챙겨야 한다. “물려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취약 계층일수록 부모 사망 후 미처 몰랐던 부모의 빚 때문에 곤란을 겪는 자녀가 많다. 여유 재산을 적절한 시기에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기초 법률 지식도 알아두면 좋다. 유언장을 작성해 장기기증 의사나 장례 의향을 미리 밝히고, 남아있는 가족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 선물, 호스피스

   
인생을 회고하며 자신을 어루만지는 참가자들.
호스피스는 생애 말기 환자와 그의 가족이 일상생활을 지속하면서 삶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총체적인 돌봄을 말한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려면 여명이 6개월 미만 남았다는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다. 현실에서는 말기 암 환자 외에 입원이 어렵고, 건강보험 수가로 인해 최대 두 달간 입원이 가능하다.

부산의 호스피스 병상은 135개로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자에 비해 부족하지만, 모든 생애 말기 환자가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려면 생명 연장을 위한 무의미한 항암치료나 수혈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환자가 생애 말기 절박한 상황에 놓였을 때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건강할 때 고심하고 미리 계획해야 한다.

부산시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는 질환 구분 없이 환자가 생애 말기(1~2년) 구간에 있다고 판단되면 등록할 수 있다. 등록하면 전담 간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하면 호스피스 병동에 연계해 입원치료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취약계층이 주 대상이었으나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계층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각 구·군 보건소나 센터로 전화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051)510-0787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대로 알기

   
연제구 연산6동 마을건강센터의 웰다잉 교육 참가자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연명 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정립해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국민이 향후 임종에 가까워졌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정한 문서다. 연명의료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 기간만 연장하는 의료 처치를 뜻한다.

보건소와 의료기관, 비영리단체 등 110개 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을 받다 보니 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을 빚는 사례가 잦다. 의사가 환자의 여명이 6개월 미만인 ‘말기’라고 진단해야 의향서가 개시되는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환자가 말기가 아닌데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더라도 담당 의사와 다시 한번 7가지 영역에 대한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연명의료 중단이 모든 병원에서 가능한 것도 아니다. 병원 내에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있어야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김숙남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장은 “내 생각대로 사(死)는 것은 결국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가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 매 순간 자기결정권이 있다는 걸 인식시키는 것이 웰다잉 교육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김소영 팀장은 “무조건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누구와 함께 살 것인지, 어디에서 죽을 것인지, 죽음 직전 어떤 말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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