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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상륙신 규모 ‘덩케르크’보다 작지만 유니크…잘 담았다 자부”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 이원 기자
  •  |   입력 : 2019-09-25 18:45:0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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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경택 감독

- “6·25전쟁 학도병의 희생 그려
- 비바람 몰아치는 밤 해안전투
- 김태훈 감독과 리얼하게 만들어
- 부상 투혼 최민호 너무 고마워”

# 배우 김명민

- “실존 인물 이명흠 대위가 모델
- 역사적 사료 거의 없어 애 먹어
- 잘 몰랐던 영웅 알리게 돼 긍지
- 보조 출연자들 추위떨며 고생해”

1950년 9월 14일. 평균 나이 17세의 학도병 772명과 군인으로 구성된 유격대가 문산호를 타고 경북 영덕군 장사리 해변으로 향한다. 이들은 한국전쟁 중 기울어진 전세를 단숨에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북한군의 이목을 교란하고자 장사상륙작전을 수행했다. 이 기밀작전은 희생이 큰 작전이라는 이유로 역사에 묻혔지만 1980년 7월 ‘장사상륙작전 유격 동지회’가 결성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1997년 3월 장사리 앞 해안을 수색하던 해병대원이 좌초된 문산호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역사 속에서 되살아났다.
   
김명민(왼쪽), 곽경택
곽경택 감독과 배우 김명민이 772명의 학도병과 군인들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일깨워주는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5일 개봉)을 위해 뭉쳤다. 곽 감독은 ‘아이리스2’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서 연출과 함께 VFX(시각 특수효과)를 맡은 김태훈 감독과 힘을 합쳐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완성했다. 김명민은 출중한 리더십과 판단력으로 772명의 학도병과 군인을 이끄는 이명준 대위 역을 맡아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대위는 당시 학도병들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실존 인물 이명흠 대위를 모델로 했다.

지난 20일 곽 감독과 김명민을 만나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시작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의 시작은 2016년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화를 위해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영화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는 장사상륙작전에 대한 기록을 접하고, 흥미를 느껴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한다.

-어떻게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됐나.

▶(곽 감독) ‘희생부활자’ 이후 정 대표님이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소재는 괜찮은데 제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이야기를 고쳐도 된다고 해서 10장짜리 트리트먼트를 써서 보냈다. 학도병에 대한 기억이라는 원래의 기획 의도만 살리고 각색했다. 당시 이 영화를 먼저 준비하던 김태훈 감독과 공동연출 제의해서 함께 하게 됐다.

▶(김명민) 김 감독님이 준비할 당시 이 영화의 출연 제의를 받았고, 망설이고 있을 때 곽 감독님이 하신다고 해서 출연을 결정했다. 또 새롭게 각색하면서 제가 맡은 이명준 대위 역할이 자리를 잡았다.

▶(곽 감독) 주인공도 아니고 부각되는 인물이 아니라서 김명민 씨가 출연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촬영 중에도 중심을 잡아주며 여러모로 큰 힘이 됐다. 이 영화를 위해서 희생한 배우가 김명민이다. 고맙게 생각한다.

-장사상륙작전은 잘 알려지지 않은 기밀 작전이었고, 남은 사료가 많이 없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취재를 했나.

▶(곽 감독) 장사상륙작전 유격 동지회와 유족을 만났다. 거기서 당시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 아버님이 1·4 후퇴 때 월남하셨는데, 학도병들보다 한두 살 어린 나이여서 한국전쟁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명민) 역사적 사료가 남아 있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이명흠 대위에 대한 사료는 유격대 대장이었다는 것 한 줄뿐이었다. 그런데 유족 동지회 분들이 곽 감독에게 자신들만 살아있는 게 죄스럽고, 이 영화가 만들어져 먼저 간 친구들을 알리는 게 죗값을 씻는 길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듣고 책임감을 느꼈다. 저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한 김인권 곽시양 최민호 김성철 장지건 등 모든 배우, 스태프가 한마음이었다.

■장사상륙작전과 구출 작전 등의 액션 장면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영화 초반 장사상륙작전 장면이 처절하게 펼쳐진다. 영덕 고래불 해변에서 촬영된 이 장면은 강한 파도 탓에 고무보트와 소품이 휩쓸려 떠내려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유격대의 치열한 전투 장면은 강원도 삼척에서, 영화 중반 북한군을 막아내는 터널 폭파 장면은 경남 밀양에서 촬영했다.

-전쟁 영화에서 상륙작전 장면은 ‘덩케르크’ ‘아버지의 깃발’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이 기억난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는 어떤 장면으로 연출되길 바랐나.

▶(곽 감독) 비주얼로 그 영화들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그들과 달리 시간을 밤으로 설정해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전투를 벌이게 했다. 규모는 우리가 작지만 상륙작전 장면을 유니크하게 연출해냈다는 자부심이 있다. 김 감독이 장면 디자인을 잘 해줬다.

▶(김명민) 곽 감독님이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보여주자고 했다. 우직하고 묵직한데 잔잔하게 끝나는 것이 우리 영화의 장점이다.

-장사상륙작전이나 후반부의 구출 작전 등의 전투 장면이 리얼하다.

▶(김명민) 학도병 역을 한 보조출연자들과 자원 학생들은 20대 초반의 친구들이다. 거센 바닷바람과 비바람이 치는 현장에서 저체온증과 손이 찢어지는 어려움 속에서도 촬영하는 모습에 가슴이 짠했다.

▶(곽 감독) 전투 장면은 위험해서 신경이 곤두섰다. 컷을 하면 “다친 사람” 하고 가장 먼저 외쳤다. 안전 요원들이 근거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촬영했다. 그런데 구출 작전 장면에서 최민호가 심하게 다쳤다. 좋은 장면을 위해서 세팅해 놓은 것을 10m 뒤로 빼서 다시 세팅하라고 했는데, 폭약 하나를 깊게 심지 못해서 파편이 최민호의 얼굴에 들어갔다. 구급 요원이 1차 소독을 하고 인근 병원에 갔는데, 얼굴이 부은 채로 다시 현장으로 왔더라. 자신의 장면을 다 촬영하고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갔다. 그곳에서 미세 파편을 일일이 다 빼냈다. 영화에서 모래사장에 쓰러진 최민호의 얼굴을 보면 그 파편이 보인다.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그랬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의미

곽 감독과 김명민은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당시의 꽃다운 청춘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 책임감으로 임했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그분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영화를 촬영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에게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어떤 의미일까.

-감독과 배우로서 이 영화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곽 감독) 감독으로서 처음 해본 전쟁 전투 영화이고, 잘 알려진 영웅이 아닌 마이너리티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제 영화의 맥락과 연결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몰랐던 희생에 대한 깨우침이 있었다. 작업을 하면서 항상 마음가짐이 조심스러웠다. 또 이렇게 저 자신을 통제하면서 찍은 적이 없었다. 사고가 날까 봐 현장에서 웃음기도 없었고, 주변 통제도 세게 했다. 조심스럽게 3개월을 보냈다.

▶(김명민)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인으로서 누군가에게 파급력을 끼쳐서 몰랐던 것을 깨우치고 희망을 주게 된다면 더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싶다. 배우로서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받은 만큼 돌려드리고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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