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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무르익어갈 속리산…열두 굽이 말티재엔 수많은 전설

충남 보은 속리산 여행

  •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입력 : 2019-10-02 18:56:28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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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도 가마서 내려 말 탈 정도로
- 험준하기로 유명한 고개 올라야
- 속리산 입구 지키는 정이품송
- 솔향공원·훈민정음 마당 만나

- 법주사 입구 2.4㎞ ‘세조길’
- 목욕소 마두암 눈썹바위 등
- 탐방로 옆 계곡 따라 볼거리

- 국보 3점 등 보유한 사찰 법주사
- 청동 150t으로 만든 미륵대불
- 팔상전·쌍사자 석등·석련지 유명

새벽녘 문틈으로 밀려오는 한기에 이불을 바싹 끌어당겨 덮으면서, ‘열대야로 잠을 설치던 때가 불과 엊그제 같은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뒤늦은 태풍과, 태풍이 몰고 온 한낮 더위의 시샘도 가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잠시 멈칫했던 가을 기운은 태풍 미탁이 지나가고 나면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 틀림없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이 더 반가운 것은 지긋지긋한 무더위 뒤에 찾아오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기간마저 짧으니 가을의 기운이 소중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이런 계절에는 집을 나서 어디를 가도 좋다. 그래서 가을 여행지로 어느 곳을 찾을 것인가 고민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약간의 궁리 끝에 찾아간 곳은 충남 보은군의 속리산 자락이다. 조선의 한 임금이 다니며 몸과 마음을 힐링했다는 길을 걸어보고, 빼어난 전통과 전경을 함께 보유한 사찰도 둘러봤다. 근처 속리산 자락의 자연 관광지도 들렀다. 언제 찾아도 좋지만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에는 더 많은 것을 내놓을 듯한 여행지다.
   
충북 보은군에서 속리산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하는 고갯길인 말티재. 조선 시대 세조가 피부병으로 요양 차 속리산으로 행차할 때, 이 고개에서 타고 왔던 어가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갯마루 부근에서 내려다 본 열두 굽이의 말티재 모습이 아찔할 정도다.
속리산은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상주시에 걸쳐 있고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통일신라 시대 승려인 진표율사가 이곳에 당도하자, 발을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고 이를 본 농부들이 속세를 버리고 진표를 따라 입산수도하였다는 데에서 ‘속리’라는 지명이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최고봉인 천왕봉(1058m)을 포함한 속리산의 주요 봉우리는 보은군에 속해 있다.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길

속리산의 대표 사찰인 법주사 입구에 가면 ‘세조길’이라는 팻말이 붙은 탐방로 출발지를 만난다. 세조길은 이곳에서 세심정까지 약 2.4㎞ 거리다.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해 이곳을 찾은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한글 창제의 숨은 주역인 신미대사를 만나러 복천암(세심정 바로 위의 암자)으로 가기 위해 걷던 길이다. 세조길은 거리도 적당하고, 대부분 평지여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바닥도 야자매트를 깔거나, 나무 덱으로 잘 정돈해 걷기 편하다. 거리는 길지 않지만 굽이굽이 다른 매력의 풍광을 보여준다. 탐방로 옆으로는 내내 계곡이 이어지는데 ‘목욕소’라는 장소가 있다. 세조가 목욕하면서 피부병을 치료했다는 바로 그곳이다. 목욕할 만한 커다란 웅덩이가 보이고, 그 뒤로는 ‘마두암’이라는 하얀 바위가 있다. 세조가 목욕할 때 말 한 마리가 흙탕물을 튀기며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때 호위장군이 고함을 치자 그 소리에 놀란 말이 돌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다. 유심히 보니 바위 모양이 말 머리를 닮았다. 세조길을 걷다 보면 길옆으로 눈길을 끄는 거대한 바위 하나를 만나는데 ‘눈썹바위’다. 이름대로 사람의 속눈썹과 닮았다. 세조가 이 바위 아래에서 생각에 잠겼다는 설명도 곁들여져 있다.

맑은 물이 넘실대는 저수지도 만난다. 저수지 옆을 따라 만들어진 덱과 물위로 늘어진 나뭇가지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이룬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쉼터에 머물며 이런 ‘그림’에 한참 눈을 맞추게 된다. 그것도 아쉬우면 카메라를 갖다 댄다. 세조길이 끝나는 세심정은 ‘마음을 씻는 곳’이라는 의미의 정자가 있던 장소로 지금은 이곳에서 요깃거리를 판다. 세조길은 가는 내내 울창한 숲이 우거져, 걷다 보면 머리도 맑아진다. 가을이 깊어져 단풍이 내려앉으면 세조길을 걷는 즐거움은 배가 될듯하다.
   
속리산 입구의 정이품송과 법주사 팔상전(오른쪽 사진). 우리나라 유일의 5층 목탑인 팔상전은 국보 제55호다.
■수준 높은 문화재 가득한 법주사

   
위 사진부터 법주사 경내의 청동미륵대불, 쌍사자 석등, 석련지. 쌍사자 석등과 석련지는 국보로 지정돼 있다.
속리산과 속리산 국립공원은 산세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법주사가 있어 더 유명하다. 법주사는 삼국시대인 553년(신라 진흥왕 14년)에 의신이 창건했고, 그 뒤 776년(신라 혜공왕 12년)에 진표가 중창했다. 절 이름 법주사는 창건주 의신이 서역에서 돌아올 때 나귀에 불경을 싣고 와서 이곳에 머물렀다는 설화에서 유래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절답게 첫인상부터 고즈넉한 분위기이면서도 왠지 모를 위엄이 느껴진다. 법주사는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만 3점이나 되는 등 모두 13점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다. 경내의 웬만한 건물과 시설 하나하나가 문화재급이라고 보면 된다.

법주사 입구와 가까운 절 정면의 팔상전은 ‘누가 봐도 용모가 출중하다’는 느낌이 받는다. 우리나라 유일의 5층 목탑으로 국보 제55호다. 마치 사자 두 마리가 살아 있는 것 같은 쌍사자 석등은 국보 제5호이고, 국보 64호인 석련지는 화강암 석조물로 연꽃이 둥둥 떠 있는 듯한 형상이다. 법주사 경내에는 우뚝 솟은 거대한 규모의 청동 불상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청동미륵대불로 청동 160t으로 만들어졌고, 높이가 33m다.

주차장에서 법주사 입구까지 가는 길도 명품 산책로다. 전나무와 소나무 등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진 숲길이다. 거리가 오 리쯤 된다고 해서 ‘오리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길가로는 황톳길이 만들어져 맨발로 걸을 수 있다.

■숱한 사연 안고 넘었던 말티재

속리산으로 향하는 길에는 뛰어난 자연경관을 활용한 관광지와 볼거리도 많다. 속리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험준한 고개 하나를 넘어야 하는데 말티재다. 경사가 워낙 급하다 보니, 직선이 아니고 무려 열두 굽이로 휘어져 있다. 말티재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세조가 피부병으로 요양차 속리산에 행차할 때, 이 고개에 다다라 타고 왔던 어가(임금이 타는 가마)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갯마루 부근에 차를 잠깐 세우고 내려다보니 아찔할 정도다. 자동차도 힘들어하는 이 고개를 그 옛날 걸어서 넘던 사람들에게는 내뱉은 밭은 숨만큼이나 사연도 많았으리라. 의신은 법주사를 세우려고 이 고개를 넘었고, 고려 태조 왕건은 고갯길에 얇은 돌을 깔았고, 고려 공민왕은 안동에서 홍건적의 난을 피한 후 법주사에서 나라의 융성을 기원하려고 여기를 지났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왕이 되기 전 100일 기도를 올리려 이 고개를 넘어 법주사로 갔다. 오솔길이던 말티재가 지금처럼 포장된 것은 1966년이다. 해발 430m의 말티재 정상에는 ‘백두대간 속리산 관문’도 있다.

보은군은 세계적 희귀목인 황금소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이다. 속리산 길목에는 이를 알리기 위한 ‘솔향공원’이 있다. 전국 최고의 소나무 숲을 자랑하는 솔향공원은 소나무 숲을 홍보하는 관광명소다. 소나무 숲속을 누비며 즐길 수 있는 스카이바이크 등의 레저시설도 갖췄다.

세조가 소나무의 충정을 기리기 위해 현재의 장관급인 정이품 벼슬을 내린 ‘정이품송’은 지금도 속리산 입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지역에 머물던 신미대사가 한글 창제에 기여한 것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훈민정음 마당’도 속리산 입구에서 만난다. 이곳에서는 한글 창제에 얽힌 얘깃거리도 확인하고, 산책도 즐길 수 있다.


# 세종실록지리지서 으뜸 꼽은 보은 대추…11~20일 축제

   
보은의 대표 특산품인 대추를 홍보하기 위한 ‘2019 보은대추축제’가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보은읍 뱃들공원과 속리산 일원에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보은대추축제 모습.
대추는 씨가 하나여서 임금을 상징하는 과일로, 제사상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다. 대추는 충북 보은의 대표적인 특산품이다. 속리산 자락의 보은은 일조량이 많고 토양이 비옥해 대추재배 적지다. 밤낮의 기온 차가 커 대추의 당도가 높고 고품질을 자랑한다. 허균이 지은 음식품평서인 도문대작에는 대추에 대해 보은에서 생산된 것이 제일 좋고 크며, 뾰족하고 색깔은 붉고 맛은 달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에서도 보은 대추를 으뜸으로 꼽는다. 대추는 6~7월에 꽃이 피고 9월 하순부터 열매가 익는다. 옅은 녹색이었다가 가을볕을 받으면서 적갈색으로 변한다. 옛날에는 보관이 용이하도록 대부분 말렸으나 요즘은 수확기에 생과로 많이 먹는다. 과즙은 그리 많지 않으나 아삭한 식감이 좋다. 대추는 노화 방지에 좋고 비타민C가 풍부하다. 속리산국립공원 주변 식당에 가면 ‘대추한정식’을 내놓는 곳도 많다. 대부분 버섯과 산채요리도 함께 제공한다.

이달 11일부터 20일까지 10일간 보은읍 뱃들공원과 속리산 일원에서는 ‘2019 보은대추축제’가 열린다. 축제장을 찾으면 보은 명품 대추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축제 연계행사로 13회 보은전국민속소싸움대회, 24회 속리산단풍가요제, 25회 충북민속예술축제, 24회 오장환기념문학제 등도 열린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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