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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마다 ‘사과 물결’…불그스레 익어간다, 밀양 농부 풍년의 꿈

얼음골사과 재배지 산내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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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적표시 제24호로 등록
- 신맛 적고 고당도 ‘꿀사과’ 명성
- 고품질 비결은 최적 자연환경
- 재배농가 수 1300여 개 달해

- 생산량 50% 이상은 직거래
- 한 달여 뒤 수확철 다가와
- 사과 따기 등 직접 체험 가능

- 매년 열리는 ‘얼음골사과축제’
- 올핸 11월 말 부산 명지서 개최

경남 밀양시 산내면의 ‘얼음골’(천연기념물 224호)은 여름에는 얼음이 얼고, 반대로 겨울에는 더운 김이 올라오는 신비의 계곡으로 유명 관광지 중 하나다. ‘밀양얼음골사과’는 이 일대에서 재배된 사과로, 지역 이름을 활용한 브랜드다. 요즘은 밀양얼음골사과의 인기가 고공 행진하면서 ‘얼음골은 몰라도 밀양얼음골사과는 안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밀양얼음골사과는 이 지역 농민인 김모(80) 씨가 1972년에 처음 심어 1976년 첫 수확했고, 본격 재배된 것은 1992년부터다. 처음에 얼음골사과로 명명했다가, 2007년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밀양얼음골사과’라는 이름으로 지리적표시 제24호로 등록됐다. 밀양얼음골사과의 수확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나무에 매달린 사과가 소비자에게 팔려나가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붉은 물을 들이고, 몸집도 쑥쑥 키우고 있다. 밀양 산내면을 찾아 향긋하고 상큼한 ‘사과 구경’을 실컷 하고 왔다.
   
얼음골(천연기념물 224호)이 위치한 경남 밀양시 산내면은 이맘때 지역 전체가 수확을 앞둔 ‘밀양얼음골사과’(농산물품질관리원 지리적표시 제24호) 향기로 가득해진다. 산내면의 한 과수원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산내면 전체가 사과 과수원

부산대구고속도로 밀양 나들목을 빠져나와 국도 24호선 울주군 방향을 잠시 따라가다, 길 양옆으로 사과 과수원이 보이기 시작하면 산내면에 접어든 것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지리적표시에 따르면 산내면에서 재배된 모든 사과는 밀양얼음골사과로 인정된다. 다른 지방에도 지명을 붙인 농작물이 있지만 ‘면 단위’ 전체에서 특정 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산내면이 유일하다. 얼음골사과 재배 농가 수는 모두 1300여 개로, 면적은 800㏊가 넘는다. 산내면 전체가 비슷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내면은 ‘산지에 갇힌 안쪽’이라는 의미로 운문산과 구만산 정각산 천황산 등에 둘러싸여 있다. 사과의 크기가 커지는 비대기(5~10월)에는 일교차가 크고, 착색기(9~10월)에는 강우량이 적다. 사과의 당도가 높고 신맛이 적은 비결이다. 사과 속 꿀로 불리는 ‘솔비톨’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꿀 사과’라는 별명도 그래서 얻었다.

그러고 보니 평지는 물론이고 멀리 보이는 산 중턱에도 군데군데 과수원이 보이는데, 예외없이 사과가 재배된다. 산내면에 접어들어 처음으로 만나는 용전마을의 한 과수원에 들어가 봤다. 나뭇가지마다 제법 불그스름한 빛깔의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다. 한눈에 봐도 얼마 안 있으면 수확해도 될 정도로 알이 굵다.주인 없는 과수원을 한참 동안 거닐며, 사과를 만져보기도 하고 상큼한 특유의 향도 느껴봤다.

   
밀양얼음골사과발전협의회 손제범 회장이 과수원에서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밀양얼음골사과 얘기를 듣고자 송백마을의 밀양얼음골사과발전협의회 사무실로 향했다. 사과발전협의회에는 이 지역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모든 농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밀양얼음골사과 재배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밀양얼음골사과의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3년째 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손제범(64) 회장이 협의회 업무로 출장을 가는 길에 짬을 내주었다. 이날은 태풍 미탁이 지나간 다음 날이었다. 손 회장은 “(다행히) 태풍이 생각보다 잘 지나갔다”고 했다. “같은 밀양얼음골사과라도 재배한 과수원에 따라 조금씩 맛이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 회장은 “산내면 전체가 자연 조건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사과의 맛은 농사짓는 사람의 개별적인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맛있는 사과를 위해서는 재배 기술을 제대로 알고, 그대로 실천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과 맛은 농부 노력이 결정

   
지난해 산내면 현지에서 열린 밀양얼음골사과 축제 장면.
그는 이제부터 수확까지 남은 한 달은 사과의 맛과 빛깔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다음 주에는 과수원 바닥에 반사 필름도 깔아 사과 전체가 고루 빨갛게 익도록 작업할 예정이라는 설명도 해줬다.

20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는 손 회장은 외출복 차림에도 불구하고 근처 자신의 과수원으로 자리를 옮겨, 사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손 회장은 “사과에 농약을 치는 것은 9월이 마지막이다”고 했다. 11월 중순에 수확한 사과는 농약 성분이 거의 빠져 껍질째 먹어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농약 성분이 남아 있어 손님이 와도 맛보도록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태풍에 떨어진 낙과도 같은 이유로 팔지 않는다.

손 회장은 “밀양얼음골사과는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사과 중에 꽃이 가장 먼저 피고 가장 늦게까지 나무에 달려 있어 맛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밀양얼음골사과는 이 같은 경쟁력 덕분에 수확된 사과의 절반 이상이 생산자가 소비자에 택배 등으로 직접 파는 소매로 거래된다. 대부분 농가가 과수원 주변 도로에서 매장을 운영해, 산내면을 찾으면 언제든 싱싱한 사과를 구입할 수 있다. 원지마을에는 밀양시가 운영하는 공동 판매장도 있다.

사과 따기 등 사과 농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가도 여럿 있다. 다음 달 사과 수확철에 산내면을 찾으면 체험이 가능하다. 사과 농사 체험을 원하는 방문객은 사과발전협의회(055-356-6458)로 연락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차를 타고 산내면 이곳저곳을 여유롭게 돌아보다 밀양의 3대 오지마을이라는 오치마을에도 가봤다. 해발 400m 높이의 오지마을답게 꼬불꼬불한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올라가야 했다. 오치마을로 향하는 좁은 도로변은 가로수가 아예 사과나무다. 다만 일반 사과와는 다른 꽃사과를 심었다. 차에서 내려 사과나무를 카메라에 담아 본다. 경북 청도군 매전면과 밀양을 구분하는 경계 지점으로 평화로운 모습을 한 오치마을 일대도 온통 사과 과수원이다. 마을에는 여러 개의 사과 선별장도 눈에 띄었다. 오치마을의 지명은 고갯마루 산봉우리 모양이 까마귀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졌다. 현재 2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은 달성 서씨 집성촌이다.

이맘때 산내면을 찾으면 탐스럽게 익어가는 사과가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고, 손만 뻗으면 만져볼 수 있다. 혹시 사과를 구경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장난 삼아 따 가는 사람은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사과 농사를 짓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지만, 가끔 외지인이 ‘사고’를 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했다가는 그야말로 낭패를 볼 수 있다. 모든 과수원에선 카메라가 감시 중이기 때문이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서 ‘축제’

밀양얼음골사과가 수확될 때는 해마다 축제가 열린다. 사과발전협의회가 주최하고 밀양시 밀양농협이 후원하는 이 축제가 올해는 ‘외출’에 나선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울림공원 일대에서 개최된다. 몇 해 전 서울 청계천에서 개최한 이후 두 번째 나들이다. 산내면과 명지동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축제 기간은 11월 30일과 12월 1일 이틀이다. 밀양 현지에서 축제를 열 때는 수확 시기에 맞춰 열지만, 외지에서는 수확을 마무리한 후 개최한다. 축제장을 찾으면 협의회 심사를 통해 엄선된 우수한 품질의 사과를 맛보고,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도 있다.


◆산내면 이색 볼거리 ‘한천박물관’

- 젤리·양갱 재료 ‘한천’ 발상지
- 역사·제조·효능 등 한눈에

   
한천박물관 전시장 모습.
한천은 우무를 동결탈수하거나 압착탈수하여 건조한 식품이다. 우무는 보통 우뭇가사리·개우무·새발 등 우뭇가사리과의 해초로 만든다. 우뭇가사리는 5~10월에 채취한다. 해녀가 바닷속으로 잠수해 낫으로 잘라내거나, 배 위에서 채취기구와 그물을 내려서 바다 밑바닥을 쳐내어 얻는다.

이것을 쇠솥에 넣고 눅진눅진할 때까지 삶아서 거르거나 주머니에 넣고 짜낸 뒤 냉각해 고체화한다. 이것이 우무다. 우무에 대한 기록은 우리나라의 옛 문헌에서는 보이지 않으나 일본에서는 나라 시대(710∼794년)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무는 실 모양으로 가늘게 썰고 콩국에 띄워 여름철의 청량음료로 이용해왔다.

한천은 젤리나 양갱 등을 만들 때 이용됐는데 웰빙 붐을 타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만점이다.

밀양은 한천산업의 발상지다. 산내면 송백리 밀양 한천박물관에 가면 한천산업의 역사와 한천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사립박물관으로 2016년 4월 문을 열었다. 인근엔 한천송덕비공원과 더불어 한천특화 단지가 조성되었다. 한천박물관 외에 한천체험관, 한천판매장과 한천레스토랑도 함께 있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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