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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삶의현장 동행취재 <2> 합천축협 황토한우 보존장

눈뜨면 달려가 700마리 건강 체크… “까다롭게 키워야 좋은 소 나오니까”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19-10-09 18:49:5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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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젖먹이 송아지와 번식 암소부터
- 세심하게 살피며 시작하는 하루
- 석 달에 두 번 치우는 소똥이
- 15t 트럭 30대 엄청난 양
- 전 직원 붙어 꼬박 사흘 막노동

- 축산기술연구소 심혈 쏟은 품종
- ‘황토 한우’ 혈통 지키기 위해선
- 일반 우사보다 섬세한 작업 필요

경남 합천군은 ‘축산웅군’을 자랑한다. 한우 시장에도 기능성 브랜드가 뿌리를 내리는 경향을 반영해 군은 황토를 한우에 결합했다. 마구간에 매어 둔 소가 흙벽을 핥으며 부족한 미네랄을 보충하는 습성에서 착안했다. 군과 합천축협은 축산기술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황토 첨가 사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립하고 1600여 조합원과 함께 ‘합천 황토 한우’ 생산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합천군 적중면 누하리 합천축협 혈통보존사업장 번식우사에서 이재화 씨가 소에게 황토 성분이 첨가된 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황토 한우만 사육하고 혈통 보존

합천군 적중면 누하리에는 합천축협 혈통 보존사업장이 있다. 황토 한우만 생산하는 축협 직영농장이다. 지금은 689마리(번식우 233, 비육우 190, 육성우 182, 송아지 84)가 있지만, 최고 1200마리까지 사육할 수 있는 시설이다.

9일 숙직한 이동수(45) 씨가 일과를 시작하는 새벽 6시. 날은 밝자 대부분의 소는 바닥에 배를 깔고 되새김질을 하고 있지만 움직임은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이 씨는 가장 먼저 젖먹이 송아지와 임신한 소가 있는 번식우사로 향했다. 밤새 송아지가 설사하지는 않았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우사를 탈출하거나 철재 울타리 등에 끼어 발버둥 치고 있는지 등을 살폈다. 이날도 송아지 가운데 1마리가 탈출해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이다가 겨우 어미 소 곁으로 밀어 넣었다. 또 설사한 4마리의 송아지는 우사 밖 격리실에 묶었다. 나중에 수의사가 출근하면 치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임신한 번식우나 임신하지 않은 암소도 유심히 발정이 왔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를 꼼꼼하게 살폈다. 육성우나 비육우는 성체여서 이 씨가 눈을 한두 번 굴리면 이상 유무를 꿰뚫을 수 있다. 그러나 송아지나 번식우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잘 살펴본다고 한다. 이렇게 700여 마리를 사육하는 8개의 우사와 사료 창고 등을 한 바퀴 돌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 씨와 함께 사무실에 돌아오니 그제야 다른 직원들이 출근했다. 8시 20분쯤이다. 사무실에서는 업무를 총괄하는 권병수 과장 등 직원 5명이 이날 할 일을 점검하고 일과를 시작했다. 육성 우사를 맡은 이재화(48) 씨가 특히 분주했다. 한창 먹을 시기인 180마리의 육성우가 어젯밤부터 12시간 굶었으니 재빠르게 사료를 준비했다. 반추동물인 소는 밤 새 되새김질을 해 배고픔을 느끼지 않을테지만, 키우는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이 씨가 사료 부대를 하나를 뜯는 데는 2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1개의 우사를 사료를 공급하는 데 1시간이 걸렸다. 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일론 끈이나 비닐 부대 등을 씹거나 삼키기 때문에 사료를 급여하기 전에 사료통을 청소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수의사와 인공수정사 역할도 중요

   
경남 합천군 대양면에 있는 합천축협 한우 전자경매장.
이 씨가 사료 주는 일을 끝낼 때 축협 동물병원장인 유우양(41) 수의사가 약제와 주사기가 든 통을 들고 송아지를 묶어 둔 격리실로 향했다. 송아지의 항문과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더니 목 주위와 엉덩이에 주사를 놨다. 송아지는 면역력이 약해 밤새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지내거나, 이유식으로 제공한 사료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설사를 할 수 있단다. 치료를 끝내자 출장 준비를 했다. 황토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축협 조합원 농장에도 들러 아픈 소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축인공수정과 한우 이력 관리를 함께 맡은 정강진 주임은 번식우의 발정 여부를 확인했다. 가임 기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수정 적기를 놓치면 다음 발정기까지 20여 일을 기다려야 해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한다.

3달에 두 번 정도 실시하는 소똥 치우기는 전 직원이 달라붙어 3일을 꼬박한다. 치워야 하는 양이 15t 트럭 30대 분량이라니 엄청나다. 퇴비는 인근 농가에 운반비만 받고 거름으로 제공한다.

■혈통, 사료, 사육환경의 3통이 비결

   
합천축협 혈통보존사업장의 격리실에서 수의사가 설사를 한 송아지에 주사를 놓고 있다.
합천축협은 육질이 우수한 황토 한우를 생산하려고 지난 20여 년간 ‘3통(統)’을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그 첫 번째는 혈통 통일이다. 송아지 때부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어미 소와 아비 소의 친자를 확인하고 체형과 유전형질을 검증해 사육한다.

다음은 사료 통일. 합천축협이 쓰는 사료는 100% 직영공장에서 생산한 황토 첨가 사료다. 배합사료와 섬유질 사료를 축산농가의 기호와 환경에 맞게 공급한다. 황토 한우는 1등급 이상 출현율이 93.3%인데, 수백 차례의 실험을 거쳐 배합한 사료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마지막은 사양(알맞은 영양소 공급) 관리의 통일이다. 축협은 사료급여 프로그램을 개발해 축산농가에 제공하고 축산 전문컨설턴트 요원이 소의 성장 시기에 맞게 사양 관리를 해준다. 그 덕분에 축협농장뿐만 아니라 합천 황토 한우를 생산하는 416 농가 1만 8000여 마리도 브랜드 한우로 손색이 없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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