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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 또 버텨” 직장녀로 변한 천우희, 현기증 나는 현실 위로

‘버티고’서 계약직 사원 열연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9-10-16 18:48:5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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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람쥐 쳇바퀴 도는 회사원 역
- 고되고 힘든 생활 앵글에 담아
- 견디면 좋아질 거란 희망 전해

- ‘우상’ 후 연기 의욕 떨어졌지만
- 2년 동안 영화·드라마 찍으며
- 강박감 벗고 성장한 모습 발견

영화마다 자신만의 연기 색깔로 스크린을 채우는 배우 천우희가 올가을 30대 직장인 서영의 위태로운 삶을 다룬 영화 ‘버티고’(16일 개봉)로 관객과 만난다. 작품마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맡아 쉽지 않은 연기에 도전해온 그녀가 ‘버티고’에서 보여준 짙은 감성 연기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특히 최근 2030 세대에게 화제를 모으며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이어 지난 12일 폐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버티고’로 참석해 부산 팬과 즐거운 시간을 가져 천우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터라 ‘버티고’에 거는 기대가 크다.

   
‘버티고’에서 30대 계약직 회사원 서영 역을 맡은 천우희. 트리플픽쳐스 제공
전계수 감독의 신작 ‘버티고’에서 천우희는 현기증 나는 고층빌딩 숲 사무실에서 매일 위태롭게 버티는 30대 직장인 서영 역을 맡았다. 인기 많은 회사 상사인 진수(유태오)와 비밀 사내연애를 하는 서영은 확실치 않은 재계약을 앞둔 계약직 사원이다. 직장 밖에서는 돈만 밝히는 엄마가 삶의 걸림돌처럼 느껴진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맞아 고막을 다친 서영에게 가끔 찾아오는 이명은 자신의 삶을 더욱 불안하고 어지럽게 만든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천우희는 ‘버티고’에 대해 “‘우상’ 이후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을 때 찾아온 영화”라고 밝혔다.

-제24회 BIFF 개막식과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버티고’ 무대인사 때 만난 것이 어제 같다. BIFF에 참석해 좋은 기운을 받았는가.

▶BIFF는 2013년 ‘한공주’로 처음 찾았다. 이번에는 ‘카트’ 이후 5년 만에, 정말 오랜만에 참석했다. BIFF는 팬을 직접 만나고 호흡할 수 있어 좋다. 이번에도 BIFF에 가기 전에 그 기운을 느끼고 싶었고, 설레기도 했다. ‘멜로가 체질’ 이후에 가서 그런지 더욱더 좋아해 주셔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다.

-올해만 ‘우상’ ‘멜로가 체질’에 이어 ‘버티고’까지 세 편의 영화와 드라마로 팬과 만난다. 세 작품에서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캐릭터를 맡아서 천우희 씨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날 수 있었다.

▶‘우상’은 2년 전에 촬영했고, ‘버티고’는 지난해 그리고 ‘멜로가 체질’은 올해 촬영한 작품이다. 완전히 다른 결의 다른 연기를 한 해에 보여줄 수 있어서 가치가 있고,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 있다. 저 스스로는 2년 동안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보이더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조금이나마 성장을 했구나, 단단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장했는가.

▶작품을 대함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우상’은 저를 엄청나게 극으로 몰아붙인 작품이었다. 캐릭터도 힘들었지만 이수진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이어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안 놓치려고 했다. 그런데 제가 준비한 연기에 못 미쳤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 이후 힘들었는데, 그때 ‘버티고’를 만나 ‘나 자신을 존중하고 아껴야지 배우 생활을 충분히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연기에 대한 강박에서) 저를 놔줬다. 그리고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멜로가 체질’을 만나 처음으로 경쾌 발랄한 캐릭터를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버티고’의 서영을 연기한 것인데, 서영은 어려운 삶을 사는 인물이어서 연기하기 더 힘들었겠다.

   
‘버티고’ 스틸. 트리플픽쳐스 제공
▶다행히 저는 연기하는 인물로 일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배우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카메라가 돌아갈 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는 장난치고 여유롭게 있는 편이다. 그래서 감각은 예민한데 성격은 예민하지 않다고 말한다.

-계약직 사원 서영은 각박한 현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재계약을 위해 가장 먼저 출근해 사무실 불을 켜고, 잔심부름하며, 무시도 당한다. 제목처럼 현기증이 나도록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하는데, 서영을 연기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저는 감사하게도 배우라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 같은 루틴의 생활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영화를 보고 서영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 아파도 회사에 나가고, 기분이 안 좋아도 업무를 봐야 하는데, 그것이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서영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만 잘 견디면 앞으로 좋아지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지고.

-엔딩에서 서영은 빌딩 유리창 청소를 하는 관우(정재광)와 함께 청소용 로프를 타고 일몰을 바라본다. 뭔가 희망을 주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 촬영은 4층 정도 높이의 세트에서 했다. 실제 영화 속 빌딩 옥상에서 일몰을 봤는데, 그때 본 풍경을 복기하면서 촬영했다. 서영이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이제야 느낄 수 있었을까’ 라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생겼을 것이다. 빌딩에서 내려왔을 때 서영이는 좀 더 단단해졌을 것이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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