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조커’를 보면 시대가 보인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16 18:45:3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토드 필립스의 ‘조커’(2019)는 ‘조커의 탄생’에 관한 영화이다. 배트맨이 배우를 바꿔가며 여러 차례 리메이크되었지만, 정작 숙적이라 할 조커의 기원에 관한 영화는 없었다. 아마도 제작진은 이 점에 착안해 새로운 영화의 구상에 들어갔을 것이다. ‘배트맨 비긴즈’(2005)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러했듯, 이 영화는 조커라는 신화적인 악당 캐릭터에게 설득력 있는 기원을 부여하기 위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선택하고 참고한 작품 목록이 있다.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1976)와 ‘코미디의 왕’(1983) 그리고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 ‘킬링 조크’(1988). 영화는 이상 언급된 작품으로부터 끌어온 요소의 해체와 재조립을 통해 조커에 대한 사실주의적, 심리주의적 접근을 하는 데 성공한다.
   
‘조커’의 스틸.
광대 일로 근근이 먹고사는 삼류 코미디언이라는 설정은 ‘킬링 조크’에서, 고립된 사회 부적응자로서의 면모와 정신이상의 증상은 ‘택시 드라이버’에서, TV 토크쇼의 무대에 서고자 하는 출세욕에 찬 인물의 기행이라는 점에선 ‘코미디의 왕’을 가져온다. 1970년대 뉴욕대 영화과 실험 영화들이 공통으로 보여주었던 ‘황량한 거리와 음침한 침실’이란 공간에 대한 집착 또한 여실히 재현되면서 조커의 출신 배경에 현실적인 질감이 입혀진다. 다시 말해 ‘조커’는 스콜세지의 프레임을 통과해 이루어진 DC 코믹스 세계관의 재해석인 셈이다.

이러한 혼성모방은 두 가지 효과를 불러오는데, 먼저 조커에게 인간적인 디테일을 줌으로써 인물이 전보다 구체성을 얻었다는 점, 다음으로 히어로 장르의 통속성을 비껴감으로써, 들여다보면 전혀 새로울 것 없음에도 참신하게 보이는 착각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건 영화가 해석하는 이들이 극장 밖 현실의 컨텍스트를 소환하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빚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놀란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에서 계급과 불평등의 현실을 소재로 가져왔음에도 동화적인 결말로 모든 딜레마와 정치적 발화를 봉합했다. 반면 토드 필립스는 ‘조커’에서 만화책의 인물을 현실의 빈민가로 끌어내리고, 그의 시점과 심리에 관객을 동조시키려 한다. 여기에 고통받는 인물을 온몸으로 구현한 호아킨 피닉스의 호연이 덧씌워지는 순간, 영화는 장르와 현실 사이의 경계선을 넘어가 버린다. 빈부격차의 심화와 민주주의의 퇴조, 계급 간 불평등을 겪는 대중의 시대 정서에 영화가 조응해 본래 의도한 바를 넘어선 사회정치적 발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극 중에서 아서가 쇼 비즈니스의 시선에선 ‘무능한 광대’로, 시위 군중에겐 ‘반체제 혁명의 상징’으로 오해된 것과 매우 유사한 현상이다.

   
‘어느 가족’(2018)에 이어 ‘기생충’(2019)에 그랑프리를 수여한 칸영화제의 결정처럼, ‘조커’에 대한 베니스 영화제의 황금사자상 수여는 메시지를 담은 정치적 퍼포먼스였다. 만듦새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 시대의 실상을 환기시키는 작품을 선정함으로써 관객에게 화두를 던지는, 영화제가 취할 수 있는 현실참여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장르의 ‘사실주의적 재해석’으로 시작한 ‘조커’는 본의 아니게 ‘정치적 문제작’이자 ‘예술영화’의 딱지를 받는 기묘한 아이러니를 수행해버렸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3. 3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8. 8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9. 9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0. 10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내년 주목할 세계 여행지 톱10에 부산… 국내 유일
  6. 6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7. 7"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8. 8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9. 9“사업비 턱없이 부족”… BS한양, 가덕도신공항 컨소시엄 탈퇴 의사 밝혀
  10. 10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7. 7“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8. 8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9. 9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10. 10양산시, 종합장사시설 후보지 오룡마을 선정…2030년 말 준공 목표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