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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을 감싸 안은 성벽길 따라 과거와 현재 공존 ‘시간여행’

경북 청도군 ‘청도 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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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양읍 일대 둘러싼 읍성
- 임진왜란 등 거치며 훼손
- 군, 북문 ‘공북루’ 중심 복원 중
- 성벽 총 1.9㎞… 남쪽 아직 없어

- 북문 누각서 바라본 들판 압권
- 가을 만끽하며 성 안팎 거닐면
- 인공연못 ‘성내지’ 정자 ‘청심정’
- 조선 시대 도주관·척화비·고마청
- 가장 오래된 ‘석빙고’ 등 눈길

- 인근 코미디타운·청도박물관도
“시간 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화창한 가을 날씨였습니다.” 한 라디오 기상캐스터의 이 같은 멘트에 더없이 공감이 간다. 짧은 가을을 즐기기 위해 너도나도 나들이 행렬에 동참하는 요즘이다. 각종 야외 행사도 봇물을 이룬다. 이름깨나 있는 축제나 행사는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유명 관광지도 방문객이 부쩍 늘어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떠난 나들이가, 자칫하다간 ‘사람 구경’ ‘차 구경’이 될 수도 있다. 경북 청도군의 ‘청도 읍성’은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면서도 붐비지 않고, 가을 분위기도 충분히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장소다. 청도군 화양읍 일대를 둘러싼 청도 읍성은 고려 때부터 있었으며, 조선 시대 선조 때 다시 쌓았다고 한다. 이후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상당 부분 원형이 훼손됐다. 현재의 청도 읍성과 시설은 옛 문헌과 자료를 근거로 청도군이 복원한 모습이다. 김성태 청도군 문화관광해설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청도 읍성 복원이 추진됐으며, 현재도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다”고 했다.
   
경북 청도군 ‘청도 읍성’ 북문 근처에서 바라본 북쪽 성벽과 읍성 안팎 전경. 성벽 왼쪽이 읍성 내부이며, 외부의 기와 건물이 형옥(지금의 교도소)이다.
■ 옛 사료 근거해 읍성 복원 계속

성벽으로 둘러싸인 화양읍 일대는 마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하다. 읍사무소 건물이 가장 높을 정도로 낮은 건물이 올망졸망 모여 있고, 그 사이로 옛 건축물이 자리 잡아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읍성의 동쪽과 서쪽에는 각각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동쪽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본격적인 읍성 둘러보기에 나섰다. 북쪽 성벽 주변이 상대적으로 좋은 풍광을 갖췄는데, 성 안쪽에서 바라보는 바깥 경치는 물론이고 성 외부에서 올려다보는 성벽 또한 운치가 있다. 북쪽 성벽에서 멀리 보이는 풍광도 좋지만 주변도 잘 정비돼 있다. 동쪽 주자장과 가까운 쪽에는 자그마한 연못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예쁜 정자도 보인다. 성벽과 어우러져 꽤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북쪽 성벽을 따라 서쪽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읍성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청도 읍성은 북쪽을 비롯해 동쪽 서쪽 성벽이 남아 있으며, 남쪽은 성벽이 없는 상태다. 성벽의 전체 길이는 1.9㎞ 정도. 북쪽 성벽 길이는 약 500m다. 성벽 바로 안쪽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조성돼 있다. 청도 읍성 구경의 압권은 아무래도 북쪽 성벽의 중간 지점에 있는 북문의 누각에서 바라보는 들판의 경치가 아닐까 싶다. 추수를 눈앞에 둔 누른 색깔의 들판을 보고 있으면 진한 가을 냄새가 느껴진다. 한내천 건너 멀리 유등들까지 탁트인 전경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이곳에서 들녁을 보고 있으니 ‘계절별로 색깔을 바꿔가며 찾는 사람의 마음을 힐링해 주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북문의 문루에는 공북루(拱北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북쪽(서울)에 있는 임금을 그리고 공경한다는 뜻이다. 청도 읍성에는 현재 북문과 서문 두 개의 문이 있다. 서문의 이름은 무회루(撫懷樓).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다. 청도군은 옛 사료에 근거해 동문도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청도 읍성 내의 연못인 성내지와 청심정.
■성내지 등 읍성 내 다양한 시설

성안에도 예쁜 연못이 보이는데 ‘성내지’다. 남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가두기 위해 제방을 축조해 만든 연못이라고 한다. 전쟁 시 화재 대비 방호수, 경작 용수, 성내 배수 시설 등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한국식 전통정원으로 꾸몄다. 성내지 주변에는 마음을 맑게한다는 의미의 ‘청심정’이라는 정자도 있다. 청도는 반시(홍시)의 고장답게 과수원은 물론이고 집집마다 감나무가 심겨 있다. 담장 너머로 뻗어져 나온 가지에 매달린, 곧 떨어질 듯한 홍시를 몰래(?) 따서 먹어봤는데 그야말로 기분까지 좋아지는 단맛이다. 간단한 먹거리와 술을 파는 민속촌도 있다. 북쪽 성벽과 서쪽 성벽이 만나는 지점의 성 바깥에는 외딴 건물이 눈길을 끄는데, 건물 이름이 형옥이다. 형벌을 집행하고, 죄인들을 구금하던 시설이다. 지금의 교도소에 해당한다.

   
조선 시대 청도군의 객사로 쓰였던 도주관.
조선 시대 청도군의 객사로 쓰이던 도주관도 있다. 도주는 청도의 옛 지명이다. 외국 사신이나 중앙 관리들이 머물던 장소다. 조선 초기부터 있던 건물로 2007년 일부 증축했다고 한다. 도주관 앞에는 조선 말기 대원군의 지시로 세운 척화비가 서 있다. 도로변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관리들이 업무를 보던 공간인 동헌도 남아 있는데, 화양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청도 읍성에는 이같이 지방의 관아와 민가가 한데 어울려 있었다고 한다. 동쪽 주차장으로 돌아오다 보니 고마청이라는 건물도 있다. 고마청은 민간의 말을 삯을 주고 징발하는 일을 맡아보는 관아다.

■석빙고와 코미디타운·박물관

   
청도 읍성 근처의 조선 시대 석빙고.
청도 읍성 동쪽 성 밖에는 ‘석빙고’가 있다. 돌로 만든 얼음 저장고로 국가 지정 문화재다. 겨울철에 자연 얼음을 저장하였다가 봄·여름에 사용했다고 한다. 청도 석빙고는 조선 숙종 때 만들어졌는데, 현재 남아 있는 전국 6개의 석빙고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고 한다.

   
청도군 이서면의 한국코미디타운 1층 로비.
화양읍과 인접한 이서면의 한국코미디타운과 청도박물관도 둘러볼 만하다. 한국코미디타운과 청도박물관은 서로 마주보고 있어 함께 들를 수 있다. 한국코미디타운은 한국 코미디의 역사를 시대별 흐름에 따라 총 5개의 공간으로 구성해 보여주며, 코미디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코미디 특화 체험관과 코미디 공연 등을 위한 대공연장도 갖췄다. 코미디체험관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개그를 흉내내볼 수 있는 등 흥미로운 코너가 많다. 코미디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공연 시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옛 칠곡초등학교를 개조한 청도박물관은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 등 고대 유물 부터 근현대 사료에 이르기까지 청도를 대표하는 다양한 역사·문화자료를 수집·전시하고 있다. 주요 시설로는 기획전시실 박물관체험실 뮤지엄샵 고고역사관 민속관 알림이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청도 읍성의 서문인 무회루.

◆미꾸라지·잡어 섞어서 맑게 끓여낸 추어탕… 청도역 앞 거리 조성돼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청도는 청정 먹거리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음식은 추어탕이다. 청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추어탕을 맛보기 위해 청도역 앞으로 간다. 이곳에는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추어탕집이 밀집해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추어탕 거리’다. 주변 경관도 깨끗하게 정비돼 있다. 예부터 역 앞에는 맛있는 음식을 찾기 어려웠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대개가 인정도 정성도 부족했다. 청도역 근처의 추어탕 거리는 이런 일반 인식을 뒤집은 셈이다. 추어탕은 가을에 먹으면 좋은 보양식이다. 하지만 청도 추어탕은 계절과 크게 상관없다. 청도 추어탕은 민물고기를 섞어서 맑게 끓여내는 ‘민물고기 추어탕’인 점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미꾸라지만으로 추어탕을 끓였지만 미꾸라지가 귀해지는 겨울부터 봄 사이에 추어탕을 충분히 끓일 수 없게 된 한 추어탕집 주인이 청도의 동맥인 청도천, 동창천에서 많이 잡히는 꺽지 황동어 메기 망태 등 민물고기와 미꾸라지를 섞어 추어탕을 끓여 냈다. 다른 지역의 추어탕에 비해 국물이 맑고 맛이 시원해 오히려 더 인기를 끌었고, 외지인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청도만의 추어탕인 ‘민물고기 추어탕’이 유명해졌다.

청도역 근처에서 맛본 추어탕을 통해 청도 추어탕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관광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식단은 밥과 추어탕 김치 물김치로 단출하게 해, 저렴한 가격(7000원)을 받고 있다. 구수하고 시원한 추어탕과 뛰어난 식감의 김치에서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간단한 식사지만 숟가락을 놓으니 건강해지는 듯하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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