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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둥둥둥~ 북소리 울리면 일사불란 노 저어 질주…수영강 ‘드래곤’ 떴다

열혈 동호인에게 듣는 드래곤보트 매력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9-10-23 18:46:5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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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트에 12명 또는 20여 명 타고
- 한 동작으로 노 젓는 스포츠
- 부산 선수권대회 유치 계기로
- 지역팀 실력 상대적으로 강해져

- 학내 동아리로 시작한 이정무 씨
- 점점 드래곤보트에 빠져들어
- 사회인 동호회 ‘벤터스’ 창단
- 외국서 열리는 국제대회도 참가

‘덕후’의 시대다. 애니메이션, 연예인, 운동 등 돈 안 되는 무엇인가에 대단히 열중해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심리적 재정적으로 ‘덕질’이 보상으로 돌아와 ‘성덕’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 돈 써가며 즐기기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영강, 낙동강이라는 큰 강을 두 개나 낀 부산에서 수상 레저스포츠 ‘드래곤보트(dragon boats·용선)’에 미친 덕후가 있다. 일도 생활도 드래곤보트에 맞췄다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지난달 29일 부산 수영구 수영강에서 동아대 드래곤보트 동아리 회원들과 사회인 동호인 팀 ‘벤터스’ 소속 이정무(가운데 빨간 모자) 씨가 2019년 마지막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동아대 출신인 이 씨는 동호인 팀 연습이 없는 날이면 종종 후배들의 연습에 참가한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드래곤보트는 기원전 중국에서 시인 굴원(屈原)이 물에 빠져 죽기 전 그를 구하려던 사람들의 노력이 이후 축제로, 지금은 스포츠로 발전한 종목이다. 한 배에 12명 혹은 20여 명이 승선해 고수의 북소리에 맞춰 질서정연하게 노를 저어 물 위를 질주한다. 유럽 미국 아시아에서 매년 국제적인 경기가 열릴 정도로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중화권에서 먼저 기틀이 잡혀 배의 외부를 용으로 장식하는 등 중화 문화적 색채가 강하다.

드래곤보트는 우리나라에서 낯선 스포츠였지만 2008년 부산시장배 드래곤보트대회, 2010년 코리아오픈 부산국제드래곤보트대회 등 국내에서 대회가 개최되면서 대학 동아리, 동호인 팀이 속속 결성됐다. 특히 부산이 2012년 ‘제10회 아시아 드래곤보트 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것을 계기로 상대적으로 부산에 드래곤보트가 널리 알려졌고, 부산 팀의 실력이 강하다.

이정무(30) 씨는 제10회 아시아 드래곤보트 선수권대회를 기점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아시아 선수권대회를 유치했지만 정작 드래곤보트 시합에 나갈 선수층이 없자 체육계는 지역대학 체육학과를 중심으로 드래곤보트 동아리 결성을 독려하고 지원했다. 동아대 체육학과를 다니던 이 씨는 군 전역 직후인 2011년 드래곤보트 선수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고 선후배를 모아 학내에 드래곤보트 동아리를 만들었다.

당시 동아대 드래곤보트 동호회는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없었다. 선수는 드래곤보트에 문외한이었고, 지도해 줄 전문코치도 없었다. 부산문화여고 한국해양소년단 지도 교사의 도움을 받아 카누·카약에서 노 젓는 방식을 차용해 훈련했다. 부산 내 다른 대학과 고등학교에도 팀이 결성됐는데 체대생들이 모인 동아대 동호회의 실력이 좋아 국내대회는 첫 출전부터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에는 수영강 APEC나루공원 일대에서 제10회 아시아 드래곤보트 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이 씨를 비롯한 동아대 드래곤보트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다수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결과는 참패. 전 종목에서 ‘꼴등’을 했다. 이 씨는 “프리미어리거와 ‘슛돌이’ 정도의 수준 차를 느꼈다. 외국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만 봐도 우리와 얼마나 실력 격차가 큰지 알 수 있었다. 타국 선수와의 경쟁보다는 자체 기록 싸움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 씨와 드래곤보트의 인연은 2014년 더욱더 끈끈해졌다. 대학 졸업 후 호주 시드니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취미 삼아 현지 드래곤보트 동호회에 들어갔다.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주 주 대표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어려운 입단 테스트를 거쳐 합격했다. 주 대표로 있던 1년 동안 드래곤보트 실력이 쑥쑥 늘었다. 체력이야 타고났지만 그동안 체계적인 훈련을 못 받았는데 이곳에서 제대로 된 이론과 훈련법을 배울 수 있었다.
   
지난달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드래곤보트 세계선수권대회 혼성 22인승 500m 종목에 참가한 한국 국가대표팀. 대표팀에 부산 출신이 많았다. 이정무 씨 제공
무엇보다 호주인들이 드래곤보트를 대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주 대표 팀은 주니어, 24세 이하, 프리미어, 시니어A, 시니어B 등으로 나뉘었고 선수가 모두 100명 가까이 돼요. 모두 학생, 직장인이나 은퇴자예요. 돈을 받고 운동하는 게 아니라 자기 돈을 쓰며 운동해요. 평일엔 퇴근하고 오후 7시부터 2시간, 토요일엔 오전에 훈련했는데 다들 무척 즐겨요.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할 때는 자비 부담인데도 서로 가고 싶어 ‘난리’예요. 취미와 운동을 대하는 열정에 감명받았어요.”

한국에 돌아온 뒤 호주처럼 평생 드래곤보트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사회인 동호인 팀 ‘벤터스(VENTUS)’를 만들었다.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 남녀 직장인 15명이 소속돼 있다. 시합이 있는 4~9월이면 낙동강 삼락생태공원에서 매주 토·일요일 중 하루 오전 2시간 동안 연습한다. 배는 대한드래곤보트협회에서 빌려주기 때문에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월 1회꼴로 전국 드래곤보트 대회가 열리는데, 이때는 승합차를 빌려 함께 원정 출전한다. 1인당 5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 대개 입상하기 때문에 상금으로 회식을 한다. 매년 한두 차례 홍콩, 중국 등 가까운 외국에서 열리는 클럽 국제대회에도 출전한다.

이 씨는 드래곤보트에 열중하고 싶어 보험설계사를 직업으로 택했다. 일하는 시간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드래곤보트 대회가 없는 겨울에는 스키용품 대여점을 운영한다. 그는 여름휴가나 해외여행을 따로 가지 않는다. 외국에서 열리는 드래곤보트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휴가이자 여행이다. 이 씨는 “외국 대회에 나가면 5~7일 걸리는데 외국 친구도 사귀고 대회가 열리는 지역 관광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한국 드래곤보트의 국제대회 경험은 점차 늘고 있다. 부산의 대학 동호회, 벤터스 멤버가 대거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지난해부터 큰 국제대회에 참가한다. 지난해에는 한국 대표팀이 외국에서 열린 아시아 선수권대회에 최초로, 올 9월에는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첫 출전했다. 한국대표팀은 아직 시상대에 서기 어려운 실력이지만 참가 자체를 즐긴다. 국가대표팀에서 이 씨는 코치이자 매니저, 선수 역할을 맡는다.

그의 꿈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드래곤보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 종목이 됐지만 올림픽에선 정식 종목이 아니다. 이 씨는 “드래곤보트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면 선수가 아닌 코치로라도 꼭 참여하고 싶다”며 “벤터스 동호회에 참여하고픈 분은 남녀노소 환영한다”고 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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