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하루…삶의현장 동행취재 <3> 청년 푸드트럭

땀 뻘뻘 흘리며 ‘깡패 닭꼬치’ 구이 불쇼 … “덜 벌어도 대충은 못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웅 푸드트럭’ 대표 김현웅 씨
- 아침 일찍 K팝 행사장 도착
- 제비뽑기로 자리부터 결정
- 간판 높이 올리고 장사 준비

- 중화요리 셰프처럼 큰불 활용
- 양념 발라가며 지글지글 구워
- 준비한 재료 소진되면 철수
- 하루 15시간 영업에도 ‘거뜬’

- 부산경제진흥원 교육 인연
- ‘함무보까’ 팀 꾸려 함께 장사
- 김 씨, 3년째 대표로 활동
- 고정 영업공간 확보가 숙제

지난 19일 오전 8시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케이팝콘서트가 열린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 화명운동장. 공연은 오후 7시 시작되지만 행사장엔 이미 많은 사람이 나와 있다. 보안과 행사 진행을 맡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공연을 준비하는 가운데 줄지어 늘어선 푸드트럭이 보인다. 화명생태공원에는 매점이나 식당이 없어 먹거리를 사려면 10분은 걸어 나가야 한다. 콘서트를 보러 온 관객의 편의를 위해 주최 측이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푸드트럭 14대를 선정해 푸드트럭 존을 만들었다.
   
닭꼬치 푸드트럭인 ‘웅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현웅(왼쪽) 씨.
김현웅(35) 씨는 직화 닭꼬치를 파는 푸드트럭 ‘웅 푸드트럭’의 대표다. 직원과 함께 밤사이 접어 놓은 푸드트럭 시설을 밖으로 펼치고, 조리에 필요한 집기를 내놓는 등 장사 준비가 한창이다. 멀리서도 잘 보이게 간판을 최대한 높게 올리고, 커다란 배너도 달았다. 푸드트럭 존 주위는 아직 한산하다.

그의 하루는 오전 6시 시작됐다. 중구 남포동 집에서 출근 준비를 하고 사직동에 주차했던 푸드트럭을 찾아 몰고 오전 7시30분 화명생태공원에 도착했다. 남포동 집에서 사직동까지 꽤 거리가 멀지만 남포동은 주차비가 너무 비싸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주차장을 이용한다.
   
지난 19일 오전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에서 열린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케이팝콘서트 공연장 앞에 푸드트럭이 줄지어 서있다.
속속 도착한 푸드트럭의 운영자가 가장 먼저 한 건 ‘자리 뽑기’다. 공연장 바로 옆 넓은 사각형 잔디밭 한 면에 푸드트럭이 한 대씩 꼬리를 물고 줄지어 섰다. 확 트인 곳이라 어느 위치도 나쁘지 않지만 아무래도 관객이 들고 나는 입구 가까운 쪽이나 중앙 자리가 좋다. 오전 8시 전에 도착한 7대는 제비뽑기로, 이후 도착한 7대는 선착순으로 자리가 정해졌다. 김 씨는 5번을 뽑아 입구와 가까운 중앙 자리를 차지했다. 운이 좋았다.

김 씨는 사회생활을 조선소에서 시작했다. 통영에 있는 조선소 두 곳에서 7년간 근무했다. 열심히 일해 검사관 직책까지 올라갔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곁에서 지키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부산에선 오랫동안 순두부 가게를 한 어머니에게 솜씨를 배워 남포동에 순두부 식당을 열었다. 월급쟁이로 살던 사람이 식당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매출이 시원치 않았다. 나중엔 직접 배달까지 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그러던 중 2016년 하반기 우연히 부산경제진흥원의 ‘푸드트럭 청년창업 지원사업’ 공고를 보게 됐다. 국가 지원을 받아 푸드트럭을 시작할 수 있다니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했다. 3개월 동안 동기 9명과 조리 기초를 배우고 영업 컨설팅을 받았다. 푸드트럭도 제작했다. 그해 12월 드디어 푸드트럭이 나왔다. 3개월 만에 푸드트럭을 한 대씩 받은 20·30대 청년 사장들은 부산시의 정책적 배려로 사직종합운동장 옆 부산아시아드조각공원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푸드트럭이 들어서면 기존 상권의 상인들 반발이 있기 때문에 상권이 없고 여러 대 푸드트럭이 주차 가능한 장소를 찾다보니 조각공원이 선택된 듯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조각공원은 무척 한산하다. 평일엔 특히 인적이 드물다. 김 씨는 “그때 찍은 사진에 비둘기밖에 없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청년 사장들은 손님이 없다고 낙담하지 않고 푸드트럭 ‘업그레이드’에 전력투구했다. 요리에 맞게 집기를 교체하고, 메뉴를 바꾸거나 개발했다. 김 씨도 메뉴를 ‘돼지 목살 꼬치’에서 닭꼬치로 변경했다. 돼지 목살 꼬치는 굽다가 고기가 찢어지기 쉽고 호불호가 있지만, 닭꼬치는 상대적으로 조리 과정이 쉽고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닭꼬치에 꼭 맞는 소스 배합도 이때 개발했다. 웅 트럭의 닭꼬치는 맛있고 크기가 커 ‘깡패 꼬치’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현웅(왼쪽 두 번째 모자) 씨가 ‘함무보까’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제진흥원 교육을 통해 인연을 맺은 푸드트럭 청년 사장들은 ‘함무보까’라는 팀을 결성했다. 각종 행사나 페스티벌에서 장사하려면 일을 따내는 ‘영업’을 해야 하는데 한 대씩 개별적으로 다녀서는 힘들다. 김 씨는 2017년부터 함무보까 대표를 맡고 있다. 영업은 주로 김 씨 담당이다. 함무보까는 올해 협동조합으로까지 발전했다.

함무보까 팀은 서로 친형제처럼 지낸다.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3년 동안 함께 고생하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두텁게 쌓였다. 행사장에선 내 일, 네 일 없이 서로 돕는다. 든든한 ‘내 편’이 있어 외롭지 않다. 팀에서 가장 경계하는 건 메뉴 중복. 지금 팀에는 음료 화덕피자 핫도그 스테이크 닭강정 쉬림프박스 닭꼬치 메뉴를 판매하는 푸드트럭 8대가 있다. 잘 팔리는 메뉴로 변경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메뉴가 중복되면 팀의 의미가 사라지고 팀 분위기가 깨진다. 각 트럭에서 캔 음료를 팔 수도 있지만 음료 트럭을 위해 팔지 않고, 조금 힘든 트럭에 좋은 자리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팀을 지킨다. 행사가 많은 여름철엔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한다. 이때 수입은 웬만한 고액 월급을 넘는다. 반대로 비수기인 1~3월엔 하루도 장사를 못 하는 달도 있다.

이날 오전 10시쯤 되자 손님 한두 명이 서성였다. 김 씨는 생닭고기를 끼운 꼬치를 꺼내 양념을 발라가며 불에 지글지글 구웠다. 냉동고기 대신 생고기만 고집하는 것도 웅 트럭 맛의 비결이다. 고기를 다 굽고 난 뒤 양념을 바르면 편하지만 아무래도 양념이 불에 탄 직화구이 맛이 나지 않는다. “조금 덜 팔고 덜 버는 게 낫지, 손이 부끄러워서 대충은 못 해요.”

   
‘웅 푸드트럭’의 닭꼬치.
오후 4시가 되자 웅트럭 앞에 손님 20여 명이 서 있었다. 푸드트럭 14대 중 음료 트럭을 제외하곤 가장 인기 있는 트럭으로 보였다. 가격과 맛 면에서 부담이 없는 닭꼬치는 야외에서 언제나 인기다. 김 씨가 중화요리 요리사처럼 큰 불을 활용해 꼬치를 굽는 모습에 지나가던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한다. 최고 기온이 20도 정도로 선선한 날이었지만 불 앞에 선 김 씨는 땀을 뻘뻘 흘렸다. 한여름엔 하루에 물 10리터를 마셔도 화장실에 한 번도 가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환경에서 일한다.

오후 7시에 시작한 공연은 밤 9시30분 끝났다. 공연이 시작하면 철수하는 푸드트럭도 있지만, 함무보까 팀 푸드트럭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남아 장사한다. 그런데 이날은 공연장에서 관객이 쏟아져 나오는데 장사를 접고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가지 않고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긴 주민이 많았어요. 오늘 준비한 재료를 다 소진해 철수합니다.” 오전 6시에 시작한 하루가 15시간째 이어지고 있었지만 김 씨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김 씨는 “사직운동장 조각공원 자리 계약이 지난해 만료돼 올해는 고정적으로 푸드트럭을 대놓고 장사할 공간이 없다. 고정 영업공간만 생긴다면 푸드트럭은 힘들지만 자유롭고 재미있는 직업이자 직장”이라고 했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3. 3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6. 6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7. 7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8. 8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9. 9방호복·지뢰덧신 살펴보는 국회 국방위원들
  10. 10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1. 1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2. 2“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3. 3“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4. 4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5. 5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6. 6靑 재제청 요구 거부 조희대 “국감서 밝히겠다”(종합)
  7. 7부산시 ‘도시계획’ 조직개편 여파…시의회 상임위 간 신경전
  8. 8‘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9. 9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10. 10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3. 3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4. 4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5. 53년물 국고채 4.1% 돌파…美 금리 급등 여파
  6. 6빚 갚으려고 또 빚…카드론 대환 23%↑
  7. 7“금융위 경험·네트워크로 부산 금융생태계 강화”
  8. 8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9. 9시중銀, 부울경 전략산업 금융 확대…지역銀 영역침범 우려도
  10. 10AI로 ‘해상 교통 혼잡도’ 예측한다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4. 4“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5. 5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6. 6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7. 7약발 없는 바가지 대책…인센티브·숙박세로 실효성 키워야
  8. 8김해 아이돌봄 대기 5개월…부모 속타네
  9. 9부산대 양산캠 유휴부지, 양산시도 나섰다…개발 TF 꾸려 대응
  10. 10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3. 3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6. 6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7. 7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8. 8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9. 9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10. 10[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