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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조선 속의 일본 <12> 동래부사의 왜관 행차

조선의 외교관 동래부사, 日 사절단 맞으려 굽이굽이 30리 행차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30 19:30:38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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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성부터 초량왜관까지
- 직접 행렬 이끌고 사절 환영

- 日측 예단 놓고 숙배례 올린 뒤
- 술잔 주고받으며 연회 즐겨
- 외교 쟁점 관련 대화 나누기도

- 이러한 절차 담긴 ‘접왜사도’
- 10폭 병풍에 자세히 그려내

1547년 이후 동래는 종3품 부사가 파견되는 고을이 되었다. 조선후기가 되면 동래부사의 책임은 더욱 커지게 된다. 임진왜란 전, 일본 사절 일행은 왜관에 도착하면 잠시 머물다가 서울로 갔다. 그런데 임진왜란 후에는 일본 사절 등 모든 일본인의 상경이 금지되었다. 부산의 왜관에 머물면서 외교나 무역을 하도록 하였다.
‘조선도회’(일본 교토대도서관 소장) 중 동래부사가 동래읍성으로 돌아가는 장면.
그래서 조선후기 부산에 있었던 두모포왜관과 초량왜관에는 외교사절을 위한 시설이 확충되었고, 무역 전용 공간도 조성되었다. 초량왜관의 예를 보면 왜관 중앙의 용두산을 중심으로 바닷가쪽은 동관이며, 현재 국제시장쪽은 서관이었다. 서관이 일본 사절의 전용 숙소였다. 그리고 일본 사절이 오면 연향을 베푸는데, 연향을 베푸는 연향대청을 서관 북쪽에 세웠다. 조선 국왕에게 인사를 직접 하지 못하기 때문에 초량객사를 세우고 이곳에서 의식을 진행하였다.

조선후기 동래부는 ‘일본인을 응접하는 일을 전담하는 곳’으로 불린 조선의 교류창구였다. 조정에서는 “동래는 아침저녁으로 일본을 접촉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조정에서 부사를 가려서 보내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는 의논을 나누면서 동래부사의 책임을 강조하였다. 동래부사는 외교문서나 외교의례에 허술하지 않고, 외국인에게 보여지는 관리인만큼 인품과 학식을 갖춘 사람이어야 했다. 조선 조정에서는 동래부사를 누구로 임명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때로는 동래부사를 파직시키면서까지 조선의 위엄과 권위를 지키는 데 노력하였다.

■외교관 역할 담당한 동래부사

연향대청
동래부사는 일본 사절이 왜관에 오기 위해 부산 앞바다에 나타나는 순간부터 대마도로 돌아갈 때까지 전 과정을 조정에 보고하고, 또 조정에서 회신을 내려주면 다시 일본 사절과 왜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왜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대해서도 비슷한 과정으로 일을 처리했다. 격식에 맞지 않는 외교문서를 가져왔을 경우, 사절단의 규모 등이 전례와 어긋날 경우가 있을 때면 아예 응접을 거절하고 사후에 조정에 보고하는 일도 있었다. 외교와 일본 관련 업무를 1차적으로 처리하는 외교관으로서의 동래부사 능력이 중요하게 발휘되어야 했다.

이런 까닭에 대마도에서는 한양 조정(예조)으로 외교문서를 보낼 때, 동래부사에게도 보냈다. 특히 동래부사는 상부기관인 경상도관찰사(경상감사)를 경유하지 않고 바로 한양 조정에 장계를 보낼 수 있는 권한도 있었다. 대개의 일은 동래부-경상도-한양 조정으로 이어지는 보고 절차를 밟았다.

한편 동래부사는 대마도에서 오는 일본 사절도 직접 응접해야하는 위치에 있었다. 1630년대가 되면 일본 막부에서 더 이상 일본국왕사를 파견하지 않고, 대마도가 조선과의 외교를 전담하였기 때문에 대마도 사절이 곧 일본 사절이었다. 일본 사절은 연례송사(연례적으로 조선에 오는 정기적인 사절)와 차왜(특정 목적을 가지고 오는 비정기적인 사절)가 있었다. 차왜는 목적에 따라 대차왜와 소차왜로 구분되었다. 대차왜는 일본 막부나 통신사와 관련해서 오는 사절이므로, 이들이 조선에 오면 조정에서는 접위관이란 이름의 관리를 동래부에 파견하였다. 중요한 목적을 가진 사절인 만큼 접위관과 동래부사가 같이 사절을 맞이하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접위관은 현지 사정에 밝지 않으므로 주관하는 것은 동래부사였다. 연례송사나 관수(왜관 일본인을 관할하는 대마도 관리)가 새로 교체되어 왜관에 오면 동래부사는 부산첨사와 같이 이들을 맞이하였다.

험한 바닷길을 무사히 건너온 일본 사절을 위로하는 연향을 거행하기 전에 초량객사에서 ‘숙배례’를 먼저 거행하였다. 초량객사에는 조선 국왕을 상징하는 ‘전패’가 있었다. 객사 건물 중앙에 일본 사절이 가져온 예단을 올리고 전패에 예를 올리는 것이 숙배례이다.

숙배례를 마치고 나면 연향대청으로 왔다. 꽃으로 장식을 하고 풍악이 울려 퍼지고, 기생의 무용이 함께 하고 술잔도 주고받는 연회가 열렸다. 연회 자리에서도 일본 사절과 동래부사 등 조선측 관리들 사이에 현안 쟁점에 관한 대화가 오고가기도 하였다. 이러한 동래부사의 외교 활동을 10폭의 병풍에 담은 것이 ‘동래부사접왜사도’(이하 접왜사도)이다. 접왜사도에는 일본 사절이 왜관에 도착한 후, 동래부사가 외교 의례를 거행하기 위해 직접 행렬을 이끌고 초량왜관쪽으로 가는 길이 그려져 있다.

■동래부사 왜관가는 길을 그리다

초량객사
접왜사도는 동래부사가 왜사(일본 사절)를 응접하는 그림이란 의미이다. 접왜사도는 현재 3점이 알려져 있고, 모두 10폭의 병풍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1점은 국립진주박물관(진주본)에, 1점은 국립중앙박물관(중앙본)에, 1점은 도쿄국립박물관(도쿄본)에 소장되어 있다. 한국에 있는 2점은 아주 유사한 그림이고, 일본에 있는 것은 전체적인 내용은 유사하지만 앞의 2점과는 다르다.

동래부사가 왜관으로 가는 길은 접왜사도(진주본)에 쓰여진 여러 지명을 통해 대략 파악된다. 제1폭에는 동래부 동헌이 있는 동래읍성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임진왜란 때 치열한 전투로 허물어진 동래읍성을 1731년 크게 확대하여 새로 지었다. 읍성 서쪽 밖, 성벽 가까이의 기왓집들은 동래향교이다. 이전이 잦았던 동래향교가 읍성 서쪽에 자리하는 것은 1813년이 처음이었다. 접왜사도가 1813년 이후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림 제2폭에는 양정동 ‘정묘사’가 있는 초읍 화지산, 자성대 주변으로 자리한 부산진, 그리고 영가대가 그려져 있다. 영가대는 통신사가 일본으로 출발하는 항구이자, 뛰어난 풍광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었다. 영가대 옆으로 부산진 수군의 전함을 두는 항구와 배를 만드는 선소가 보인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제2폭의 부산진에서 제6폭까지는 길 양쪽에 일반 민가가 빼곡이 들어서 있다. 오늘날 부산진성(자성대공원)에서 부산역에 이르는 길은 동래부사가 행차하는 큰 대로이며, 그 옆에 큰 마을들이 들어서 있었던 것이다.

제3폭에는 동래부사가 탄 가마가 보인다. 앞뒤로 화려한 의장대를 거느리고, 수군 진영인 개운진 아래를 지나는 모습이다. 개운진 관청건물은 증산 아래 정공단 근처에 있었다. 제4폭에는 두모진이 그려져 있다. 그 주변에는 옛 왜관인 두모포왜관이 있었다. 제5폭에는 행렬에 참가하는 여러 사람들이 그려져 있고, 제6폭에는 드디어 ‘설문’이 나타난다. 설문은 이제 이곳을 지나면 머지 않아 왜관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문이다. 왜관으로 가는 사람들을 1차적으로 검사하는 문이었다. 정보누설이든 밀무역이든 막아야할 것은 막아야 하는, 조선에서 만든 첫 관문이었다.

설문을 지나자 제7폭에는 숙배례가 거행 중인 초량객사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제7폭 아래에 설문을 지나 초량객사로 향하고 있는 동래부사 행렬 맨 앞의 기수들이 그려져 있다. 행렬의 맨 앞은 대부분 ‘길을 비켜라’를 알리는 청도(淸道) 깃발이다. 그 뒤에 용이 그려져 있는 깃발, 털뭉치처럼 보이는 독이란 깃발 등이 행렬을 이끌고 있다. 제8폭에는 조선인 통역관의 집무소가 보인다. 이들 건물 중 대표적인 건물이 그림에 쓰여져 있는 성신당이다. 제9폭에는 본격적인 연회가 열리고 있는 연향대청이 그려져 있다. 제10폭은 접왜사도 진주본에만 있는 장면으로, 중앙본에는 없는 초량왜관의 내부 모습이다. 연향대청에서 조선측에서 베푸는 연회가 끝나면, 일본인은 연회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왜관 안으로 조선측 관리들을 초청해서 연회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긴 연회가 끝나면 동래부사는 30여 리의 길을 다시 돌아 동래성에 도착하였다. 일본을 방어하는 국경에서, 어려운 외교관의 생활을 이어나가는 동래부사의 하루가 끝이 났다.

양흥숙 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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