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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거닐며 성곽길 한 바퀴…모노레일 몸 싣고 단풍숲 한 바퀴

경기 광주 남한산성과 화담숲 기행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06 18:50:1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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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자호란 한 서린 남한산성
- 수어장대·현절사 가을 정취 물씬
- 성곽 둘레길·역사산책길·행궁
- 해설사 함께 걷거나 관람 가능

- 행궁서 31㎞ 떨어진 화담숲
- 2013년 135만㎡ 산·계곡
- 17개 영국식 테마정원 조성해
- 5.3㎞ 산책길 나무 덱에 편안
- 주말엔 예약제 운영 인기 실감

바람이 한곳에서 뱅뱅 돌아 물이나 검불 따위가 깔때기 모양으로 하늘 높이 오르는 현상을 회오리라 한다. 역사의 회오리는 전쟁이다. 전쟁의 상흔이 남긴 경멸의 단어 가운데 화냥년이 있다. 우리말 사전에도 올라와 있는 화냥년은 포로로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을 부르는 환향녀(還鄕女)에서 유래한다. 청나라 12만 대군이 1636년 12월 9일 압록강을 건넜다. 닷새 뒤 조선 16대 임금 인조는 소현세자와 백관을 거느리고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병들고 얼어 죽는 자가 늘어나자 1637년 1월 30일 한강 나루터 삼전도에서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에게 항복했다. 이후 수십만 명의 백성이 청나라로 끌려갔다.
모노레일을 타면 하얀 수피의 자작나무 숲을 지나 붉게 물든 단풍나무 숲의 절경을 편안하게 앉아서 감상할 수 있다.
청나라에 끌려간 여자는 대부분 돌아올 수 없었으나 돌아온 여자들은 바로 귀향하지 못한 채 청나라 사신이 묵던 홍제원이 있던 서대문 밖에 머물렀다. 조정에서는 환향녀를 냇물에 몸을 씻게 하고 그들의 정절을 회복시켜 주었으나 가족과 친지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향녀들은 세상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혐오로 눈물을 씹으며 목숨의 끈을 이어갔다. 저항불능의 환경 앞에 무릎 꿇어야 했던 조선 16대 임금 인조는 이런 글을 남겼다.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만 생각한 채 뜻밖의 화가 거듭 닥치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여 고립된 성에서 포위당한 채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백성을 다스리는 자리에 있으면서 스스로 도(道)를 상실하여, 나 한 사람의 죄로 인해 모든 백성에게 화를 끼쳤다. …가슴을 치며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는 이들이 도처에 가득하니, 백성의 부모로서 이 책임을 누구에게 전가할 것인가? 이 때문에 쓰리고 아려서 오장이 에는 듯하여 깊은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양의 궁궐을 대신할 피난처로 사용하고자 1626년 건립한 남한산성 행궁.
인조반정이라는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인조로서는 반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친명배금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사대 근성의 어리석음이 백성들을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게 했다. 위정자들이 그 힘의 차이를 좀 더 빨리 인지했더라면 백성의 고통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적은 밖에 있는데 붕당정치에 빠진 집권 세력의 권력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역사의 한이 서린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은 성곽 길이만 11㎞가 넘는다. 남한산성 400년 역사에서 병자호란 47일은 특수한 기억일 뿐 수천 명의 주민이 농사뿐 아니라 수공업과 상업 등에 종사하며 산성 도시로 번성했던 곳이다.

행궁 가까이 5개의 장대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수어장대가 있다. 항복할 수 없다며 끝까지 반대했던 홍익한 윤집 오달제 삼학사를 기리는 현절사, 군사훈련 지휘소였던 연무관, 숭렬전, 침괘정, 청량당, 지수관, 천주교 순교성지, 만해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에 있는 승군을 소집하여 만들었던 사찰 10곳 가운데 남은 장경사, 망월사, 개원사, 국청사 등을 볼 수 있다.
색색으로 물든 화담숲 탐방로를 거니는 관광객들.
남한산성에서 31㎞ 떨어진 화담숲은 2013년 LG상록재단이 만들었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대표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면서 주말에는 예약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다. 영국에서 정원 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임춘화가 설계했다. 135만 ㎡(41만 평)의 산과 계곡을 그대로 살려 17개 테마 정원으로 조성했다. 5.3㎞의 숲속 산책길을 둘러보는 데 두 시간쯤 걸린다. 경사 낮은 나무 덱 탐방로는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도 다닐 수 있다.

화담숲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모노레일이다. 자작나무 숲을 지나 화담숲 전체를 내려다보는 전망대에 올라서는 순간 내가 세상에 태어나 이곳에 올 수 있었음에 행복해한다. 이끼원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약속의 다리’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다. 화담숲을 찾은 날은 시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시를 읽듯 스며드는 감성에 넋을 놓았다. 아! 세상에 이런 숲이 있다니…. 알록달록한 숲길을, 이토록 아름다운 숲길을 걸을 수 있음에 행복해했다.

숲 사이로 뻥 뚫린 하늘에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오자 단풍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 줄기 빛을 따라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한 폭의 그림이요, 신이 그린 수채화였다. 함께 걷던 집사람이 내년 이맘때 꼭 다시 오자며 약속하란다. 남한산성과 화담숲의 단풍은 오는 주말이 절정을 맞을 듯하다. 남한산성은 해설사를 따라 성곽 둘레길과 역사산책길을 걸을 수 있다(031-746-1088). 행궁 관람 해설은 오전 11시, 오후 2시 두 차례 하고 있다(031-743-6610). 화담숲은 입장료가 있으며 모노레일도 구간별로 탑승권을 사야 한다(031-8026-6666).

장순복 박물관을찾는사람들 답사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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